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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원평재 2009. 11. 28. 22:24

드디어 올해의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젊은날에는 의미있는 송년회에 별로 초대받지 못했나 싶다.

그런 탓인지 나이도 천천히 먹었다.

그때는 빨리 나이를 많이 먹고싶은 갈망이 있었지만 현실은 그러하였다.

 

중년 이후로는 송년회 초청이 부쩍 잦아졌다.

지금은 겹치기 출연을 해야할 때도 있다.

송년회도 11월부터 시작이 된지 오래다.

그런 탓인지 나이도 엄벙덤벙 뭉터기로 먹는 것 같다.

거부의 몸짓도 소용이 닿지 않는다.

 

어제 저녁부터 올해의 송년은 시작되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11월 중순에 이미 어떤 문예지의 창립 기념일이

송년회와 겸하였고 거기에서 올해의 소설 부문 대상을 어줍잖게 받았으니

송년회는 진작에 이루어진 셈이었나보다.

 

어제 저녁 송년회는 가기가 싫은 마음이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주최하는 분의 마음이 힘든 문학지의 발간을 그대로 나타내는 음성으로

전달되어서 나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우기 얼마전 우리가 도모한 경맥 문학회의 창립 총회에도 나와서

축하를 해준 일이 품앗이이자 빚으로 남아서 외면할 수가 없었다.

 

참석을 하고 보니 참으로 잘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첫째로는 경맥 문학회의 사무총장을 맡은 후배가 이번에 등단을 한 일이었다.

겸손한 사람이어서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는데 가서보니 그런 경사가 있었다.

많은 원로 문인들을 만난 일은 당연지사이고 예측 사항이었지만 역시 만나니

반갑고 좋았다.

특별히 소설가 김승옥 님을 만나뵌 것은 큰 다행이었다.

오래전 절필하시고 말씀도 어눌하게 되어서 공식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던

분을 거기 가든 호텔 2층의 송년행사에서 만나다니---.

 

말씀은 역시 어눌하여서 주로 필담을 많이 나누었지만 우리의 대화는 활기찼다.

내가 물었다.

"제 사돈 중의 한분이 아무개인데 제가 어줍잖은 글쟁이인줄을 알고는

선생님과 아주 절친한 친구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아, 그 친구! 저하고 순천과 여수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하였지요!!!"

물론 필담으로 나온 말씀이었다.

우리는 괜찮은 와인을 꽤 마셨다.

건강도 아주 좋아보였으나 왜 글을 쓰지 않느냐는 채근은 하지 못하였다.

 

이런 송년회라면 정말 겹치기 출연을 하여서 나이를 두배로 먹어도 좋겠다 싶었다.

물론 와인에 약간 취해서 생긴 마음이었다.

 

이글을 써놓고 오늘 지역의 문학 행사를 위하여 곧장 나가야한다.

글을 퇴고도 못하고 사진도 손보지 못하고 그냥 올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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