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오월, 오리 무리 속에서

원평재 2012. 5. 22. 11:16

 

"생명체는 결코 존재할 것 같지 않음!

지표면은 딱딱한 무기물임...."

외계에서 지구를 탐사하러 보낸 로봇 기구가 자기네 모선에 보낸 첫 보고문이란다.

그 탐사기구가 착륙한 곳은 뉴욕에서도 맨해튼....

오래전에 읽은 유머이다.

환경 관련 블랙 유머 였던가 싶다.

 

부활절을 보낸 신록의 강변에는 지금 막 알에서 깨어난 어린 카나디언 오리떼들이 

몸을 뒤뚱거리며 누비고 다닌다.

잘 가꾼 잔디를 정신없이 뜯어먹는 모습은 식탐에 가까워서 꼭 아름답지만은 않고

배설물도 상상못할 정도로 그 양이 많으니 짜증스럽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병아리 크기와 모양도 우리 눈에 익은 삐약삐약 수준을 훨씬넘어서

처음부터 금방 약병아리 정도로 성장을 하고서도

좀 모자라게 다 큰 아이처럼 어미 오리를 아기처럼 뒤쫓는 모습이

솔직히 지겹다.

 

하지만 환경을 끔찍히 여기는 사람들이 도룡룡과 올챙이까지 거두는 세태이고 보니

무슨 대견한 그림이라도 보는듯한 시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맞추어 무슨 맛있는 사료같은 것을 갖다가 뿌려주는 할일 없는 할머니들도

눈에 뜨이고 보니 미운 오리새끼들에게 미운 내색을 하다가는

문제있는 이웃 취급당하기가 십상이니 표정관리에 신경이 쓰인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이들이 내갈기는 배설물은 짜증스럽지만

저 더러운 오수와 탁수로 가득한 강물을 전혀 개의치않고

매일 물장구를 치며 어미따라 만경창파萬頃蒼波(푸른 파도도 아니지만)를
헤쳐나가는 모습들이
생각에 따라서는 귀엽다 못하여 장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오리떼들은 비들기하고도 달라서 사람이 뿌려주는 사료는 먹지않고

오직 풀만 뜯어먹고 사는 베지테어리언으로서의 지조를 지키니

그 절개가 가상키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폐 선착장이 된 나무 선창에 배설물을 쏟아놓아서

땅의 기반이 없는 일종의 허공 정원에 새 생명이 싹트고 이어가게도 한다.

 

 한편 부화과정과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어미의 정성은 가히 목숨을 거는 정도이다.

무릇 알을 품고 있을 때에는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자리를 지키면서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나가서 식음을 급히 해결하고

주변에 무언가가 나타나면 온몸으로 대쉬하여

꽥꽥 소리를 지르고 날개를 퍼덕이면서 곧 태어날 새끼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호해 마지않는다.

 

결국 오늘날 가족의 해체를 겪고있는 만물의 영장 인간에게

이보다 더한 모범이 없다.

이곳에서는 5월 둘째주 일요일을 '어머니 날'로

6월의 셋째주 일요일을 '아버지 날'로 기념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가 이날에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이 부모를 우습게 아는 요즘 세태를

합리화하는건 또 다른 논난의 대상이 되겠지만.

 

자식들이 어버이의 날들을 챙겨주지 않을 때는

부모에게도 가장 큰 무기가 있다고 한다.

"We will put the pictures of your young days on line!"

자식의 어릴적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는 공갈을 치면

조금 효과가 있어서 얄팍한 봉투라도 건네 온다던가.

성형시대에 걸맞는 유머인지 사실인지, 둘 다 인지 모르겠다.

 

우리 집의 경우는 그날 맨해튼에 있는 한국 교포, 박 아무개가 열었다는

좀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와규(和牛) 스테이크를 대접받았다.

어릴적 사진 공개 운운의 협박은 안했는데도 대접을 받은 건

자기들도 이 레스토랑을 한번 들리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다.

멀리 피츠버그에 있는 딸네에게서는 가벼운 첵이 들어있는

얇은 봉투가 왔다.

성형을 안 한 자연산 결과인지 모르겠다.     

 

만경창파는 아니고 누런물, 만경황파를 헤쳐나가는 오리 가족들의 품이 장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허공 중의 정원같다.

오리들의 배설물 기여가 있지 않았을까

  

피어 88, 90, 92 부두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는 메모리얼 데이에서 레이버 데이 사이에

많이 뜬다. 뉴욕항에서 뉴펀들랜드 쪽의 크루즈를 떠나는건 좋으나

중남미 도서 지방으로 가는 코스는 공해상에서 이틀을 달려서 단조로울 수도 있겠다.

 

 

 

크루즈 선이 피어에서 엉덩이를 틀어냈다.

한참 올라가는 쌍둥이 빌딩

미국 최고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근 철탑을 올리는 문제로 견제를 당하는가 보다.

계획과 달리 철탑 외벽을 쌓지 않으면 타워의 높이로 계산이 되지않고 그러면

시카고의 시어즈 빌딩 보다도 낮아진다고---. 

 

Norwegian Gem 크루즈 선이 대서양으로 나아가고 있다.

맨해튼 브리지가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가 타고가는 세월의 망망대해도 인류사에 미증유의 항해 일지가 되고있다.

 

 

하늘 공원의 사상누각 같은 모습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들이 신록을 담고있다.

다년생 식물인 모양이다.

 

이 식물도 얼마전에는 그냥 말라버린 모양이었다.

 

  

노부인의 핑크 칵테일 마시는 법

 

 

 

  아름다워라, 청춘이여!

햇살이 아주 좋은 날이었다.

아마도 체온보다 태양열이 부화에는 더 나은가 보다.

  

 

덩치가 큰 다년생 식물일수록 보는 입장에서는 더 조심스럽다.

 

 

 

박 아무개가 금년초 맨해튼에 개업한 고급 레스토랑

어머니날이라 그런지 이층까지 사람들이 꽉찼다.

와규 스테이크 맛이 일품이었다.

 

와이너리가 풍요로웠다.

하지만 브랜디를 마셨다.

그러니까 매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