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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편역에 얽힌 후기

원평재 2008. 9. 6. 06:56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 <무기여 잘있거라>를 논술 대비, 세계문학 교재로 요약하여 꾸미는 

번역 청탁이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망설였다.

전에 이 작품을 번역하여 메이저 출판사에서 간행한 원고도 갖고있어서 이를 토대로 한다면 

작업이 편하기는 할 터였다.

 

그러나 전쟁터에서의 남녀간의 진한 애정행위, 음주와 일탈, 그리고 특별히 남성에 대한

종속적 자세가 역력한 여성 주인공, 등등의 내용이 사춘기 수험생에게 과연 권할 만한

텍스트인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고교 상급반, 프렙 스쿨 리딩 리스트에도 있는 이 불후의 작품을 너무 

조심스럽게 방어적으로만 생각하지는 말자는 적극적 평가를 마음 속으로 작정하고, 

다만 몇가지 가이드 라인만은 나 나름으로 정하여 염두에 두면서 일단 작업에 착수하였다.

사실 다시 작품을 대하고 보니, 만인에게 현대의 고전인 이 작품을 내가 왜 그토록

옹졸하게 여겼는지, 자책이 먼저하였다.

 

그럼에도 아래의 원칙은 지키려고 애를 썼다.

 첫째, 남성 위주의 정황 묘사나 그 번역에 제동을 걸자.

그런 맥락에서 대화체에서는 남녀가 모두 상호 경어를 쓰도록하자.

(이 점은 전에 내가 번역한 책에서는 유의하지 못했던 점이었다),

둘째 음주에 대해서 관대하지 않도록하고 가급적 그 장면을 줄여서 보여주자.

세째, 남녀의 성관계 묘사는 짧게, 추상적으로 묘사하자,

네째, 전장의 묘사는 청소년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완곡하게 하자.

다섯째, 신부와 주인공이 보여주는 신앙인과 무신론자의 대치 국면도 부드러운 입장에서

편향되지 않게 정리하자---.

대략 이 정도의 가이드 라인을 나 스스로 정하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간단한 듯한 원칙을 정해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착수했으나 종내에는 힘든 재창조의 과정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책이 나오고 보니 즐거움과 놀라움을 고생한 보람의 보너스로 얻게 되었다.

즉 생각지도 않게 작가와 작품 무대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책속에 보충하여

채워넣은 실무진들의 노력이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돋보였다.

차례에 소제목을 단 것도 편집진의 아이디어였다.

원전에는 없던 것들인데 작품의 이해에는 매우 적절한 표현들이었다.

 

 

 

 등장인물 요약은 역자인 나의 몫이어서 설명을 짧게하여 넘겼지만, 삽화는

화가의 상상력이 유효적절하게 작용하여서 참으로 유용하고 흥미만점이었다.

작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니 매우 즐거운 '데자부',

기시감이 우러나오는 그림들이었다.

화가의 상상력과 창조력에 다시한번 놀랐다.

 

 

 

 마지막 장면은 문학 평론에서 누누히 강조되어 온 명구절인데,

화가의 붓 터취도 이에 뒤질세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헤밍웨이 작, <무기여 잘있거라>에는 많은 후일담이 따른다.

대표적으로는 제목의 이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무기와의 이별이 아니라 Arms를 있는

그대로 이해, 해석하여 팔들과의 이별, 그러니까 사랑과의 이별을 뜻하는 개념으로 보자는

것이다.

무기와의 작별이라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허무의 극치를 나타내는 개념으로는 사랑과의

작별만한 것도 없으니 그렇게 파악하자는 주장이다.

그렇게 본다면 <무기여 잘있거라>는 분명 오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상민이 노래하여 히트한 <무기들아 잘 있거라>에서의 무기들은 "남녀 상열지사"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무기"인가 싶다.

하지만 어찌 여성의 무기들인들 위대하지 않겠는가.

남성 위주, 여성 종속적 타자의 개념이 물씬난다는 반론들이 나오지 않는 이 땅의 풍토가

남성의 한 사람으로 갸륵하게 느껴진다.

 

같은 맥락에서 헤밍웨이의 작품에 나오는 여성들은 또 모두 넘성에 대한 여성 종속적 인간형

이라는 비판도 있다.

모두 모던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다.

 

록 허드슨과 제니퍼 존스가 열연한 영화를 청춘 시대에 본 세대들의 관념을 뒤흔드는

주장들이다.

 

무기여 잘 있거라

 

감독

찰스 비도르
출연
락 허드슨 제니퍼 존스

멤모 카로테누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