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연변 문학과 영상 소개(4)

원평재 2005. 6. 18. 07:47
 


2) 90년대의 조선족 소설 문학

 

 

 

 

 

 

 

 

 

 

 

 

 

 

 

 

 

 

개혁 개방의 물고가 터진 20세기의 마지막 10년간은 그동안의 내부적인 에너지도

축적 되었고 국내외의  활발하고 왕성한 교류 등으로 인하여 작품 활동과 작가

정신은 더욱 융성한 기세를 펴나갔다.

 

현재 연변에는 500여명의 연변작가 협회 회원들이 있고 지속적인 문예지의 발간과

『20세기 중국 조선족 문학선집』(연변 인민 출판사), 『새세기 조선족 중견작가

작품대계』(흑룡강 조선 민족 출판사) 등을 통하여서도 무게 있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의 세기는 사회적 갈등과 고통의 사회적 분위기를 전제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구와 미국의 산업화가 성숙하던 20세기 전후의 문학이 리얼리즘 기법 속에서

주제에 있어서의 자연주의 적 비관론이 성행하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90년대식 및 21세기 식 소설 문학의 주제를

탐색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이제까지의 이루 매거 할 수 없이 많은

중견 작가들의 작품과 업적에 관계없이 격변하는 주제 변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 변모하는 모습을 천착해 보고자한다.

 

90년대를 선도하는 1991년도의 창작 소설에 관하여 오상순은 그 내용으로 분석을

하여서 크게 주제 소설과 무주제 소설, 문제 소설과 세태 소설, 성격 소설과 정감소설로

나누어 평가하고 있다.(『중국조선족소장학자 조선학연구논문집』pp.235-240)

그에 의하면 91년도의 소설 작가들은 특히 주제의식에 투철하여서 사상적적 감화력을

가지며 인식 교양적 가치가 큰 소설들이 발표되었다고 평가한다.

 

임원춘의 “별찌”(『장백산』, 91년 5호), 류원무의 “앉은 석동”(『도라지』, 91년 1호),

강효근의 “묘갈명”(『도라지』, 91년 5호) 등 작품에서는 현실 생활에서 나타난

긍정적 인물들의 아름다운 영혼을 노래하여 고상한 정신세계와 참된 삶에로 사람들을

이끌고, 김영옥의 “개 젖”(『도라지』, 91년 4호), 박선석의 “산간마을의 풍파”

(『천지』,91년 2호), 최균선의 “노크소리”(『천지』, 91년 4호) 등 작품에서는 부정적

형상의 창조를 통하여 추한 것의 본질을 폭로 비판하였다.

 



오상순은 위 작품들의 사상적 의의와 문학의 사회적 반응 부분에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 주제의 부각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느라 객관적 세계의 풍부성을

약화시킬 수 있고 예술성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분별 있는 언급도 빼지 않음으로서

선명한 비평의식을 잃지 않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이 시대에 새로 나타난 특징으로 무주제의 작품 출현을 그는 지적하고

있다.

90년도의 소설이 거의 전부 사상적 주제 의식이 높은 작품이었던 데에 반하여서

1년만인 91년 도에는 주제 중심의 미학적 추구보다는 생동하는 감성적 특성을

살리고 인간의 복잡한 내면 심리 묘사에 관심을 갖는 다면적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품으로는 한 장선의 “여자왕국에서”(『장백산』,91년 3호), 김일의

“할아버지”(『장백산』, 91년 4호), 리혜선의 “머나먼 풍경”(『장백산』 91년 4호),

구용기의 “반공일 구락부”(『은하수』 91년 5호), “묻고온 진정 한방울”(『송화강』,

91년 2호), 김명옥의 “조각상”(『천지』, 91년 3호), “전원 목가”(『천지』

91년 9호), “냄새”(『송화강』, 91년 4호)등을 들고 있다.

 


 

이 시기의 소설 문학에서 가장 큰 특징 변화는 문제 비판적 소설의 등장이라고 하겠다

즉 91년도의 작품에서 조선족 작가들은 민족의 운명과 전도, 사회문제에 대한 우려와

참여의식으로 사회에 미만한 부조리 현상에 날카로운 비판의 붓끝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윤림호의 “쌍고동”, 김재국의 “가라앉은 섬”(『도라지』, 91년 3호), 박선석의 “산간

마을의 풍파”에서는 몰라보게 변질된 고향 마을의 인정세태, 그 속에서 기형적이며

이기적이고 광적 모습으로 변해가는 마을 사람들의 몽매 상, 비극 상을 통하여

오늘의 이 곳 농촌의 급변하는 시대적 생활공간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변모되고

있는 가를 가슴 아프게 펼쳐 보여준다.

 

이 세편의 작품은 중국 조선족 농촌의 현실을 집약한 축도로서 이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점점 빨리 변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강한 경제의식 생존의식을 가지고 분투하고

달음박질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무지와 몽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도박과 술로

세월을 허송하는 조선족 농민들, 삶에 대한 진지한 모습은 찾기 힘들고 참혹한 현실

앞에서 뼈를 깎는 아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김영자의 “금반지”(『천지』,91년 1호), 김훈의 “고목은 말이 없다”(『천지』,

91년 6호), 김재국의 “차가운 벽”(『은하수』, 91년 6호) 등 작품에서는 금전과

권력의 지위가 높아지는 반면에 사람과 사람사이의 따뜻한 관계가 냉각되고

인간애가 여지없이 상실되어가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고발하고 있으며 김혁의

“배반의 장미”(『천지』,91년 9호), 이만호의 “그녀는 원시인이 아니다”(『도라지』,

91년 4호), 류원무의 “사생아” (『천지』, 91년 4호), 최균선의 “노크소리”(『천지』

91년 4호), 윤림호의 “미녀사장”(『도라지』, 91년 5호) 등 작품에서는 돈에 매혹

되어 양심도 도덕도 인정도 인격도 서슴없이 버리고 너무나도 야박하고 이기적인

인간으로 전락되며 돈을 위하여서는 그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악을

행하는 부정적인 인간형상을 통하여 강한 비판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사회의 부정부패 현상을 폭로한 김창수의 “이승과 저승사이” (『은하수』,

91년 7호), 김영옥의 “개 젖”(『도라지』, 91년 4호), 박범의 “고독한 아이”(『천지』,

91년 11호), 박선석의 “령약비방”(『장백산』,91년 5호) 등 그리고 기타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들도 고민의 심도와 사색의 폭이 깊고 넓다.

이 작품들은 모두 대담하게 사회와 인생에 맞서서 문제의 본질을 가감 없이 파헤침

으로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91년도에 발표된 작품 가운데는 참여의식, 비판의식이 강한 문제 소설이 많은가하면

세태소설도 적지 않다.

연변 문단에서 소설의 세속화 경향은 이미 80년대 중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하여 점차

큰 흐름을 이루게 되었는데 91년도에 발표된 한창선의 『여자왕국에서』, 김일의

『할아버지』, 윤림호의 『아리랑고개』 등에서 세태소설의 특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작품에는 그 어떤 공리적 집념이나 특별한 사건도 없이

정감적인 요소가 전편을 흐르고 있다.

 

소설의 세속화 경향은 사회생활의 세속화에서 왔다.

그것은 문학현상이면서도 문화현상이다. 건국 후부터 문화대혁명까지 중국사회

생활의 특징은 극단적인 정치화였다.

정치운동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사람들의 정치의식이 지나치게 강했다.

따라서 지난날 우리의 문학도 많은 면에서는 정치를 위한 문학이었고 인간형상도

정치를 선전하고 도해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새로운 역사시기 상품경제의 발전과 함께 정치에 대한 흥취와 이상주의가 점차

희박해지고 경제적 치부와 소비관념에서 오는 경제의식이 강해지고 도덕의식과

가치관이 새롭게 변했으며 사회생활도 점차 세속화 특징을 보여주게 되었다.

사회적 반영으로서의 문학도 세속 인문주의적 사상의식으로 과거의 정치 이상주의를

대체하게 되었고 중대한 사회적 문제보다 세속적 인간들의 인정세태 변화와 그들의

운명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두 영역은 각각 다른 영역으로만 존재하지는 않고 서로 조화

되고 결합하고 섞여서 혼재하는 것이기도 함은 물론이다.

 


(어제 6월 17일 금요 저녁에는 과기대 간호학부 강당에서 연변 상공인 주최의

첫 연변 한인 열린 음악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출연자들 숫자만 따져도 멀리 훈춘에서 온 팀까지 포함하여 200명이 넘었고

객석도 초만원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얼굴 색갈이 다른 사회도 아닌 연변에서도 이렇게 핏줄의식이

통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정서이자 힘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인, 조선족, 조선인, 고려인 등으로 다시 나누어지는 것이 한으로).

남기는 하였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