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인사동 불난 터

원평재 2013. 2. 22. 12:56

 

 

 

 

 

 

며칠전, 인사동에 큰불이 났다.

정확하게는 17일 오후 8시25분께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식당에서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불이나

건물 8개동 19개 점포가 전소됐다.

무심코 TV를 켜다가 갑자기 생생한 불구경을 한 셈인데 차일피일 현장 방문이 늦어졌다.

"현장방문"이라니 공연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무슨 소일꺼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저 정든 골목의 상처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불이 난 곳은 금방 짚어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골목같았는데

막상 미로를 따라가서 현장을 확인하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인사동 골목, 골목이 이런 재해에는 너무나

취약하겠다는 생각이 새삼들었다.

 

불이났던 날도 LPG 개스가 펑펑 터지며 불길은 확산되는데

달려온 수십대의 소방차 중에서 좁은 골목길에 들어갈 수 있었던 차량은

겨우 7대 밖에 되지 않았다던가.

 

 

 

 

 

 

 

 

 

 

 

 

 

 

 

 

 

 

 

불이 난 곳은 그러니까 인사동 본 거리에서는 약간 떨어져있는 곳이었다.

물론 이쪽 포차에도 여름 한철 몇차례 다닌 곳이었다.

 

 

 

YMCA건물에 덧댄 저 퀀셋 형 구조물은 풀장이었는데 지금 사정은 잘 모르겠다.

불난곳 찾기는 이 쪽 뒷골목이라는 귀띔에 무작정 들어섰다.

 

드디어 불이난 곳에 도달하였다.

 

 

 

 

 

 

 

 

 

 

 

 

 

 

 

 

 

 

이미 재개발 지구로 지정된 곳이라서 처참하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않았으나

피해를 본 사람들은 상처가 클 것이다.

자기 일과 남의 일이 이렇게 차이가 많다.

 

 

 

 

 

 

 

 

 

 

 

 

 

 

 

 

 

 

 

 

 

 

 


큰 불이 났으나 얼른 복구에 나서는 마음이 경탄스럽다.

 

 


 

 

 

 

불난 곳을 지나서 다시 인사동 중심지로 발길을 옮긴다.

좁은 골목의 정취가 전처럼 마음 편치는않다.

 

 

스타벅스가 여기 들어올 때 말이 많았던 생각이 난다.

우리말 간판을 크게 달고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던가.

촬영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을까 싶어서 신상 갤러리 6층으로 올라갔다.

저기 보이는 나미나라 공화국은 남이섬을 뜻한다.

이 건물에 일본 중년 여성들의 남이섬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관광업체가 있는데

요즘은 경기가 없다고 한다.

승동 교회가 보인다.

화재 현장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인사동 쪽은 속살이 보이지 않게 각도를 얕게 잡았다.

저 건물들 뒤로 보이는 모양들은 민망스럽다.

그러고 보니 이 집 6층 옥상이 예술이다.

다시 내려와 인사동에서 낙원동 쪽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사물놀이하는 젊은이들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웠다.

젊음은 그저 좋다.

 

 

 

 

 

 

 

 

 

 

 

 

 

 

 

 

 

Lincoln's lament

(링컨의 애가)

Michael Hoppe

이 음악은 1864년 남북전쟁 당시 5명의 아들을 전장에서 잃고 실의에

빠진 한 어머니에게 아브라함 링컨이 보낸 친서의

편지를 보고 감동받아 작곡한 곡이다.

 

- 링컨의애도 -

지난 15일에 아드님께서 빅스버그에서 전사하였다는 비통한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원통하고 애통하시겠습니까!
아드님께서는 자랑스러운 아메리카 합중국군인으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선조 대대로 이어져온 민주공화국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성스러운 죽음을 맞았습니다.

이 편지가 무슨 위로가 될지모르겠으나 아드님의 죽음은 결코

헛된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땅에 어둠을 드리우는 무서운 억압과 독재,폭력,가난에
맞서는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위로의 말씀드리며 귀하의 가정에 행복과 축복이
가득하기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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