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문학과 의식 여름호 권두시

원평재 2020. 6. 22. 09:30

 

권두시 여름노래

 

6월의 상형象形풀이는

땅위에서 배태된 만물의 원형에

잎새를 달아낸 존재의 표지이며

9월의 예지이다.

지난봄은 홍조와 각혈과 혼절로

꽃샘추위도 이기고 수분受粉을 내뿜어

정받이 씨받이로 마침내

존재를 이루었기에

 

7월의 상형풀이는

튼실한 나무둥치에 칠칠한 줄기로

과육 받아낼 집을 짓는 형상이다

지난달의 영근 표지가 대지에서만

홀로 나부끼지 않고

한여름의 열음이 되어 높이 잇게

치렁치렁 매달리게

또 그늘 막도 되게

만반대비의 모양새다

 

8월의 상형풀이는

두 개의 화구로 된 뜨거운 소성燒成 가마

하늘에는 아폴로 태양신

땅에도 열화의 지모 신

팔팔하게 상하로 용융하며

순수의 진액을 걸러내고 숙성시켜

풋내의 열음이 열매가 되게

서른 날짜도 부족하여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2월에서 하나 뺏어온

하루를 더하여

영글게 또 영글게

 

9월은 여름의 완성이다

저 높은 소망의 솟대위에

꿈과 내실이 둥실

숙성과 완결의 표상을 담아 올렸다

 

가을걷이는 각자의 몫이다

게으르고 미루는 자는 숭고한 나무에

끝내 오르지 못하리니

뜨거웠던 날들을 견디고 기억하는 자만이

9월의 높이달린 원형 만물을

품어 안을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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