여기 문화의 파편들
인디언 서머의 하오
원평재
2004. 11. 19. 14:26
Indian Reservation
방금 점심을 마치고 들어오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요즈음 날씨가 오뉴월 땡볕이라고 하면 과장이겠지만높아가는 "원화 가치"처럼(won appreciation)온도 계수도 정신없이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이런 날을 영어로는 Indian Summer라고 한다."인디언 섬머"가 아니라 "인디언 서머"라는 발음이 더코쟁이 발음에 가까운듯한데,뜻은 "제철 여름"이 아니라 "못나고 이상한 여름"이라는 뜻이다.왜 "인디언 여름"인가?모든 집단 문화가 그렇듯이 미국 문화도 자기들 보다 하위 문화라고 여기는 일체의 현상에는 주로 그 앞에 "인디언"이라는 별칭 형용어구(epithet)를 붙인다.코쟁이라 할 수 없구나.나쁜건 모두 인디언 탓이네---라고 탓할 수 만은 없다.우리가 모든 비정상적인 일과 사물과 현상에는"왜콩"(땅콩), 왜감자, 왜자(난쟁이), 되놈 짓거리, 개떡, 개꿈, 개나리하는 관행과 비슷하다.그러나 "인디언 보호구역"이라는 노래가 마음데로 나올 수 있는 미국은 이제 상당한 수준의 민주국가, 인권국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그러나 이 노래가 나올 수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인디언들은 다 어디로 갔나.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후렴이 그럴사 하지만 사실은 쓰디쓴 현실에 슈거코팅, 당의정 효과를 하여 최면해 놓은 전략에 다름아니다---."모히칸 족의 최후"에서도 보듯이 인디언 부족은 절멸하지만 어릴때 납치 당한 백인 아이가 그 종족의 후사를 잇는다는 설정과도 같은 맥락이다.모두 고도의 사기극이라고 할 수 있다.미국의 중서부 프레이리, 초원 지방의 "인디언 서머"는 그 느낌이 극적이다.춘천에서 군 복무를 한 내 생애 중의 한 부분에서극히 인상적이었던 인디언 서머의 느낌들도극적이었다.보라, 저 초원위에는 늦은 햇살이 이글거리고 가을은 마지막 흘러간 여름의 땀내를 움켜쥐고호시탐탐하는 겨울을 허장성세로 쫓아보려하지만어느날 아침의 서리로 모든 것은 사라지고---.큰 나라들의 문화 횡포는 작은 나라들의 서정을 묵살한다.문득 중국의 동북 공정을 생각하며 이상한 여름 날씨의 하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