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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신인 등단 심사평 두 꼭지

원평재 2011. 3. 23. 06:17

 

계간 <<문학과 의식>> 봄호에 수필 신인상 두편의 심사평을 쓴것이 있기에

혹시 참고삼아 여기에 올립니다.

추천된 수필가들의 수필 텍스트는 생략합니다.

 

 

 

포토 칼럼니스트를 기대하며

 

1. 김철수 수필 신인상 심사평

 

 

수필 문학을 논할 때면 흔히 경수필과 중수필, 혹은 essay와 miscellany로 나누어서

역사적 고찰을 하는 방식이 정형화 되다시피 하였다.

그러다 보면 수필가로는 몽떼뉴나 베이컨이 등장하는 것도 기본이 되었다.

물론 이러한 서술이 틀린 것도 아니고 진부하다고 타기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정말 진부한 표현을 써보자면 “세상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문화나 문학이라고 하는 개념의 정의 자체가 크게 방향 전환을 하고 있고

문학 장르의 기본도 분류가 바뀌고 이해도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 국내 문필가, 특히 수필가들이 모인 세미나에서도 이런 점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수필문학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결집된 적도 있다.

당시의 결론 비슷한 이야기로는 수필의 형식을 전통적인 이분법으로 나누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식과 내용으로 스펙트럼의 광역 대를 꾀하자는 것이었다.

예컨대 형식으로는 단형 수필, 즉 길지 않은 수필, 5-7매 정도의 글도 당당히 수필의 반열에

넣어서 평가하자는 것이었다.

세상이 모두 단소 경박해 지는 형편에 긴 문학 형식, 특별히 장편 소설의 독자가 이반하는

세태에 수필이라고 장문의 형식을 취해야만 할 일인가.

 

물론 긴 수필도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단형 수필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내용의 측면에서는 퓨전 수필의 장르를 인정, 고취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니까 경수필과 중수필이 별개의 것으로 존재할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영역을 혼합하는

수필이라야 오늘날 융합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시대정신에 맞고 또한 독자의 감성에

어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한편 퓨전이라는 것은 내용상의 융합뿐만 아니라 기법상의 융합도 꾀하자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음악과 수필, 사진과 수필, 그림과 수필을 융합하자는 내용이다.

음악이나 그림에 관한 수필이 아니라 두 가지가 결합된 수필 문학의 형식을 뜻하는

것이었다.

시대는 이제 인터넷의 물결, 전자출판이 종이출판을 어쩌면 능가할 수도 있는 때에

돌입하였다.

 

 

김철수 수필가는 지금껏 반생을 유명한 사진작가로 활동을 해 온 사계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사진 예술도 인간의 감성을 울리는 무한 영역을 전제할 진데, 글쓰기가 전제되는

문학예술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문필의 재능이 보인다면 이보다 더한 금상첨화가

있을 수 없다.

김 작가의 글은 우선 처음부터 독자의 관심을 끌게 하는 기법으로 말머리를 튼다.

전공인 사진예술의 분야에 대한 해결해야할 주문을 숙제처럼 받고서 아직 미해결의

장으로 남아 있다는 서두 부분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글은 차근차근 그 다음 단계로

들어간다.

사회과학을 전공한 박사답게 그의 글은 매우 논리정연하면서도 사진 예술에 관한 지식을

재미있게 풀이해 나가고 있다.

수필 혹은 수필가의 글도 문학예술인 만큼 글의 서술력에 그 생명력이 달려있다 할 것이다.

깔끔한 그의 필력이 조금도 손색이 없다.

사진 예술이 디지털 시대의 문화 현상인양 급격하게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즈음,

이 문화현상, 즉 사진 예술에 누군가가 전문적 지식과 깊은 감성을 갖고 명쾌한 문장으로

길지 않은 논평을 해 주어야하는 시대상에 맞추어서 전문 포토 칼럼니스트, 포토

에세이스트 대망론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김철수 수필가의 역할이 기대되는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정진을 요청하고 기대한다.

 

 

2. 임영순 수필 신인상 심사평

 

 

글 읽는 순서가 김철수 신인의 다음이 된 임영순 신인의 수필을 읽고 따뜻한 감동이

가슴에 차올랐다.

위에서 마침 수필의 종류를 언급하면서 경수필과 중수필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경수필의 모범 같은 좋은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조금 과찬하자면 잘 뽑은 수필집의 한 꼭지를 읽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글의 흐름이 섬세, 유려하면서도 마음속에 간직한 여러 가지 흐름과 그 반추가

때로 격랑처럼 일렁이기 때문이었다.

흔히 경수필이라고 하면 그저 산천경개를 아름답게 묘사하거나 일상을 화려체로

끌고나가는 수사학쯤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진정한 경수필이라면 마음속의 감상을

토로하는 방식이나 내용을 그렇게 처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폄하하는 경우가 있을는지 몰라도 사실은 한 인간의 작은 가슴

속에도 토네이도와 같은 광풍이 몰아치고 생의 의미에 대한 치열한 대면과 전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러한 전쟁을 치루는 마음이야말로 삶의 본질을 보다 깊이 뚫어 들여다보고자 하는

값진 인생의 표상이리라고 생각한다.

 

 

글의 내용으로 보아서 임영순 신인은 성직에 종사하는 분의 내조자로 젊은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잘 지내던 서울 생활을 접고 당시만 해도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오지로 들어가서

마침내 평생을 신앙의 전파를 위하여 일하며 살아오게 된다.

말이 쉽지만 그 변화의 순간은 큰 파도나 해일에 맞닥뜨리는 경우에 진배없을 텐데,

이 수필 신인은 격한 감상을 누르며 차분히 순치된 글로 당시와 현재라는 시점을

섞어가면서 담담하게 피력해 내고 있다.

 

이제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지점에 서서 임영순 수필가는 하늘로부터 받은 자신의 달란트를

겸손의 거름더미에 내팽개쳐 놓지 말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가는 아름다운 신세계로

승화시켜 주리라 기대한다.

특히 사역하고 있는 본분을 처음서부터 내세우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체험과 상념을

문학소녀의 순수한 감상으로 잘 감싸 안으면서 피날레 부분에서 강하게 선포하는 글쓰기의

기법도 한 번 더 칭찬해 마지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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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격월간 <<국제 문예>> 지난호에 졸작 단편 "청산 별곡"이 게재되어서 소개합니다.

내용은 전에 올렸기에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