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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문예 300호에 실은 나의 신년설계

창조문예 신년 설계 (김유조) 새해에는 ‘위드 코로나’라는 가보지 못한 삶의 방식이 국가적으로 천명되었다. 나도 이제는 ‘역병의 극복과 희망’이라는 투의 글을 신기루처럼 써내던 비겁한 방식을 벗어나 우리가 살아갈 새로운 존재의 방식, 이른바 레종데트르를 적극적으로 글 속에 반영하여야겠다. 그간의 거리두기와 비대면이 우리사회에 끼친 소외의식과 문화적 현상 혹은 참상을 속 깊이 들여다보며 미래 예측과 대책 마련에도 목소리를 높여야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노벨 문학상 향방도 새해의 담론은 포스트코로나(post-covid 19) 쪽일지 모르니 추천기관인 국제 PEN 한국본부에서 심의를 맡고 있으면서 이 방면으로의 동기유발에도 헌신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지구가족으로 살고 있는 자식들의 이사와 손주들의 진학도 외..

한국 현대시인협회, 시 하얀 생쥐의 출현

시 하얀 생쥐의 출현 김 유 조 동네 L자 보도 블록을 넘으려는 난데없는 안간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갑작스런 절대 명제 나무에 물고기 열린 듯 깜놀 아이들 탄성이 사람을 모으는데 "페스트!" 아는 체 하는 굵은 목소리에 주위는 금방 쥐 죽은 듯 하고 발길 흩어진다 역병의 시절이 분명하다 시 하얀 생쥐의 출현 김 유 조 동네 L자 보도 블록을 넘으려는 난데없는 안간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갑작스런 절대 명제 나무에 물고기 열린 듯 깜놀 아이들 탄성이 사람을 모으는데 "페스트!" 아는 체 하는 굵은 목소리에 주위는 금방 쥐 죽은 듯 하고 발길 흩어진다 역병의 시절이 분명하다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김 유 조 여름 햇살이 강렬해 지면서 산에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심한 변화의 물결이 격랑처럼 찾아왔다. 햇살이 강하면 나는 왜 세상의 온갖 소리가 일순에 그 빛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일순 정적이 오는 것으로 느낄까---. "에이 그건 나이 탓이지요---." 의사가 이런 진단을 내린다면 내가 보기에 그는 돌팔이거나 삼류일 것이고 빛과 음향의 파동 원리를 들이대며 그 현상을 이치로 분석하는 과학자가 있다면, 아무리 그가 유명할 지라도 한 차원 높여 스웨덴 한림원에서 연설할 기회는 없으리라. 그들에게는 현실계만 있고 상상력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현실의 세계를 흡입하는 상상계가 한 단계 높이 엄존하지 않는가. 여러해 전, 이집트 ‘왕가의 ..

팩션 FACTION 2022.01.19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코로나 시대, 가면 속의 아리아(계간문예 2021 겨울호) 김 유 조 여름 햇살이 강렬해 지면서 산에 오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심한 변화의 물결이 격랑처럼 찾아왔다. 햇살이 강하면 나는 왜 세상의 온갖 소리가 일순에 그 빛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일순 정적이 오는 것으로 느낄까---. "에이 그건 나이 탓이지요---." 의사가 이런 진단을 내린다면 내가 보기에 그는 돌팔이거나 삼류일 것이고 빛과 음향의 파동 원리를 들이대며 그 현상을 이치로 분석하는 과학자가 있다면, 아무리 그가 유명할 지라도 한 차원 높여 스웨덴 한림원에서 연설할 기회는 없으리라. 그들에게는 현실계만 있고 상상력이 결핍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현실의 세계를 흡입하는 상상계가 한 단계 높이 엄존하지 않는가. 여러해 전, 이집트 ‘왕가의 ..

팩션 FACTION 2022.01.19

한 불온한 여행자의 궤적 – 김유조의 문학세계

한 불온한 여행자의 궤적 – 김유조의 문학세계 한혜경 프롤로그 –호모 비아토르의 삶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로 정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의 몸에는 끝없이 이동하는 본능이 새겨져 있다. 김유조는 그 본능이 유독 강한 이이다. 그는 시집 [[여행자의 잠언]] 서두에서 우리 삶이란 ‘여행자의 궤적’이라고 단언하는데, 여기에서 여행이란 몸의 이동만이 아니라 의식의 움직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육체의 이동이면서 정신의 이동이기도 한 여행은 문학을 탄생시키는 산파의 역할을 한다. 몸이 이동하는 장소마다 겪고 깨닫는 것들을, 몸이 이동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식의 변화를 글로 남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소설로, 수필로, 때로 시로 표출된다. 수상록 [[..

시, 심유장 가는길

시 심우장 가는 길 (샘텨 문학 2021년 한용운 특집) 마음 답답한 날은 심우장 오르던 길을 되새긴다 저 기억의 꼬불꼬불 힘든 언덕길 선종 깨달음의 경로처럼 소를 찾아 떠나는 협로 삶이 그렇듯 어찌 넓고 곧기만 하랴 옛 총독부를 뒤로하고 앉은 팔작지붕 민도리 일자 집은 대선승의 항일 독립의지의 표상일진데 거기 닿는 비좁고 가파른 길을 예지한 데에는 수행의 깊은 뜻 서려 십년 기거의 마지막 흔적은 오도송悟道頌 친필에 담아 벽에 걸고 손수 심은 마당의 향나무도 이제 백년을 헤아리는데 모진 속세의 인연이련가 일본 대사관이 저 아래 건너편에 다시 따라와 앉아있고 부자 동네가 된 성북동 고대광실들 그 한켠에는 아직도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집 더 위쪽으로는 북정 마을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 사바세계의 잡사 얽..

심우장 가는 길, 샘터문학 한용운 특집호

시 심우장 가는 길 (샘텨 문학 2021년 한용운 특집) 마음 답답한 날은 심우장 오르던 길을 되새긴다 저 기억의 꼬불꼬불 힘든 언덕길 선종 깨달음의 경로처럼 소를 찾아 떠나는 협로 삶이 그렇듯 어찌 넓고 곧기만 하랴 옛 총독부를 뒤로하고 앉은 팔작지붕 민도리 일자 집은 대선승의 항일 독립의지의 표상일진데 거기 닿는 비좁고 가파른 길을 예지한 데에는 수행의 깊은 뜻 서려 십년 기거의 마지막 흔적은 오도송悟道頌 친필에 담아 벽에 걸고 손수 심은 마당의 향나무도 이제 백년을 헤아리는데 모진 속세의 인연이련가 일본 대사관이 저 아래 건너편에 다시 따라와 앉아있고 부자 동네가 된 성북동 고대광실들 그 한켠에는 아직도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집 더 위쪽으로는 북정 마을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 사바세계의 잡사 얽..

이후문학 기조문,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기행수필문학’

이후문학 기조문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기행수필문학’ 김 유 조 신유목민 시대(new nomad epoch)라는 말도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말은 원래 4차 산업의 혁신적 발전에 따른 정보 통신의 확장 공간에서 인류사를 해석하는 데에 주로 쓰이고 있지만, 유목에서 농경생활을 거쳐 오늘날 다시 ‘여행’이라고 하는 보편적 이동을 누리는 현대인의 생태를 지칭하는 측면도 적지 않다. 거의 반세기 전 저명한 미디어학자 마셜 맥루한이 "미래의 사람들은 매우 빠르게 이동하면서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지만 어디에도 집은 없을 것"이라고 예언한 말에는 다소 과격함이 들어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와 유사한 생활 패턴을 영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