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FACTION 206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김 유 조 여름 햇살이 강렬해 지면서 산에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심한 변화의 물결이 격랑처럼 찾아왔다. 햇살이 강하면 나는 왜 세상의 온갖 소리가 일순에 그 빛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일순 정적이 오는 것으로 느낄까---. "에이 그건 나이 탓이지요---." 의사가 이런 진단을 내린다면 내가 보기에 그는 돌팔이거나 삼류일 것이고 빛과 음향의 파동 원리를 들이대며 그 현상을 이치로 분석하는 과학자가 있다면, 아무리 그가 유명할 지라도 한 차원 높여 스웨덴 한림원에서 연설할 기회는 없으리라. 그들에게는 현실계만 있고 상상력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현실의 세계를 흡입하는 상상계가 한 단계 높이 엄존하지 않는가. 여러해 전, 이집트 ‘왕가의 ..

팩션 FACTION 2022.01.19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김 유 조 여름 햇살이 강렬해 지면서 산에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심한 변화의 물결이 격랑처럼 찾아왔다. 햇살이 강하면 나는 왜 세상의 온갖 소리가 일순에 그 빛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일순 정적이 오는 것으로 느낄까---. "에이 그건 나이 탓이지요---." 의사가 이런 진단을 내린다면 내가 보기에 그는 돌팔이거나 삼류일 것이고 빛과 음향의 파동 원리를 들이대며 그 현상을 이치로 분석하는 과학자가 있다면, 아무리 그가 유명할 지라도 한 차원 높여 스웨덴 한림원에서 연설할 기회는 없으리라. 그들에게는 현실계만 있고 상상력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현실의 세계를 흡입하는 상상계가 한 단계 높이 엄존하지 않는가. 여러해 전, 이집트 ‘왕가의 ..

팩션 FACTION 2022.01.19

고도방 구두 (시와 창작 여름호 명 콩트)

고도방 구두 김 유 조 "고도방 구두를 아시나요?" 그룹투어에 나선 열댓 명 일행 중에서도 며칠 같이 다니며 특별히 가깝게 느낀 한 가족에게 내가 던진 말이었다. 스페인 코르도바에서의 저녁식탁 자리였다. 여행에 앞서 안내책자와 인터넷 등을 뒤져 미리 공부를 좀 하던 중 특별히 코르도바는 내게 흥미를 던지는 내용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방의 꽤 큰 도시에서 지낸 내가 항상 부러워한 것이 있었다면 고도방 구두였다. 그때만 해도 비싼 운동화 시절이 아니었기에 싼 운동화의 위쪽 등급으로는 목을 자른 군화, 그 위에 단화, 또 그 위에 고도방 구두가 있었다. 그러니 고도방 구두란 구경의 대상일 뿐 내 차례에는 결코 닿지 않았고 부잣집 친구들 몇 명이 그걸로 폼을 잡는 분위기였다. 말 엉덩이 가죽을 한 뜸 ..

팩션 FACTION 2020.09.04

스마트 소설, 소수의 기본 정리

소수素數의 기본 정리 김 유 조 국적기를 이용하여 일시 귀국 길에 오른 수학자, 김상헌 박사의 기분은 옆 좌석의 여자 승객이 ‘개 바구니’를 들고 타는 바람에 더더욱 편치 않게 되었다. 그에게는 처음부터 이 여행길이 우울하게 시작되었는데 개를 들고 탄 승객과의 동행이 더욱 힘든 여행길을 만든 것이다. 바구니 속의 개를 보고 그가 놀란 가슴으로는 항의를 하고 싶기도 하였으나 규격화 된 듯한 예쁜 통 속에 비싸게 보이는 개를 담고 당당하게 좌정하는 그녀의 품새로 보나, 스튜어디스가 그녀와 개 바구니에 대하여 각별하게 배려를 하는 모양새로 보아서는 미리 무슨 필요한 절차와 비용이 모두 치루어진듯, 잘못 불평을 하다가는 망신을 당할 형편 같기도 하였다. 그나마 다행하게도 그와 그녀의 자리 사이에는 한 자리 빈 ..

팩션 FACTION 2020.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