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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원평재 2012. 4. 21. 03:11

 

 

 

 

 

미동부 문인협회의 2012년도 봄 야외 행사에서 문학 강연을 하였다.

"푸르른 날엔 그리운 사람(그리운 모든 것)을 그리워하자"라는

미당의 시혼, 시어로 끝말을 대신하였다.

 

처음 테이블 스피치 정도로 준비를 하였는데

조지 워싱턴 브리지 아래 야외 공원에서 

이전구 회장께서 밤새 손질해 오신 특미의 소갈비를 과식하고

후식으로는

다시 맛있는 돼지갈비로 코스를 마무리한 후에 시작한 이야기의 흐름이어서

무한 시공이 주어졌다.

이렇게 되고보면 교수의 관성은 자신도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양해를 미리 구하였다. 

 

 

12대 최영선 회장, 14대 이전구 현 회장, 두분이 병풍처럼~~~. 

 

 

이모 저모 스냅은 윤관호 사무총장께서 보내주신 선명한 영상 자료들입니다.

 

 

문학 강연의 요지는 세가지,

첫째는 고국 문단 소식을 전하는 역할,

둘째는 최근 방문한 도미니카-아이티 교민사회의 문학 활동 소개,

세째는 이런 문단의 흐름이 미국 문학사와 어떻게 서로 연관이 되고 있는가하는

해석학적 언급이었다.

 

지금 한국 문협은 동숭동 대학로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해 늦가을에

목동 예총 회관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 시기에 나는 서울에 있었기에 새시대의 감회를 함께하였다는

이야기 등으로 첫번째 역할을 시작하였다.

 

아울러 한국 문협이 해외 교민 문단을 주목하고 간곡한 포용의 자세를 갖고 있음은

넓게 보아 포스트 모던한, 탈 구조의 이 시대 문화 현상과도 맥이 닿는다는

해석학도 내 놓았다.

계간 <문학과 의식>이 <세계 한인 작가 연합>을 재창립에 버금한 조직으로 개편하고

사단법인화 및 한국법에 맞는 등록 절차를 마친 일도 

시대적 추이와 발 맞춘 것으로 우연한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두번째 개인적 화두,

도미니카-아이티의 최근 방문을 소개하였다.

현지 문학 동호인 협회와 선각한 기업인 두분의 호의로 방문한

전 일정과 그 성과를 상세히 리포트하고 특히 크게 성공한

현지의 한인 청년 기업인 형제분이

현지인을 위한 문학상 제정에 열의를 갖고 있음도 전언하였다.

도미니카와 아이티는 이른바 "크레올 문화권"에 속하는 바,

서인도 제도의 이 특이한 정서에 대하여서도

현재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내용의 일단을 소개하였다.

 

끝으로 미국 문학에 관한 이야기,

우리 교민 문학과도 무관할 수 없는 미국 문학통사의 일단을 정리하여

개진하였다.

초기 식민지 시대의 미국 문학은 뉴욕을 주요 활동 무대로 삼은 니커보커 문학파들,

특히 맨해튼에 그 유적을 깊이 남기고 있는 "워싱턴 어빙"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소개하였다.

그가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 미동부 교민 문단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단지 활동의 근거지가 엇비슷하다는 차원만은 결코 아니라고 하겠다.

당시 그가 갖고 있던 신대륙에서의 문학 소재와 활동 영역, 그리고

본국 영국에 대한 감상과 감정이 이 시대 우리 교민들에게도 반면 교사의 역할이

되리라는 점을 짚어보았다.

 

워싱턴 어빙은 초기 식민지 시대 미 동부의 거친 배경을

전설과 민담을 바탕으로하여 깊은 감동의 메시지로 기록해 나갔지만 동시에

고향 땅 영국과 런던의 문단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가 쓴 소설, 민담집 "스케치 북"은 그래서 신대륙과 구대륙을 잇는

가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가 만년에 쏟은 모든 정열은 신대륙으로 모아졌으며

마치 현재의 교민 문학의 주제가 일찌감치 고국에 대한 노스탤지어나

센치멘탈리즘을 마무리, 졸업하고

아이덴티티의 문제, 가족의 해체 문제, 신앙의 문제, 소외 등

현대인의 보편적 주제로 승화한 현상과 비슷한 맥락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교민 문학이 고국의 문단에 크게 연연할 이유도 없이 더욱 치열하게

하나의 문학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음은 고국의 문인들이 참고로 할

현상이 아닌가 싶다.

작년도 <문학과 의식>에서 평론으로 등단한 LA의 젊은 문인이 진단하였듯이

아직도 미주 문인들이 망향의 시적 주제에 매몰되어 있으리라는

평가를 한다면 크게 실소를 자아내리라.

그런 생각을하며 공감의 심사평을 썼던 기억도 이날 전하였다.

또한 오늘 우리가 여기 허드슨 강변에서 망향을 노래하러 모였다고 이야기한다면

모두 웃을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하여 함께 웃기도 하였다.

 

진정한 미국 문학의 시초라고 헤밍웨이도 말한 바 있는 마크 트웨인,

 미국 사실주의 문학으로의 문지방 역할을 한 마크 트웨인도

물론 영국 문단의 향배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가 <톰 소여>나 <헉크 핀>으로 성공을 기하자 런던에서는 사투리 가득한

그 책이 어떻게 문학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마크 트웨인은 분기탱천하여

영국의 기사도 정신을 맹렬하게 비판한

"아더왕 궁전에 들어간 코테티 컷 양키"라는 소설로 되받아쳤다.

사실 신사의 나라, 기사도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이 사실은 궁정 음모에

가득하였고 가식의 전당이었으며

왕비 게나비어와 원탁의 기사가 불륜을 저질러도 남편인 아더왕은

나라의 통치 차원에서 어떻게 하지도 못하였다고

마크 트웨인은 매도하였다.

문학적 평가 이전에 고향에 대한 인간의 애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무어니 무어니해도 인간은 고향을 잊을 수 없고

거기 고향이라는 거울에 끝없이 자기를 비추며

살아가게 마련이 아니겠는가.

 

물론 지금은 해체의 시대이기에 주변부인 해외에 사는 것은

덤으로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측면도 있으리라.

주변부가 주체가 되고 브로드웨이 보다 오프 브로드웨이,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OOB)가 문학성으로 더욱 주목을 받는다고 하여서

또하나의 강고한 "우리들"의 성채를 쌓는다면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변부로서의 페미니즘이 이제 남성을 밀어내고 자신들만의 성채를

쌓는다면 이 또한 또하나의 문학 패권주의가 아닐는지.

현명하게도 이제 페미니스트들은 양성 공유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제 서로를 연민하자

가슴 뭉클한 센치멘탈리즘은 가장 치열하고 순정한 감정의 소유자

문인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은사가 아니겠는가

이토록 푸르른 날에는 서정주 시인의 시혼 처럼

그리운 사람, 아니 그리운 모든 것을 그리워하는 것도

어찌 축복이 아니겠는지요.

 

이상 마칩니다~~~.

 

어빙의 동상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아마도 세월의 풍상과 낙서를 검은 페인트로 호도한듯 싶군요.

  

  워싱턴 어빙 플라자는 3번 애비뉴와 17 스트릿에서 찾게됩니다.

 

인근에 있는 피트 카페는 오 헨리가 매일 들러서 글을 썼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문신이 요상한 젊은이 한쌍은 자기 동네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문신을 사진 찍다가 마음이 캥겨서 통성명하고

몇가지 동네 사정을 물어보았으나 잘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이곳으로 갓 입문한 순간이리라---.

 

 

이 동네 사는 모든 이가 문학 문외한은 아닌듯,

이 초로의 할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동네가 좀 허술하긴 합니다.

그러나 사진 작가들에게는 먹잇감이 많이 있는 곳입니다.

신기려 구두 수선집, 고물상 등등---.

 

 

길 건너에서 본 워싱턴 어빙의 흉상

 

간판에 이름이 남은 이 건물은 유명한 사립고등학교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유명한" 이라는 수식어를 넣었는데  학교 분위기는 글쎄

좀 자유분방합니다.

메디컬 스쿨이라고 하는데 의대 수준은 아닌듯하고 의료 종사자들을 배출하는 곳 같습니다.

 

한 그림이 될듯도 싶습니다.

 

이 동네에서 이름난 교육 기관들이 자꾸 눈에 뜨입니다.

필름 느와르와 언더그라운드, 그리고 인디 시네마 쪽에서 자주 듣던 이름이군요.

 

유니언 스퀘어 파크에도 여름이 무성합니다.

서점, 보더즈는 벌써 모두 무너졌고 우리 동네 반슨노블도 지난 겨울에 사라졌는데 맨해튼은 다른가요?

맨해튼에 이 서점이 다섯개던가 있었는데 벌써 여러해 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몇개나 남았는지---.

 

 

 

 

우리들은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무슨 일 끝에 도시의 뒷골목에서 이렇게 작은 돈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이는지,

페이소스를 느낍니다. 공연히~

카페 프라하를 보고나니

프라하에 다시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이 여름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 속의 그 의사 토마스가 조용히 마지막 숨을 쉰 그 곳.

 

 

 

 

"물"을 영어로 "셀프"라는 우스게가 있었지요.

자조찬청(Buffet)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14억이 이 말을 쓴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사라져가는 반슨 노블을 생각합니다.

 

 

 

 

"허먼 멜빌 스퀘어"에는 결국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맙니다.

 

아래는 무슨 유명한 보병 본부라고 합니다.

챈슬러즈빌이니 게리스버그니 남북전쟁의 전투지이군요.

새겨진 지명들이 중편 소설 <붉은 무공훈장>(스티븐 크레인)의 배경이기도 합니다.

 

 

몰리 퍼브에는 꼭 들리리라 작정만 합니다.

 

 

 

 

하루 행사가 끝나고 이전구 회장님의 신발에 먼지가 제일 많이 쌓였습니다.

이 회장님의 형님은 저 유명한 이준구 태권도 사범님, 준 리 회장님입니다.

 

 

모두 쟁쟁한 분들이라서 뒤쪽의 딱 한분만 소개합니다.

친구 이강소 화백의 누이, 모 대학교 총장과 동기이자 절친인

여기 맨해튼 <마음 갤러리>의 김옥기 관장입니다.

다음주에 이곳의 많은 분들은 평통 자문위원 자격으로 고국 방문에 나서는군요.

 

리포터는 중서부 콜로라도 문인협회의 초청으로

다음 주에 덴버로 떠납니다.

일단 필라델피아의 친구네로 가서 일박을 하고 함께 덴버 행,

거기서 필리 친구는 네브라스카의 학창동기에게 렌터카로 먼저 떠나고

리포터는 덴버 강연을 마치고 네브라스카로 합류합니다.

 

2008년 여름과 거의 같은 여정이나 그때 놓쳤던 

"운디드 니",

라라미 요새(와이오밍 주)로 귀에 익은 사우드 다코타 주,

수우(Sioux) 인디언이 몰살 당했던 그곳을 꼭 찾아볼까 합니다. 

 

 

 

 

 

 

 Ethereus, Cannon Vari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