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허드슨 강변에서

원평재 2011. 7. 14. 23:19

 

 

 

 

(포토 포엠) 밀려온 형해의 외침

 

대서양 합수에도

어둠은 힘든가

썰물따라 유유하던 낮의 물살도

해가 빠지며 도도히 불어오르는 대양의 밀물 역류에

오금 저리듯 가위눌리 듯

스스로 몸단속

처얼썩 처얼썩 슬피 강변으로만 기어오른다

힘든 기색은 포말만이 아니려니

부글거리는 거품 물고 터져나오는 비명 위로는

더 이상은 못 떠메어 가겠다는 온갓 잡동사니,

형해의 부스러기

숫째 몸통까지 밀어올려놓고 한숨으로 자자든다

그래

오늘 신새벽에는 사람 인(人) 모양의

큰 나무토막까지 내팽개쳐 떠다밀어놓고는

부대끼며 미리 떠난 물결좇아 황망히 다라난다

삼라만상에 대하여 늘 그렇듯

형해를 맞추어 보는건 인간의 몫

의식의 몫이다

저 가림도 없이 쳐진 나무 토막

두 손 높이 자유를 외치다 사지를 절단 당한듯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잎새도 달았을

그대 아직은 나무여

그 녹색 시절에는 무슨 꿈을 꾸었던가

동아시아의 시골 헛간에서라면

디딜방아의 노릇을 해보았을까

중앙아시아나 대서양 저편

혹은 중남미 아마존에서 잘려

밤물결 타고 강둑으로 밀려 올라왔다면

큰 새총 모양 공성(攻城)의 무기였을까

아프리카였다면 부족장을 겨루는 힘의 저울이었을까

아니 다툼질 말고 다른 소용은 없었을까

몸은 비록 저렇게 참혹하여도

살던 곳은 여기서 멀지 않았으리

바로 위 오대호 가장자리에서

거대한 수형을 자랑하며 꾸던 나무의 꿈은

원주민 부족의 토템이 되어

예언자처럼 또는 수호신 처럼 외치는 자 되어

어려운 시절이 오리라

저 강물을 보라

썩어서 다시 회복불능이 되어 되돌아올 수도 없이

그저 흘러흘러 온갖 생물을 절멸시키리라

소리 소리 소리치는 소리 자체가 되고도 싶었겠지

방어기제는 커녕 자신의 혈관마져 시커먼 물결 속에서 썩어가다

이제는 그 물결에게도 짐이되어 뭍으로 떠밀려

마천루 그늘 아래에서나마 겨우 몸 추스리며

저 강물의 화농한 색갈일랑 모두 자기 몸 속으로 머금고

물색일랑 예전처럼 돌려놓으리라

목놓아 울며 신단수 되고파라

목놓아 울며 신단수 되리라

포말 일구며 창백한 목소리

자진하는 소리로나마

외치는구나

털석누워 말없이 외치는구나

모든 회복의 꿈을

 

(2011, 7월 중순 맨해튼을 내다보며)

 

 

 

 

 

 

 

 

 

 

 

 

 

 

 

 

 

 

 

 

 

 

 

 

 

 

 

 

 

 

41840

'창작 시 (포토 포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 한 통  (0) 2011.07.26
그리운 밀밭  (0) 2011.07.21
(포토 포엠) 햄스터를 보내며  (0) 2011.07.05
이사하던 날  (0) 2011.07.04
(포토 포엠) 지붕 위의 인스펙터  (0) 2011.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