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기행

다시 필라델피아로~~~

원평재 2008. 7. 5. 11:42

필라델피아에 사는 고교 동기이자 오랜 외우, H 형은 오래 전부터 나와 함께

네브라스카를 다녀오자는 계획을 짜놓고 있었다.

네브라스카에서도 Pratte이라는 소도시에는 우리들의 구우, P 형이 살고있다.

구글로 들여다보니 아름다운 호수가 우리들에게 손짓을 하며 어서오라고 하였다.

물론 친구인 P 형의 손짓은 이보다 훨씬 더 큰 동작이었다.

대략적인 스케줄은 우선 내가 7월초에 필라델피아로 가서 비행기 시간을 조정하여

그리로 가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네브라스카 행이 어려워졌다는 연락을 H형이 보내왔다.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 탓이었다.

비행기 예약이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계획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어서 나의 필라델피아 행은 일단 그대로

진행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미리 버스표를 사 둔 탓도 있었다.

 

필라델피아로 가는 교통편은 'megabus.com'으로 10달러에 왕복 예약을 해 두어서

떠나는 날 아침 일찍, 출발지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쪽으로 갔다.

앰트랙을 타러 갈때는 이 거대 구조물의 지하에서 밥도 사먹고 시원하게 기다리다가

열차 플랫폼으로 내려갔지만, '메가버스'처럼 1달러에서 시작하는 예약 버스는 그냥

노상에서 땡볕에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면 버스가 오고 승객은 예약 번호를 대고서

탄다.

끼니는 길바닥에 서서 해결하거나 사들고 들어가서 버스 안에서 하면 된다.

나는 굶었다. 

 

 

 

아무튼 공사로 파헤쳐져 있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 뒤쪽, 이면 도로의 험한 노상

정류장으로 찾아 가는데, 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성당이 눈에 띈다.

 

네브라스카에 있는 P형은 한 때 사제 서품을 받고나서 약정된 기간 동안 열심히

사목의 역할을 다하고, 옷을 벗은 다음 미국으로 왔다.

그 이후 다양한 분야에 투신했던 개인사를 얼핏설핏 들었는데 지금 기억은

분명치않다.

깊은 인사이드 스토리는 개인적인 문제라서 내가 잘 모르기도 하려니와 단편적인

사연을 아는체 공개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메가 스토리'랄까 '매크로 스토리'로 생각해 보면 그의 생애는 참으로

드물고도 귀한 가치에 가득차 있다는 느낌이다.

 

버스를 타는 날 아침에는 마침 이렇게 기이한 모습의 십자가 고상을 우럴으면서

이번 나의 여정이 심심하거나 단순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직관, 직감을 가져본다.

  

 

 

 서서 끼니를 해결하는 승객들---.

 하이브리드 전기 승용차 말고 이제는 전기 충전의 버스도 도심에는 심심치 않게 보인다.

 왕복 10불 내외의 메가 버스는 정시에 출발하여 두시간 여정의 펜실베니아로 힘차게 달렸다.

하지만 목적지에 다가오면서 속도가 사뭇 떨어졌다.

차들이 고속도로 상에서 밀리기 시작하였다.

버스비가 싸서 그런가, 그럴리야 없다. 다른 차들도 모두 꼭같은 처지였다.

알고보니 교통사고 처리 때문이었다.

여정이 단순치 않으리라는 예감이 맞아들어가는건가---.

 

 

 큰 사고는 아니지만 아무튼 세대가 연쇄추돌한 것 같다.

 펜실베니아는 항상 두 얼굴이다. 밝은 얼굴과 어두운 얼굴---.

 

 

 

 

 

 

 밝고 어두움이 교차하는 30th Railroad Station 근방의 행길에서 승객들은 내리고 탄다.

 

 외우 H 형은 한시간도 더 전 부터 기차역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H 형이 사는 곳은 필라델피아 교외에 있는 아름답고 넓은 전원 주택이다.

여기 보이는 필라델피아 할렘은 이 도시의 다운타운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은  이 보다 훨씬 더 험한 곳이 있지만 그리로 통과하지는 않았다.

재작년이던가, 그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은 적도 있었지만 그 후에는 피하는 코스가

되었다.

 

 이 동네의 다 헐어빠진 벤치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보아 온 공공의 공사도 별로 진척이 없다---.

 

 

 집으로 가기전에 필라델피아 한아름 마켓에서 샤핑을 하고 점심도 사먹었다.

 H 형의 전원주택은 항상 아름다웠고, 주인의 취향대로 기화요초가 요란하였다.

그런데 지하수와 배수구에 약간의 고장이 찾아왔다고 한다.

전날까지 손질이 끝나지 않아서 싱갱이를 했는데 내가 오면서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조금 더 일찍 왔으면 벌써 다 고쳐졌지!"

우리는 함께 웃었다.

 

 

 

  

  

 숲이 너무 우거져서 간이 온실의 배추와 상추가 자랄 수가 없다.

철거해 버릴까, 주인장의 독백이었다.

 

 자정넘어까지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날 일정은 골프장이었다.

 

미국 경제가 불경기라더니, 도로에 자동차도 확 줄었고 인근의 샤핑 몰도 파리르 날리거나

문을 닫았고, 개스 스테이션도 폐업이었다.

정말 불경기의 그늘을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골프장도 한산했지만 평일 프라이빗 골프 코스는 대통령 골프 분위기가 기본이고 당연하였다.

 

 

 

  

 갑자기 불꽃이 피어올랐다.

처음에는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골프장 옆, 높은 위치로 달리는 고속도로 상에서 UPS로 보이는 차와 승용차가

부딛치면서 불길이 오르는 것 같았다.

연달아 펑, 펑, 펑하고 개솔린이 터지는 소리도 들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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