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뽀로로의 목소리 주인공 / 성우 이선을 만나다

원평재 2013. 4. 18. 08:00

 

 

 

 

 

 

 

 

뽀로로의 목소리 주인공

성우 이선을 만나다

 

  • 동영상 01:07

    뽀롱뽀롱 뽀로로 2기 오프닝 테마곡

    출처: youtube

     

  • 동영상 00:47

    뽀롱뽀롱 뽀로로 2기 엔딩 테마곡

    출처: youtube

“National Brand, Korea”에 대한 자부와 성찰이 국내외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요즈음이다.

산업과 문화 전반을 통틀어 코리아의 세계화는 우리도 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급속히 진전되어서

국산 브랜드의 전자제품과 차량이 남북미 대륙과 유라시아와 검은 대륙을 넘실대는가 하면

2013년 새해를 맞이하는 맨해튼의 ‘파이어 볼 드롭’ 행사장 무대에서는 “싸이”가 말 춤을 추면서

송구영신을 선포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현상이 거대 서사에 속하는 국격의 향상이라고 한다면 한 뜸 한 뜸 문화의 실과 바늘로

한류의 퀼트를 짜나가는 서정적 국격 향상의 모습도 존재하는데, 그 선두에는 이른바 “뽀로로 현상”도

눈부시다.

 

“뽀로로 현상”이라니?

바로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우리나라의 어린이 영상 세계를 10년째 부동의 일순위로 장악해 오면서

이제는 거기 부수하는 학습자료, 장난감, 인형, 놀이기구 등등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화의 첨단에

서 있다는 사실을 정작 우리는 별로 놀라지도 않으면서 당연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그렇게 이름 지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뽀로로는 알다시피 애니메이션 영상이다. 그리고 하늘로 치솟는 그 인기의 첫 번째 원인은 예닐곱

정도 되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종횡무진의 콘텐츠 덕분일 것이다.

또한 특징있게 미학적으로 그려놓은 캐릭터들과 운용 테크놀로지도 경탄스럽다.

하지만 그 캐릭터에 진정한 영혼을 불어넣는 역할은 움직이는 그림들의 입, 곧 말을 담당하는 성우들의

몫이라고 해도 크게 과언은 아니리라.

뽀로로에는 앞서 말한 바처럼 캐릭터도 여럿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주요 역할을 하는 “펭귄”에게

음성을 주입하여 대사를 이끌어내는 성우, 이선을 <문학과 의식>이 만나보았다.

봄기운이 도는 어느 날, 인사동 편집실에서였다.

청아한 미성으로 인사를 하는 성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방언이 심한 고장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다는데 말씨에 조금도 사투리가 섞이지

않는군요. 비결이 있나요?

 

이선: 아이구 선생님, 비결이라니요. 피나는 노력이었지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성우가

꿈이었으니 라디오나 TV를 통하여 표준말에 대한 의식은 남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진짜 노력은

서울 예대, 방송연극과에 입학하고 나서 부터였지요.

 

--아하, 성우의 꿈을 어릴 때부터 가꾸었으니 성취동기를 일찍 확고하게 잡았군요. 특별한 계기라도?

 

이선; 일단은 제게 끼가 있었겠지요(웃음). 그리고 미성과 다양한 음색을 물려주신 어머니의 덕분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저희 때부터 서서히 일기 시작한 성우에의 꿈은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

되었어요. 어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꿈과 만족도의 측면에서 성우가 2위를 마크하더라고요.

1위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구요. 또 자녀에게 바란다는 측면에서는 1위가 교사, 2위는 성우이구요.

 

--나도 그런 통계를 본 기억이 납니다. 시대의 변화가 놀랍군요. 성우에 대한 인기도에 원인이 있다면?

 

이선; 글쎄요. 매스컴에 대한 일반적 인기도와 함께 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성우는 특히 얼굴을 감추며

연예인으로 지낼 수 있으니까 그게 핸디캡인가 하면 또 큰 장점이기도 하겠지요.

요즘 같은 프라이버시 붕괴의 시대에 말이지요.

시간대비 고수익이라는 현실 측면도 있고요. 또 화장하느라고 긴 시간을 뺐기지 않아도 되구요. 호호호.

 

--말씨뿐만 아니라 웃음도 예뻐요. 하하하. 이선 씨의 성우로서의 캐리어를 조금 소개해 주시기를---.

물론 구체적 자료는 인터뷰 기사와는 별도로 첨부가 됩니다만.

 

이선; 네, 우선 성우 22년차입니다. 서울 예대 졸업도 하기 전에 KBS 공채로 들어가서 3년 전속으로

근무하고 나서 지금은 한국 성우 협회에 소속되어 일을 합니다.

요즘은 전속 기간이 2년으로 되었지요. 뽀로로는 시작 때부터 맡았는데 올해가 벌써 10주년 되는 해라서

20분짜리 특별편도 만들고 조촐하게 기념을 한답니다.

“둘리”가 30년 인기 프로였는데 “뽀로로”도 이를 뒤따르고 마침내 그 기록을 깨며 새롭게 비약을

한다는 의욕으로 제작진 모두 사기충천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 성우 협회에는 대략 700명 가량이 소속되어 있다고 한다. 세상의 어느 분야에서나 치열한 경쟁과

잉여경제의 원칙을 실감할 수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성우 마케트가 워낙 다양하고 폭이 넓어서 많은 회원들이 활동할 공간도 그만큼

넓다고 하지만 스타급의 성우가 되기 위하여서는 피나는 노력과 자기 절제, 지속적 자기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피나는 노력이라는 대화를 나누었는데 구체적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이선; 지나온 자랑같기도 해서 쑥스럽지만요, 대학 다닐 때 학교가 남산의 영화진흥공사 근처에

있었잖아요. 그때 성우 선배님들이 저녁에 영진공의 녹음 스튜디오로 가시면서 제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시다가 새벽에 나오실 때 또 제 모습을 보시고는 후배들에게 “더도 덜도 말고

이선처럼 만 해라” 그러셨답니다.

일종의 표어이자 전설이 되었지요. 정말 밤잠을 자지 않고 살짝 미쳐있던 시절입니다.

성우가 된 후에도 정신없이 작업을 하다 보니 3년 만에 성대 결절이 왔습니다.

그게 무서운 병인데 노력 끝에 수술 없이 일단 다독여졌고 지금은 전방위로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어, 멀티 성우임을 자부합니다.

다만 지금도 술, 담배, 커피 등 기호 식품은 일절 입에 대지 않고 오미자 차, 도라지 차 등 좋은

차라면 즐겨 찾아 마십니다.

“물 많이, 잠 많이”도 생활화 합니다. 북적거리는 공연장, 유흥장 같은 데는 출입을 않습니다.

 

--놀라워요. 자기관리에 철저하군요. 그럼 이번에는 한국 성우의 역사를 한번 짚어볼까요?

 

이선; 네, 무어라 해도 라디오 드라마의 고은정 대선배님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아울러 그때는 TV의 외화 더빙 시대이기도 합니다. 연기자 못지않게 성우들의 전성시대였지요.

추석 특선 프로, 신년 특선 등이 예고로 나가던 시절이지요.

그러다가 TV 외화가 자정이나 새벽 시간대로 밀립니다.

한국 영화의 대 약진시대가 온 것입니다.

동시 녹음까지 시작되어 성우들이 또 밀립니다. 거기에다 외화의 대사는 자막처리가 되지요.

그러나 성우들의 활동무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새로 나오는 수많은 CF와 엔터테인먼트에 성우들의 공간이 있고 요즈음은 게임 시장이 대단합니다.

게임 시나리오는 물론이려니와 그 사이에 게임 해설까지 성우들이 맞게 됩니다.

 

--다시 뽀로로로 되돌아가서 뽀로로가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는 현실을 일간지들이 대서특필합니다.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이 나가며 그럴 때의 대사언어는?

 

이선; 전세계 110개국에 나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사는 주로 영어로 혹은 자국어로 더빙을 해서

방송이 되구요.

 

--뽀로로 더빙 때의 과정이라든가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면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선; 먼저 해설 부분은 저희 캐릭터들과 함께 더빙하지 않고 따로 혼자 녹음하구요..

나머지 일곱은 한꺼번에 하기 벅차서 두 팀으로 나눠 녹음이 진행되는데, 일주일에 한 번 씩 하지요.

녹음 전에 그림과 대본을 철저히 연습해오는 건 성우들의 몫이구요.

한번 모일 때 마다 6분짜리 에피소드 4편씩을 녹음합니다.

방송은 6분짜리 두 편을 붙여서 15분 편성으로 나가구요.

녹음시간은 에피소드 내용에 따라 겹 대사가 많다거나 특별히 소리를 조작하는 기술적 문제에 따라

에피소드마다 다르지만, 대충 평균적으로 6분짜리 한편을 녹음하는데 30분에서 40분 정도가 소요

됩니다.

처음 10년 전엔 한편에 한 시간 씩 걸리던 것이 이제 그림을 만드는 사람도 녹음하는 사람도 다

10년 간 호흡을 맞추다 보니 많이 당겨졌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제가 참여하는 시간이 그 정도인 것이지 녹음 팀도 여러 팀이고 사전 사후 작업을 해야하는

녹음실 입장에선 몇 배의 시간이 걸리는 셈입니다.

다시한번 이 자리를 빌어 함께 작업하는 빛나는 성우팀과 제작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뽀로로에 노래도 나오더군요.

 

이선; 뽀로로는 정규 방송물 이외에도 많은 번외 시리즈 편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뮤직비디오 버전은 전 캐스트들이 다 함께 참여해 열심히 노래를 불렀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자, 2012년 KBS 라디오 연기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이선 성우를 붙들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주어진 지면을 거의 다 써버린 듯 합니다.

청아한 뽀로로의 음역에서부터 “안졸리나? 졸리!”로 통하는 섹시한 음색까지 광역대의 스펙트럼을

구사하는 이선 성우에게 두 가지만 더 질문을 던집니다.

그 나머지 활동 영역과 캐리어는 따로 요약하여 첨부할 것입니다. 우선 최근 활동 공간을 넓히고

있는 연극 분야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선; 네, 그 분야는 너무 강조가 되면 송구합니다만, 하여간 연극 공간은 최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고 성우로 활동을 한 이래, 정확히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열한 편에 출연해왔습니다.

저의 꿈이 성우였고 그 분야에 발을 디디고 성우로서 행복감을 느끼고 삽니다만 제 마음은 항상

30프로 정도 갈증을 느낍니다.

왜 그럴까?

심각한 자기 성찰을 하면서 성우라는 자리가 늘 상 조금 짧은 호흡의 한계 상황이 아닌가 싶더군요.

여기에 비하여 연극은 우선 대사가 길고 무대 위의 공간이 넓고 반복적 재연에 따른 재해석과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 성우가 누리는 익면성, 익명성이 아니라 익면성의 장점과 한계, 이런 것을 극복하자는

모험심과 끼가 발동하여 일 년에 한번쯤은 무대에 서보자고 작심을 한 것입니다.

물론 저는 영원한 성우이고 그 자리를 지키고자 합니다.

긴 호흡의 장도 꼭 무대만이 아니라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 이름으로 된 긴 프로그램을 하나 맡아서

목소리 만으로의 승부를 겨루고도 싶습니다. 물론 머리와 가슴의 내공을 곁들여서입니다.

 

--연극무대로의 진출은 좋은 시도이자 탈출구였다고 동감합니다. 나 같은 인문학자도 사실 무대로

한번쯤 올라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니까요. 하하하.

자, 이선 성우는 그 무대에 올라가자마자 지금의 부군을 만나서 결혼으로 골인도 하지 않았습니까.

가정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끝으로 들려주기 바랍니다.

 

이선; 네, 첫 번째 무대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연극 연기자로서의 만남이었지요.

지금은 연출과 영화감독을 합니다만 연기인으로 만났기에 저와 호흡이 맞고 제 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해와 공감이 서로 작용하니 이보다 더한 지원이 없겠지요.

저도 넘침과 모자람의 기복이 심한데, 이런 저런 점을 훤히 꿰는 남편의 배려가 제 활동의 원동력

이랄까요.

연극을 할 때는 사실 집안일을 거의 던져놓다시피 하는데 이때는 남편이 외조와 내조를 다

해준달까요, 호호호.

여러해 전, “논쟁”이라는 연극을 올릴 때에는 주연이 맨몸으로 나오는 그런 역이었는데

남편은 저보고 그 배역을 맡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때는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인데, 시어머님 뵙기도 민망하고 해서 제가 사양하였지요.

 

*이른 봄 저녁의 따뜻한 온기 속에서 즐거운 대담이 끝났다. 새봄과 더불어 성우 이선의 끊임없이

활기찬 활동을 기대한다.

 

대담자; 김유조 건국대 명예교수

세계 한인 작가연합(법인)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