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오무라 선생과의 상봉

원평재 2008. 10. 22. 21:47

                                           ▲ 윤동주의 <서시> 육필 원고

 

계간 문예지 <문학과 의식> 겨울호의 편집회의 겸 <세계 한민족 작가연합>의 이사회의가

함께 열린 며칠 전 저녁 모임에서 일본 와세다 대학의 오무라 마스오(大村 益夫) 명예교수 부부와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오무라 교수는 흔히 연변에서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해방 후에 맨먼저 찾아낸 공덕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 사실은 그보다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 본질에 대한 깊은 연구와 남북한을

꿰뚫는 어떤 민족정서의 이해, 동북아에 거주하는 민중들의 서사적 사상의 공유 부문등에 대한

남다른 천착으로 진정한 학자적 가치가 드높은 분이다.

 

내가 오무라 선생에 대해서 깊이 알게된 것은 연변 과학기술 대학에 객원교수로 2000년대 초

파견되어 강의와 함께 연변 조선족 문학에 관하여 연구 논문을 준비하면서 연변대학 조문학부의

김호웅 교수와. 교유하면서 부터 였다.

영문학을 하는 내가 감히 연변 문학에 관심을 갖였던 것은 교포 문학의 범주라는 측면에서

어떤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무튼 김호웅 교수는 오무라 선생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만선 문학"에 대한 그분의 깊은

애정과 식견과 학식에 대하여서는 물론이고, 그 인품의 고고함에 대하여 오히려 더 끊임없이

칭송을 그치지 않았었다.

 

김호웅 교수가 그렇게 칭송해 마지않던 오무라 선생의 인품의 일단을 이번에 나는 직접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즉, 회식의 자리에서 계간 <문학과 의식>의 편집위원인 평론가 임헌영 교수가 오무라 선생

내외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드리고 또 그전에 메일로도 같은 사연을 보냈음을  상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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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윤동주상 문학상 수상자로 박라연(57·사진) 시인이 16일 선정됐다. 또 평화상에는

오오무라 마스오 전 일본 와세다대 교수가, 민족상에는 이종환 "관정 이종환문화재단" 이사장이,

예술상에는 서양화가 김종학씨가 뽑혔다. 이외 중국 옌볜대 교수 겸 수필가인 김관웅씨와

문학평론가 김우종씨가 각각 해외동포문학상과 특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윤동주상은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와 계간 <서시>, 그리고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대구 서구청이 주관한다.

시상식은 11월29일 오후 대구 서구문화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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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로 부터 이 사실을 처음(?) 혹은 다시한번 통보를 받으면서 오무라 마스오 선생과 아끼꼬

여사는 전혀 그런 메일을 받은 바 없었음을 강조하고,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조선인의 가슴에 폐를 끼친 자신이 그런 상을 받을 수는 없다고 강력하게

고사하는 것이었다.

묘지를 최초로 찾아낸 자신의 행동 때문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오히려 가슴에 멍에를 지니게

되었는데 어찌 자신이 <평화상>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사양과 겸양의 말이었다.

 

시상의 향배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는 나중의 문제이되 그 분의 고매한 인품이 내게 뜨겁게

전달되는 장면이었다.

 

이번 만남에서 나는 또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연변을 방문하여 윤동주 시인의 기념 행사를 후원하던 윤 시인의 막내 동생

윤혜원 여사와 오형범 시드니 한인 우리교회 장노께서 병환으로 이제 연변을 더 이상 방문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연변에 있을 때에 그분들과는 여러차례 회동하여 교유한 적이 있었다.

그분들의 윤동주 시인 추모의 정성은 거의 신앙의 경지였다.

그분들이 석달씩 임차하여 쓰는 아파트에서 나는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와 사진 자료들을

직접 볼 수가 있었으며 그 자료들을 나도 다시 사진으로 찍어서 갖고 왔다.

 

그때 그분들의 나이는 여든살 정도, 동갑내기 부부였다.

지금은 80대 중반이 되셨을 것이다.

당시에도 그분들은 이제 나이가 너무 높아서 매년 그해가 연변 방문의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고

하시더니 정말 그해 이래로 방문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른 모양이다.

 

그때도 오형범 장노는 연변의 어두운 아파트 계단에서 며칠 전 낙상을 하였다며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지금 정작 운신이 힘들어진 원인은 윤혜원 할머니의 치매 탓이라고 오무라 선생은

알려주었다.

시드니에서 학회가 있어서 지난 봄에 갔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는"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도 요즈음 해석과 해설의

과정에서 많이 훼절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날카로운 비수가 만주벌의 우리 근대 문학사에까지도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걱정인 차제에 당대의 증인들이 노쇠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움만

앞설 따름이다---.

 

연변에 있을 때에 우리 동포 젊은이들이 참여한 "윤동주 백일장"에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시상식을 주관하던 몇년전의 기억이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 대학 명예교수와 부인 오무라 아끼꼬 여사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부터 김용만 소설가, 필자, 평론가 임헌영 교수(중앙대), 홍기돈 교수(서강대),

장영우 교수(동국대), 오무라 마스오 교수 부부,

뒷줄에 워싱턴 지부의 김행자 전 지부장, 맨 오른쪽이 안혜숙 <문학과 의식> 주간 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