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51

착각의 시학 단편, 시월의 마지막 날에

시월의 마지막 날에(착각의 시학 21 가을호) 김 유 조 할로윈이 늦가을과 함께 다시 찾아왔다. 한국에서는 할로윈 데이라고도 하지만 저녁행사이기에 그냥 할로윈이 맞다고 할 것이다. 크리스마스처럼 할로우마스라는 말도 영어에는 있다. 아무튼 이 날이 닥아 올 때쯤이면 나는 가슴아리(앓이?)를 한다. 외국인으로서의 내 한글 실력에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다. 강남역 윗 쪽의 역삼동, 그러니까 예전 ‘국립도서관 역삼 분원’이 있던 근처에 우리 영어 회화 학원, ‘아메리칸 가든’이 있다. 원래는 ‘아메리칸 킨더가튼(American Kindergarten)’으로 이름을 붙였으나 ‘킨더가튼’이 유치원이라는 뜻이기에 그러면 혹시 교육부의 관리를 받아야할지도 모른다는 구청 사회 교육 담당의 지적이 있어서 단순히 구청 상대..

단편 소설 2022.01.06

모란 동백

모란동백 김 유 조 열흘기한으로 짧게나마 모국 방문길에 나선 것은 집안의 경조사가 겹쳤기 때문이었다. 오빠 네의 큰 아들이 부랴부랴 혼례를 서둘러 올리게 되었는데 중환을 앓고 계신 내 친정아버지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된 탓이었다. 결혼식은 성황이었으나 아슬아슬하게 끝났다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밤 비행기로 장조카와 조카며느리가 신혼여행을 동남아로 떠나고 난 다음날 친정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오래 앓고 계셨기에 차라리 큰 슬픔은 없었고 상속문제도 법대로 잘 처리되었다. 멀리서 살아가는 일에만 매달려 오래 뵙지도 못하고 전화로만 ‘불효녀’ 타령을 했는데도 고향의 야산을 오빠와 내게 반반으로 나누어주고 가셨다. 상속받은 야산은 무언가로 묶여있다고 하였다. 하긴 그게 재산 분쟁을 막아주었는지도 모를..

단편 소설 2020.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