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우수 경칩에 띄우는 눈마을 통신

원평재 2014. 2. 23. 02:52

 

 

 

 

 

 

 

 

 

서부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우선 눈마을 소식을 먼저 올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춘삼월에 겨울 이야기를 할 형편이기 때문입니다.

벌써 절기로는 우수를 넘기고 있고 이곳도 눈이 많이 오지만 이어서

따가운 햇볕이 눈덩이를 녹이고 있습니다.

간밤에는 폭우가 내리더니 밤사이 쌓였던 눈이 더 많이 녹았습니다.

 


며칠 전, LA에서 국내선 유나이트 에어라인을 타고 피츠버그에 도착하여 택시를

잡고 눈 사정을 물어보니 나이든 백인 기사가 세번에 걸쳐 폭설이 내렸지만

금방 다 녹고하여서 큰 피해는 없다고 합니다.

미 동부 지방에 폭설피해가 큰데 이곳은 가장자리에 들어서 항상 피해가는 형편입니다.

토네이도 경보도 심심치 않게 울리지만 실제로 내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겠습니다.

 

매년 무릅까지 빠지는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그간 경험으로 보면 그 정도에서 금방

눈은 그치고 바람도 세찬 편은 아닙니다.

겨울이 가면 나머지 계절들이 한국과 거의 비슷하여 지내기에 좋은데 그게 또 고향 생각을

불쑥 떠올리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UA 항공기가 LA 공항을 떠나 얼마 되지 않았는데 좌석 앞칸에서 급한 환자가

발생합니다. 중년의 백인 남자인데 심장관계인듯 합니다.

다급하게 내과의사를 찾는 방송이 나옵니다.

금방 서너명의 의사와 그와 비슷한 숫자의 간호원이 나섭니다.

피츠버그에서는 직업 자랑, 학벌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실감이 납니다.

 이번 의료 처치의 백미는 백인 여자 총괄의사가 신속한 지시와 조치를 해내면서 때때로

청진기를 귀에 꽂는 순간입니다. 모든게 자동화 전자화된 요즘은 청진기를 보기 힘든

시대인데 그 물건?을 쓰윽 귀에 꽂는 동작은 한 감동 먹이는 장면입니다.

내가 리포터 기질이 발동하여 얼른 카메라를 멀리서 들이대는데 복도 건너편에 자리한

역시 백인 중년여성이 내 팔을 은근히 잡으며 제지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명분이 그쪽에 있는듯하여 아쉬웠지만 소이부동?! 笑而不動하였지요.

 

눈마을 이야기는시내에서 본 나이든 사람들의 거동으로 시작합니다.

공동 주택에서 사는 어쩌면 독거노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추측에 불과하지만~.

 눈이 잔뜩 쌓인 도심 공동 주택가는 황량하게 보입니다.

하긴 우리나라의 빽빽한 아파트 밀림 지대도 그런 분위기와 흡사할지 모르겠지만~.

  

시내에 있는 드퀘인 대학에 일주일이면 한번씩 갔다오는 일이 있는데 도시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합니다.

사고차량이 눈길에완전히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딸도 며칠 전 이보다는 덜한 사고를 당했지요. 눈길에 추돌을 받았는데 아직 보험사 끼리

다툼이 있다고 합니다.

 

이스트 오하이오 강변의 저 시설은 이 도시의 자랑인 아이스 하키팀,

"피츠버그 펭귄"의 실내 체육관입니다.


 

도심에 있는 드퀘인 대학의 상징물에도 눈이 쌓였습니다.

이 대학에는 예전에 한국계 소설가인 김용익 교수가 봉직하였습니다.

단편 "꽃신"의 작가로 유명한 김 작가님은 지금 고향인 통영에서 영면하십니다.

 

 

드퀘인 대학교 음대에는 피츠버그 주니어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토요일마다 연습을 하러갑니다.

음악을 전공하여 안네 소피 무터나 정경화같이 되려는게 아니라 멀리 진학용 스펙을 쌓는

모양입니다.

 

  

손녀를 내려놓고 드퀘인 대학에서 피츠버그 대학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도심의 황량한 눈 경치를 찍어서 리포트 하려는 생각입니다.

 

 

  

  

피츠버그 대학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카네기 음악 연주홀입니다.

 

서울 마트에도 들립니다.

 

피츠버그 대학 근처에는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많습니다.

시내만 도는 도심 버스도 보입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어서 춥지않군요~.

 

 

 

 

 

    눈사람이 지키고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눈이 올때마다 와서 치우는 사람에게 1회에 45불을 지불합니다.

 

 

 

 

새벽에 큰 손녀가 다니는 중학교에 가서 일출을 봅니다.

 

 

 

한식 퓨전 식당이 시내에 하나 있습니다.
 

 

서빙하는 대학생 켈리는 너무나 우리말을 잘해서 어벙한 한인 2세 젊은이보다 더 한국적입니다.

이날도 한국식 포즈의 인사성을 차리면서,

"조심해서 들어가세요"라고 까지하여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길에 소금 뿌리는 회사의 직원이 파란색 알갱이를 보여줍니다.

 


소금작업 차량 하나는 이렇게 얼어있습니다. 소금 푸대는 이 차에 있습니다.

 

 

쇼핑 몰 다니는 길거리 교회에는 의례 그렇듯 공동묘지도 있습니다.

그 옆에는 이름있는 멕시코 요리점도 있고---.

처치야드라고 하면 주지하다시피 공동묘지가 아닙니까.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에는 맨 먼저 교회로 오실 것입니다.

들림(휴거) 받는 때에 호화 분묘를 하여서 산속에 있으면 기회를 놓칠 것입니다.

유럽 교회에서 왕후장상들이 교회 강대상 아래, 회중들이 기도하는 마루아래 혹은 벽속에도

안치된 모양을 떠올리면 됩니다.

힘없는 일반인들은 이제 교회 밖, 뜰로 나와, 그나마 가까이에서 재림과 들림을 기다립니다.

"처치야드"라는 말의 생성 전말입니다. 

 

토마스 그레이Thomas Gray(1716-1771)는 옥스포드 대학의 교수이자 시인인데

그가 살았던 시대는 낭만주의가 나오기 바로 앞, 감성의 시대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문필이란 대략 도덕성, 종교심을 강조한 서사였다면 이때부터 서정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아래 그의 시는 시골 공동묘지에 누워있는 평범한 사람들, 꿈을 접은 고인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의 만가입니다.



Thomas Gray - "Elegy Written in a Country Churchyard"

 

전략

Let not Ambition mock their useful toil,

Their homely joys, and destiny obscure;

야망이여 비웃지 말아라, 그들의 유익한 수고와

그들의 소박한 즐거움, 그리고 미천한 운명을;

 

Nor Grandeur hear with a disdainful smile

The short and simple annals of the poor.

영화여 듣지 말아라, 경멸의 웃음을 지으면서

가난한 자의 짧고 간략한 연보를

 

<9연>

The boast of heraldry, the pomp of power,

And all that beauty, all that wealth e'er gave,

Awaits alike the inevitable hour.

The paths of glory lead but to the grave.

문장의 뽐냄, 권력의 화려함,

미와 부가 준 모든 것들을

불가피한 그 시간들은 똑같이 기다린다.

영광의 길은 오직 무덤으로 이어질 뿐이다.

 

<10연>

Nor you, ye proud, impute to these the fault,

If Memory o'er their tomb no trophies raise,

Where through the long-drawn aisle and fretted vault

The pealing anthem swells the note of praise.

거만한 자들이여, 그대들은 잘못을 이 사람들에게 전가하지 말라,

기억이 그들의 무덤 위에 기념비를 세우지 못하더라도.

길게 늘어진 통로와 장식된 둥근 천장을 통해서

울려 퍼지는 찬가가 칭송의 가락을 드높이는 그곳에.

 

<11연>

Can storied urn or animated bust

Back to its mansion call the fleeting breath?

Can Honor's voice provoke the silent dust,

Or Flattery soothe the dull cold ear of Death?

생애를 담은 유골단지와 살아있는 듯한 흉상이

덧없는 숨결을 그 본래의 집으로 불러들일 수가 있겠느냐.

영예의 목소리가 그 말없는 먼지를 일깨울 수 있겠는가

그리고 아첨이 죽음의 둔하고 차가운 귀를 달랠 수가 있겠는가?. 

 

<12연>

Perhaps in this neglected spot is laid

Some heart once pregnant with celestial fire;

아마도 이 돌보는 이 없는 장소에(시골 교회의 이름 없는 사람들이 묻힌 묘지임)

한때 신성한 불길이 가득했던 그 가슴이 누워있을 수도 있다 

 

Hands that the rod of empire might have swayed,

Or waked to ecstasy the living lyre.

제국의 지팡이를 휘둘렀을 수도 있는 그 손길

혹은 살아있는 수금을 일깨워 황홀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 손길이 여기에 놓여있다.

 

<13연>

But Knowledge to their eyes her ample page

Rich with the spoils of time did ne'er unroll;

시간의 전리품으로 가득한 풍성한 책장을

지식은 그들의 눈에는 펼쳐 보여주지 않았다

 

Chill Penury repressed their noble rage,

And froze the genial current of the soul.

차가운 가난이 그들의 고상한 열정을 억눌렀고,

영혼의 생명수를 얼려버렸다.

 

<14연>

Full many a gem of purest ray serene,

The dark unfathomed caves of ocean bear;

깨끗하고 순수한 빛을 가진 수많은 보석을

어둡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대양의 동굴이 지닐 수도 있었다

Full many a flower is born to blush unseen,

And waste its sweetness on the desert air.

수많은 꽃들이 보는 이 없이 붉게 피어나서,

황량한 대기에 향기를 허비하게 되었다.

 

<15연>

Some mute inglorious Milton here may rest,

Some Cromwell guiltless of his country's blood.

어떤 말없는 미천한 밀턴이 이곳에 쉬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국의 유혈이라는 죄를 범하지 않은 어떤 크롬웰이 여기에 묻혔을 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웃동네 교회에도 눈은 너그럽고 풍요롭게 쌓여주었습니다.

 가까이에는 팰러모어 혹은 빨레르모라는 자동차 정비소가 성업중입니다.

앞쪽에는 또 화목을 갖다놓고 팔기도 합니다.

빨레르모라면 시칠리아의 수도인데 그쪽 사람들이 와서 사업을 시작한 모양일까요.

고향을 그리워하며~.

 

 

 전부터 마음 먹었던 이웃마을의 잘 생긴 소나무도 한 컷합니다.

설한풍에도 꿋꿋한 기상이 남산 위의 저 소나무 같습니다


 

Where Are We Going From Here - Blackmore's Night

 

On a long road, miles to go

It's winding and cold and its covered with snow

But I ask you what we all want to know

Where are we going from here...

 

하얗게 눈 덮인,  춥고 바람 부는,

멀고 먼  여정의 길에서

우리 모두가 알고 싶은 의문
우리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Lines on my face , lines on my hands

Lead to a future I don't understand

Some things don't go as they're planned...

Where are we going from here...

 

주름진 얼굴, 주름진 손
알 수 없는 미래에 닿겠지
예기치 않았던 일들을 겪으며
우리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Tracing the trails through the mirrors of time

Spinning in circles with riddles in rhyme

We lose our way, trying to find

Searching to find our way home...

trying to find our way home...

 

시간의 거울속에서 자취를 돌아보며
조리없는 수수께끼처럼 맴돌며
길을 잃은 우리는, 안식처에 이르는 길을 찾아 나서고...
안식처에 이르는 길을 찾아 보고...

 

 

As the day dies, with tears in our eyes

There's too few hellos and too many goodbyes

Silence answers our cries...

where are we going from here...

 

슬픈 눈물에 젖은, 인생의 끝에서
굿바이, 수많은 작별인사를 들으면서
죽음은 우리의 슬픈 눈물을 거두겠지
우리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We're all on this road, with miles to go

Braving new pathways into the unknown

But who do you ask, when no one really knows

Where we are going from here...

 

지금, 미지의 새로운 길을 두려움 없이
한참 멀리 달려온 이 길 위에 서 있지만,
어느 누구라도 그 길을 정말 알 수 없을 때
누군가 당신에게 묻겠지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야...

 

 

Tracing the trails through the mirrors of time

Spinning in circles with riddles in rhyme

We lose our way, trying to find

Searching to find our way home...

trying to find our way home...

 

시간의 거울속에서 자취를 돌아보며
조리없는 수수께끼처럼 맴돌며
길을 잃은 우리는, 안식처에 이르는 길을 찾아 나서고...
안식처에 이르는 길을 찾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