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포토 에세이, 포엠 플러스

<바냐 아저씨>를 소개합니다.

원평재 2013. 10. 29. 21:58

 

 

 

 

 

 

 

 

<바냐아저씨> 훈훈한 대학로 연습실 현장 깜짝 공개!: http://t.co/NMVYlRJgvi @youtube 에서

 

 

안톤 체홉의 4대 희극에 속하는 <바냐 아저씨>를 명동 극장에서 보았다.

10월 26일 첫날 첫 프로그램(오후 3시)인데도 객석은 만석이었다.

130분 공연에 중간 휴식도 없는데 배우는 무대에서 열연하였고 객석의 관객들도 매우 진지

하였다.

도시인의 세속적 욕망이 순박한 시골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희비극으로 전개되어서 긴 연극을

재미있게 하였다. 

 

 

 

 

 

명동예술극장
안톤 체호프
연극
2013.10.26~2013.11.24
평일 19시 30분 | 주말 15시 | 화요일 공연없음
R석 50,000원 | S석 35,000원 | A석 20,000원
130분(인터미션 없음)
명동예술극장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이성열
백성희, 이상직, 한명구, 박윤희, 황정민, 정재은, 이지하, 이정수, 유시호
만 13세(중학생)이상 관람가

줄거리


1막
어느 시골 농가에 퇴직교수 부부, 세레브랴아꼬프와 엘레나가
오고부터 집안 분위기가 왠지 느슨해졌다. 식사시간도 일정치 않아지고
온종일 신경통에 시달리는 교수의 응석을 받아주느라고 모두 밤잠을
설치기까지 한다. 전에는 열심히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던 와아냐
아저씨와 소냐, 그리고 의사인 아스뜨로프까지도 자신의 일에 소홀해
지고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바냐(혹은 와아냐)와 아스뜨로프는

아무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소일하면서 보내는 교수부부를 비난하면서도
증오하는 교수와는 달리 아름다운 엘레나에겐 은근한 사모의 정을 품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일마저 팽개치고 그녀와 말을 할 기회를
엿보느라 정신이 없다. 마음씨 착하고 순진한 소냐 역시 요즘 부쩍
방문이 잦아진 유쾌한 미남 의사에게 반하여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노리지만 의사의 마음 속엔 온통 엘레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사사건건 교수를 무턱대고 숭배하는 어머니와 다툰 와아냐는
홧김에 엘레나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는 괴로와 한다.

2막
그날 밤 신경통을 호소하는 교수는 자신의 늙음을 한탄하면서 젊은
아내를 불신하는 말을 하여 그녀를 괴롭힌다. 인생의 퇴락이란 무력감과
죽음에의 두려움이 그를 점점 에고이스트로 만들어 가고 가족들간의
미움과 서로간의 멸시는 점점 커져만 간다. 집안 공기는 정말 질식할
것만 같다. 와아냐는 낭비해 버린 과거와 불합리한 현재를 구원해줄
방도로 엘레나에게 사랑을 구애하고 엘레나는 평범한 러시아의
전원생활을 멸시하며 못견뎌 한다. 한편 자신의 마음을 은근히 내비치는
소냐에게 의사는 전에 있었던 사고로 인해 자신의 환자가 죽은 것을
들추어 내면서 자신은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소냐는 의사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의 못생긴
얼굴이라고 믿고는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 괴로와하던 소냐는 새 엄마인
엘레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계기로 그들간의 서먹했던 관계가
다소나마 해소된다.

3막
교수가 무엇인가 발표하기 위해 가족들을 소집하고 모두는 응접실로
모여든다. 한편 소냐의 고민을 듣고 의사에게 간접적으로 사랑을
전해주던 엘레나는 오히려 의사로부터 자신에 대한 사랑고백을 듣게되고
그에게 몰래 만날 것을 강요당한다. 몹시 놀란 엘레나는 하루빨리 이
집에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해들은 소냐는
절망한다. 교수는 자신의 재산을 정리하고 도시생활을 위한 자금 마련의
방편으로 소유지를 팔고자 한다는 발표를 하고 그에 대한 가족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그러나 와아냐는 온 젊음을 다바쳐서 돌보면서
집안일을 처리해준 자신을 여태까지 하인처럼 취급만 하고는 이제와서는
소유지까지 맘대로 처분한다는 소리에 격노하여 화를 내다가 마침내
총까지 휘두르게 된다.

4막
사태가 악화되자 교수부부는 속히 떠날 결심을 하고 의사는 떠나려는
엘레나에게 마지막으로 구애를 한다. 와아냐는 자살을 결심하나 소냐의
간곡한 만류로 다시 자신이 멸시했던 생활속으로 돌아간다. 소유지와
기타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갈등이 차츰 가라앉고 그들은 작별 앞에서
마침내 서로 화해의 악수를 나누게 된다. 떠나고 남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슬픔을 끝내고 쉬게될 날을 꿈꾸며
바냐와 소냐는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

'바냐 아저씨'는 안톤 체홉의 4대 희극 중의 하나. 러시아 격동기를 배경으로 도시인의

세속적인 욕망과 시골 사람들의 순박함을 대비시키며 미묘한 인간 심리를 파헤친

작품이다. 

 안톤체홉 작품 자체가 냉정하고 담담하고 마치 정지된 사진같아서 굉장한 정제된 호흡이

필요하다

결코 철저하게 정제된 내면의 연기가 쉽지 않을텐데도 연기진의

훌륭한 작품완성에 박수를 보낸다~~~

 

 

  

 

 

 

이성열 연출과 백성희, 이상직, 한명구, 박윤희, 정재은, 이지하, 황정민 등 연극계 대표 배우들의 향연

 

세계적인 거장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바냐아저씨>

1026일부터 112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바냐아저씨>는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해프닝을 그린 작품으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명동예술극장 <바냐아저씨> 바로가기

http://www.mdtheater.or.kr/Home/PerfInfo/TheaterScheduleDetailInfo.aspx?IdPerf=465

 

 

 

 

 

* 본 번역 희곡은, 1986년 모스크바에서 발행된 안톤 체홉 전집에 실려있는 러시아 원본(전집 13권편) <바냐 아저씨>

이용하였다.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나오는 라틴어와 불어는 원어를 그대로 옮기고, 그 밑에 의미를 역주로서 설명하였다.

 


<바냐 아저씨>


(농촌 생활에 대한 4막 희곡)


장소

○쎄레브랴꼬프의 시골집에서 일어난 사건


인물

○쎄레브랴꼬프 (알렉산드르 블라지미로비치) 퇴직한 대학교수.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쎄레브랴꼬프 아내. 27세

○소냐 (소피아 알렉산드로브나) 전처의 딸.

○보이니쯔까야 부인 (마리야 바실리예브나) 삼등관의 미망인. 전처의 어머니

○바아냐 아저씨 (이반 뻬뜨로비치보이니쯔끼) 보이니쯔까야 부인의 아들

○아스뜨로프 (미하일 류보비치) 의사

○찔레긴 (일리아일리이치) 몰락한 지주

○마리나 늙은 유모

○하인


사건은 쎄레브랴꼬프의 시골 저택에서 일어난다.


제 1 막

정원. 베렌다가 달린 건물의 일부가 보인다.

오래 된 포플라 가로수 밑에 테이블이 있고, 차 준비가 되어있다.

벤치 의자가 각각 몇 개.

한 벤치에 기타가 놓여 있다. 테이블 바로 곁에 그네가 늘어져 있다.

오후2시에서3시사이. 흐린날씨.

마리나 (푸석푸석 살이 찐 동작이 느릿느릿한 노파. 사모바르 곁에 앉아서 양말을 뜨고 있다) 와 아스뜨로프 (그 옆을 거닌다)


마리나 (찻잔에 차를 따른다) 드세요 선생님.
아스뜨로프 (내키지 않은 대로 찻잔을 든다) 어쩐지 먹고 싶지 않은데....
마리나 그럼 보드카를 마실래요?
아스뜨로프 아니. 나는 매일 보드까를 마시진 않아. 게다가 이거 무더워서. (사이) 할머니, 우리가 서로 안지 얼마나 됐지?
마리나 (생각해 보면서) 얼마나 됐냐구요? 글쎄요..... 선생께서 여기 이 고장에 오신 게... 그게 언제였는지요?... 그러니까

아직 쏘네치까의 어머니, 베라 빼드로브나께 서 살아계실때였지요. 그분이 계실적에 선생께선 2년동안 겨울에 여기를

다니셨지요... 그렇지, 그러니까 11년이 되었네요. (생각에 잠겨) 어쩌면 좀 더 될는지 .......
아스뜨로프 그 사이 내가 많이 변했나?
마리나 변하고 말고요. 그 때야 선생께선 젊고 멋있었지요, 그러나 지금은 늙었쟎아요. 그때 같이 멋있지도 못하고 더군다나

또 보드까를 마시니.
아스뜨로프 그래... 십년 동안에 아주 딴 사람이 되어 버렸어. 허지만 어떻하겠어? 사실 일을 너무 많이 했거든, 할멈,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꼿꼿이 선 채 한번 쉬지 도 못했고 또 밤에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환자한태 불려나가지 않 을까

하고 늘 불안해 해거든. 내가 할머니와 안면이 있은 후 지금까지 단 하루 도 한가한 날이 없었다구. 그러니 내가 어떻게

늙지 않을 수가 있겠어? 게다가 또 생활이라는게 이렇게 지루하고, 어리석고, 더럽거든... 생활이 말이 아니란 말 이야.

할멈네 사람들은 괴짜들이야. 모두 하나 같은 괴짜들이거든. 그런 사람들 하고 2, 3년만 같이 살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괴짜가 되어 버리거든.이건 정 말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 (자기의 길다란 웃수염을 매만지면서) 이 수염을 보 라구.

굉장히 길지 않아?..... 이건 어리석은 수염이지. 나 또한 괴짜가 되어 버 렸어 할멈...... 허지만 아직 바보가 되진 않았아.

다행히도 머리속은 제대로 있거 든. 하지만 감정이 좀 어쩐지 무뎌진 것 같애. 난 사실 지금 아무것도 원하는 것 도 없고,

또 필요한 것도 없어, 그리고 아무도 사랑하는 이도 없고......허 참. 하! 오직 할멈만은 사랑하오, (유모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내가 어렸을 때 꼭 당신 같은 유모가 있었어.
마리나 뭘 좀 잡수실 생각이 없으세요?
아스뜨로프 아니. 초봄 3주일째에 나는 말릿쓰코의 예촌에 전염병을 보러 갔었지... 발진 티부스였는데... 오막 같은 집안에

사람들이 주르르 누워 있더군... 더럽고 냄새나 고, 연기가 나고, 마루바닥엔 송아지도 병자와 함께 누워 있었거든... 돼지

새끼도 거기 있고.... 나는 거기에서 하루 종일 뛰어다니면서, 제대로 한번 앉아 보지도 못 하고, 물 한방울도 입에 넣지

못했어. 더구나 집에 돌아와서도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다구. 글세, 철도에서 사람을 떠매고 왔었거든. 그래서 나는

수술을 하려고 그 사람을 수술대에다 눕히고 마취를 시키려고 했는데.... 그런데 그가 크토로포름 마취 를 놓자마자 덜컥

죽었어.... 그런데 말야 그렇게 필요도 없을 때에 내 감정이 깨어 나서 마치 내가 그를 죽이기나 한 것처럼 내 가슴은 양심의

가책을 받더군...

나는 그 때 이렇게 앉아서 눈을 감고 생각했어. 이제부터 백년이나 이백년 후에 태어나 는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길을 개척해 준다 해서 과연 우리를 기억 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줄까? 이런 생각들이 말이야. 할멈, 누구 하나 

우리를 기억해 주지 않겠지!.
마리나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아도 하느님이 기억해 주실거예요
아스뜨로프 그래, 고맙워. 좋은 말이야.

보이니쯔끼 등장.

보이니쯔끼 (집안에서 나온다. 아침식사 후에 자고 나서 그는 부수수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밴취에 걸터앉아서 멋진 넥타이를

고쳐맨다.) 응... (사이) 응...
아스뜨로프 잤어?
보이니쯔끼 응... 실컷 잤네. (하품을 한다) 교수네 부부가 여기 와서 살기 시작한 부터는 생활이 완전히 버렸어... 늦잠을

자기도 하고 아침과 점심에는 여러 가지 아주 사치한 음식을 먹고 포도주를 마시지... 사실 이런 것들은 모두 몸에 좋지

않거 든! 예전에는 나나 소냐나 단 한 시간도 한가한 시간이 없이 내내 일했었는데... 그런데 자네 믿을지 몰라도 이제 일하는

 거 쏘냐 뿐이고 나는 자고, 먹고, 마시 고..... 이건 정말 좋지 않아!
마리나 (머리를 흔들면서) 아주 좋은 규칙이 생겼다니까요! 글쎄, 교수님께선 열 두시에 일 어나셔요. 사모바르는 아침부터

벌써 끓으면서, 계속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더구나 교수님이 오시기 전에는 늘 다름 사람들처럼 한 시전에는 점심

식사를 모두 마쳤는데 이제는 저녁 여섯 시가 지나서야 점심식사를 하시지 뭐예요. 또 교수님께 선 밤중에 읽고 쓰고

하세요.

그러다가 갑자기 새벽 두 시경이나 돼서 초인종이 울 지질 않아요. 그래서... 왜 그러세요 어르신? 하면, 차를 가져와, 하시는

거예요 아,

글쎄. 그래서 그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을 깨우고 사보바르를 올려 놓고 해요.... 내 참, 아주 좋은 규율이지 뭐예요!
아스뜨로프 그래 그분들은 여기 오래 있을 참이던가?
보이니쯔끼 - (휘파람을 분다) 한 백년 살 것 같아. 교수는 여기서 아주 살기로 작정한 것 같거든.
마리나 지금도 그래요. 사모바르는 벌써 두 시간전부터 식탁 위에서 끊고 있는데 또 그 사 이에 산책을 가셨지 뭐예요
보이니쯔끼 자, 와요, 와... 그리 화를 내지는 말아요..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린다. 정원 안쪽으로부터 쎄레브랴꼬프,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소냐 및 찔레긴이 산책에서 돌아온다.

쎄레브랴꼬프 참 훌륭하군, 훌륭해... 정말 아름다운 경치야.
찔레긴 네, 정말 훌륭합니다. 교수님
소 냐 내일은 우리 삼림 관리소쪽으로 가봐요, 아버지, 네?
보이니쯔끼 자, 신사숙녀 여러분 이제 차를 마실 시간입니다.!
쎄레브랴꼬프 아, 죄송하지만 여분들 내 차는 서재로 좀 갖다 주었으면 하는데... 나는 아직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좀 남아

있어서 말이야
소 냐 삼림 관리소는 아버지 마음에 꼭 드실거에요...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쎄레브랴꼬프 및 소냐 집으로 들어간다. 찔레긴은 식탁으로 가서 마 리나의 곁에 앉는다.

보이니쯔끼 이렇게 덥고 답답날씨인데 우리의 대학자 선생께선 외투를 입고 덧신을 신고 가기에 우산을 들고 장갑까지

끼셨다 이거야.
아스뜨로프 그러니까 즉, 말하자면 몸조심을 하는 셈이지.
보이니쯔끼 그런데 참 미인이거든 ! 참 미인이야!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렇게 아름다 운 미인을 본 적이 없네.
찔레긴 이봐요, 마리나 찌모페예브나, 나는 마차를 타고 들을 달릴 때 에도, 그리고 그늘진 정원을 거닐거나, 또는 이

식탁을 볼 때에도 정말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맛보거 든 날씨는 황홀해 빠질 정도이고, 새들은 우짖고 우리들은 모두

이렇게 평화롭고 사이좋게 살고 있고... 글쎄 여기에 또 무엇이 필요하겠어? (잔을 들면서) 아, 마음 으로 부터의 감사를

드립니다.
보이니쯔끼 (꿈꾸듯이) 그 눈... 정말 이상한 여자야!
아스뜨로프 이봐 , 이반 빼뜨로비치. 뭐든지 애기좀 해봐
보이니쯔끼 (시무룩해서) 무얼 말하라는 거야?
아스뜨로프 무슨 새로운 소식 같은거 없나?
보이니쯔끼 새로운 소식? 아무 것도 없네. 모두가 낡은 것들 뿐이지. 나 역시 예전과 마찬 가지야. 아니, 어쩌면 더 나빠졌을

지도 모르지. 이젠 게을러져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망령난 늙은 영감처럼 중얼중얼 잔소리만 하고 있으니까. 여기에

우 리 어머니는 늙은 까마귀처럼 아직도 여전히 여성해방론을 뇌 내이고 있어. 한 쪽 눈으로는 자신의 무덤을 보면서 또 한

눈으로는 책속에서 새로운 삶의 빛을 찾고 있다니까.
아스뜨로프 그럼 교수는?
보이니쯔끼 아 대학자 말이야? 교수께선 여전히 아침부터 밤까지 서재에만 틀어박혀
뭔가를 열심히 쓰고 계시지. 왜 이런거 있잖아'미간을 찌푸리고 골머리를 썩여 가 며 아침부터 밤 까지 시를 쓰고 또 쓰건만

이내 몸도 나의 노래도 칭찬을 들은적 은 한번도 없네' 이런 형편이야. 직직 긁혀서 바려지는 종이들만 불쌍한거지.
차라리 자기 자서전을 쓰는 것이 훨씬 나을텐데. 그래, 사실 이거 정말 멋있는 소 재라구. 그렇지 않아? 정년퇴직한 대학

교수이신데다 바싹 마른 장작이신데다 기 기에 유식한 통대구시라 이 말씀이야. 또 통풍장이고 류우머티즘이고, 편두통에

다, 그것도 부족하셔서 시샘과 질투로 간장 부플어 올랐다 이거야...
그런데 그 통대구가 말이지 어쩔 수 없이 죽은 본 마누라의 영지로 굴러 들 어왔어. 무슨 까닭인고 하니 도시에 살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더라 이 런 애기야. 교수는 자기처럼 재수없고 불우한 사람은 없다고 허구헌 날 불평만 하고

있지만 실은 그만큼 운이 좋은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걸. (신경질적으로)
정말이지 얼마나 운이 좋은 자식이야! 기껏해야 교회 머슴의 자식이 관비로 공부 를 해 가지고는 운좋게 박사가 되고, 또

교수가 되어 친임관이 되더니 추밀원 의 원의 사위님으로 들어 앉으시고 이래저래 여차여차 하신 형편이니 말이야. 어쨌 든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이거야. 뭐냐하면 만 25년 동안 예술이 어떻고 문학이 어떻고 하면서 쓰고 가르치고 해온 사나이가 사실 문학이고

예술이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 는 거야. 그러니까 교수께선 25년 동안 리얼리즘이다 자연주의다 넋두리즘이다 하면서

결국 남의 사상을 흉내만 내고 있었을 뿐이지.
25년 동안 그자가 쓰고 지껄이고 해 온 것은 현명한 인간이면 이미 옛날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고, 또 바보 같은 인간에겐

도무지 재미없기 짝이 없는 것이어서
25년이란 세월은 결국 허황한 물거품과 다름없었던 셈이야. 그런데도 그 작자의 자존심 좀 보라구. 저 거만한 꼬락서니란.

하지만 이번에 정년 퇴직하고 보니 세상 에 누구하나 그작자의 일을 기억하고 있질 않아. 이름이고 뭐고 없어. 결국 말이 야

25년동안 재수 좋게 남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거야. 그런데 봐 보라구 자기 가 마치 산 부처님이나 되는 것 처럼 뻐기고

있단 말야.
아스뜨로프 아니 이거 자넨 질투하고 있군 그래.
보이니쯔끼 암 질투가 나고 말고. 그러면서도 그자는 여복이 있거든.
아무리 카사노바라도 그 사람만한 여복은 없을꺼야.
그 자식의 전처였던 내 누이동생은 온순하고 훌륭한 여자였어. 마치 저 하늘처 럼 청순하고, 고상하고 관대해서 그자의

제자보다 더 많은 숭배자가 있었지. 게 다가 마치 천사같이 아름답고 순결한 사랑을 그자에게 바치고 있었어.
그자의 장모,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그 자를 숭배하고 있어. 그리고 그 자식의 후처로 말할 것 같으면 자네도

조금전에 보았지만 재색을 겸비한 여성인 데, 그 여자까지 이미 노경에 접어든 그 작자의 아내가 되어 아까운 젊음과

미 모와 자유와 희망을 바치고 있는 거지.
이상한 이야기야. 도무지 모르겠어. 왜, 어째서일가?
아스뜨로프 그 여자는 교수에게 정숙하나?
보이니쯔끼 유감스럽게도 그래.
아스뜨로프 유감스럽다니? 어째서?
보이니쯔끼 어째서라니! 그 여자의 정숙함이란 철두철미 거짓투성이이니까 그렇지. 거죽만 번드르 했지 도무지 이치에

맞질 않아 싫어서 죽을 것 같은 늙어빠진 영감이지 만 바람을 피우는 건 여자의 도리가 아니라면서 가련한 자신의 젊음과

감정을 죽이는건 결코 부도덕한 일이 아니래.
찔레긴 (우는 목소리로) 바냐, 나는 자네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좋지 않아. 그 정말이지... 아내나 남편을 배반하는 자는

정말 불성실한 인간으로, 그런 사람은 자신의 조국 도 배반할 수 있는 거거든
보이니쯔끼 (성을 내며) 잠자코 있어, 바플야!
찔레긴 미안하지만 바냐. 내 아내는 내 외모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한 다음날로 자기 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하고 달아나

버렸어. 하지만 그 후에는 나는 내 의무를 버 리지 않았네. 나는 지금까지도 그 여자를 사랑하고, 또 그 여자에게 충실하네.

힘 껏 그 여자를 도와주고 그 여자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낳은 어린것들의 양육에 내 전 재산을 내 놓았네. 결국 나는

행복은 잃어 버렸는 지 몰라도 명예가 남았 지. 그런데 그 여자? 청춘은 벌써 지나가 버리고 아름다움은 자연의 법칙을 따라

퇴색해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은 죽고... 그러니 지금 무엇이 그 여자에게 남아 있 겠나?

소냐와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등장. 조금후에 마리야 바씰리에브나가 책을 들고 등장. 그 여자는 앉아서 읽는다. 그에게

차를 주나, 그쪽을 보지 않고 마신다
.
소 냐 (성급하게 유모에게) 할머니, 저기 농부들이 왔어요, 잠깐 가서 이야기해요, 차는 내가 따를게요... (차를 따른다)

유모 퇴장. 옐레나 안드레예브나는 자기의 찻잔을 들어서 그네에 앉아서 마신다.

아스뜨로프 (옐레나 안드레예브나에게) 난 댁의 남편을 보러 왔습니다. 당신께서는 그 분께서 몹시 아프셔서 류마찌스와

또 무엇인가라고 쓰셨던데. 별로 나쁘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옐레나 어제 저녁에는 몹시 괴로워하면서 다리가 아프다고 하셨는데, 오늘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아스뜨로프 그런걸 난 또 부랴부랴 80리를 한 달음에 뛰어 왔습니다. 하지만 뭐 괜찮 습니다. 이런게 처음은 아니니까요.

그 대신 댁에서 하룻밤 재워 주십시오. 그래 서 어디 나도 한번 최소한 Quantum satis <주 - 라틴어, [마음껏, 실컷]> 자

보 기라도 하게요.
소 냐 그렇게 하세요.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 주무신다는 건 흔치 않은일이니까요. 아마 아직 점심 식사를 안 하셨겠지요?
아스뜨로프 네, 아직 안 먹었어요.
소 냐 그럼 우리 식사 때 함께 잡수세요. 우리는 요즘 오후 여섯시 지나서 점심을 한답 니다. (마신다) 아이 차겁네!
찔레긴 사모바르가 아주 식어 버렸습니다.
옐레나 괜찮아요, 이반 이바노비치, 식은면 식은대로 먹지요.
찔레긴 저,...실례올시다만... 저는 이반 이바노비치가 아니라 일리야 일리이치입니다... 일리 야 일리이치 찔레긴, 또는

어떤 사람들은 내 얼굴이 곰보라고 해서 바플랴라고 부 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쏘네치까에게 세례를 주고,

당신의 남편이신 교수께서도 나를 잘 아십니다. 나는 지금 댁에서, 이 영지에서 신세를 지고 있습니 다... 그리고 말씀

드립니다만 나는 매일 당신과 함께 식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소 냐 일리야 일리이치는 우리를 잘 도와주시는 분으로 정말 우리들의 오른손 같은 분이 예요. (부드럽게) 아저씨, 차

더 드세요.
마리야 아차!
소 냐 왜 그러세요, 할머니?
마리야 알렉산드르에게 말할 것을 잊었구나... 이렇게 잘 잊어서야... 오늘 하 리 꼬브의 빠벨 알렉쌔예비치한태서 편지를

받았다... 자기가 책자의 안내서를 보내 왔더구나...
아스뜨로프 재미있어요?
마리야 재미는 있지만 어쩐지 이상한 생각도 들어요.
7년전엔 잔뜩 편을 들던 학설을 이번엔 부정하고 있으니 말이야. 정말 두려운 일이야.
보이니쯔끼 두려울건 없어요. 자, 차를 드세요 어머니
마리야 그래도 난 이야기가 하고 싶단다.
보이니쯔끼 하지만 우리는 벌써 50년 동안이나 쉴새없이 지껄이고 팜플렛을 읽고 해왔지 않습니까 이젠 적당히 집어치울

때예요.
마리야 넌 어쩐지 내 이야기를 듣는 게 싫은 모양이구나. 너한테 뭐 잘못한 점이 있으 면 사과하겠지만 작년부터 1년 동안에

싹 달라져서 이젠 딴 사람을 보는듯한 기분이야.... 이전에는 뚜렷한 신념이 있는 명랑한 사람이었는데....
보이니쯔끼 네 그렇구 말구요! 난 명랑한 인간이었지만 그러면서도 누구하나 밝게 해줄수는 없었어요.... (사이) 이 내가

명랑한 인간이라구... 이 보다 더 뼈아픈 야유는 그리 흔치 않을걸. 나도 이젠 마흔 일곱이에요.
작년까지는 나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그 궤변으로 내 눈을 가리고 이 현실을 외면하려고 했었지요.
그리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도대체 어떤 꼴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난 울화가 치밀고 분통이 터져서 밤잠도 제대로 못잡니다.
바라는 것은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었던 젊은 시절을 우물쭈물 헛되이 보내 버 리고 이 나이가 된 이젠 이미 아무것도 손에

넣을수가 없으니 말예요.

소냐 바냐 아저씨 그런 얘기 재미 없어요!
마리야 (아들에게) 어쩐지 넌 옛날에 자기가 갖고 있던 신념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구 나... 하지만 나쁜것은 그 신념이

아니에요 너 자신인거야
신념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죽은 문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넌 잊고 있었 던 거야... 일을 했어야 했던 거야.
보이니쯔끼 일이라구요?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어머님의 그 교수처럼 아무 글이나 내 갈기는 그런 기계가 될 수는

없는 일이예요.
*Perpetuum mobile <주 - 라틴어, [영원한 기계]>
마리야 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소냐 (애원하듯) 할머니! 바냐 아저씨! 제발!
보이니쯔끼 응 알았어 내가 입 다물고 요서를 빌게

사 이.
옐레나 오늘은 잠 좋은 날씨에요... 덥지도 않고...

사 이.
보이니쯔끼 이런 날씨에 목을 매면 정말 기분 좋을걸...

찔레긴 키타의 줄을 맞춘다. 마리나 저택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닭을 부른다.

마리나 구구-구-구-구구-...
소 냐 할머니 무엇 때문에 농부들이 왔어요?
마리나 언제나 그 일이지요. 또 그 황무지 일이요. 구구-구-구-...
소 냐 뭘 부르고 있어요?
마리나 얼룩 암탉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어디로 가 버렸네... 까마귀한태 채여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퇴장)

찔레긴 폴카를 친다. 모두 침묵하며 듣는다. 하인 등장.

하 인 의사 선생님이 여기 계십니까? (아스뜨로프에게) 미하일 류보비치, 선생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아스뜨로프 어디서?
하 인 공장입니다.
아스뜨로프 (실망하며) 흥, 참 감사한 일이군. 어쩌겠어, 가야지... (눈으로 모자를 찾 는다) 속이 상하는군, 제기랄....
소 냐 아이 참 안타까워요. 정말... 공장에 가셨다가 점심 잡수시러다시 오세요.
아스뜨로프 아니요 그 땐 늦을 거예요. 어디있나, 어디 갔어... (하인에게) 여보게 그런데 보드카를 한 잔 갖다 주겠나

(하인 퇴장) 어디 있어... 어디 갔어... (모자를 찾아 낸다) 오스뜨롭스끼의 그 어떤 희곡엔가 수염은 길고 재능은 없는

사람이 나오 는데, 내가 바로 그래. 자 그럼 여러분... (옐레나 안드레에브나에게) 언제 한 번 이 쏘피야 알렉싼드로브 나와

함께 제 집을 찾아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제 영지는 모두 해서 30,000에 안 되지만, 그래도 만약 흥미가 있으시다면 사방 2천 5백 평방을 돌아다녀도 볼 수 없을 만큼

모범적인 정원과 나무들을 보여 드 리지요. 제 영지 곁에 바로 삼림 관리소가 있습니다... 산직이가 늙어서 늘 앓고 있는

터라 실제로는 제가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지요.
옐레나 당신이 숲을 사랑하신다는 말은 벌써 들었어요.
물론 그건 아주 유익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본직에 방해가 되지는 않나요? 당신은 의사가 아니세요.
아스뜨로프 우리들의 본직이 무엇인가는 하느님만 아시지요.
옐레나 그래 재미있으세요?
아스뜨로프 네 아주 재미있는 일입니다.
보이니쯔끼 (비양대며) 무척!
옐레나 (아스뜨로브에게) 당신께서는 아직도 젊으셨는데요. 얼핏 보아서는 설흔 일곱 쯤이 으로 보이는데.... 그러니까

결국 아마 말씀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재미 있지는 않을 것이에요. 자나깨나 숲 이야기만 하시고 너무 단조로운 것 같이 

생 각 돼요.
소 냐 아니예요, 그건 아주 재미있는 일이예요. 미하일 류보비치께서는 해마다 새로운
나무들을 심어요. 그래서 이분께는 동메달이나 표창장들이 보내 왔답니다.
이 분은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항상 애쓰고 계셔요. 만약 이 분의 이야기를 들 으신다면 당신께서도 완전히 동감하실

거에요. 이분은, 숲 이라는 것은 대지를 장식 하고 인간에게 아름다운 것을 이해하도록 가르치고 장엄한 감정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씀하시지요. 숲은 기본적으로 거칠은 기후를 온화하게 한 대요. 그리고 기후가 온 화한 나라들에서는 자연과의

싸우는 일에 힘을 소모하는 것이 적기 때문에 사람도 한결 순수하고요. 그러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아름답고 온화하고,

자극에 민감하고 그 들의 언어는 매끄럽고 동작은 우화 하대요. 그런 사람들 속에서는 과학과 예술이 번 영하고 그들의

철학은 음울하지 않고 숙녀에 대한 태도는 매우 품위있고 예의바르고 ..
보이니쯔끼 (웃으면서) 브라보! 브라보!... 모두 좋은데 단지 그 뭐랄까 설득력이 좀 없군. (아스뜨로프에게) 그런데 미안

하지만, 이봐, 내에게만은 지금처럼 계속 난로에 장작을 때고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을 허락해 주면 좋겠는데...
아스뜨로프 난로에는 석탄을 때고 집은 돌로 짓으면 되지 않나. 그야 나도 필요에 따라서 는 숲을 채벌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냐. 하지만 무엇 때문에 습관 적으로 숲을 쉽게 없애 버리나? 러시아의 숲은 이제 도끼 날 아래 와지끈

소 리를 내고 수 십억 주의 수목들이 사멸되고, 새와 동물들의 집들이 유린되고 강물은 점점 말라 버리고 아름다운 풍경들은

되 돌릴 수 없게 사라져 버리네.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은 사람들이 게을러져 몸을 굽히어 땅속으로부터 연료를 얻어내려는

생각이 부족한 것에 그 원인이 있는거네. (옐레나 안드레예브나에 게) 그렇지 않습니까. 부인? 난로에다 그렇게 아름다운

것을 불사르고, 자기들이 창조하지도 못할 것을 파괴하는 것은 무모한 야만적 행동이라고 해야 할 것입 니다. 인간에게는

그들에게 주어진 것을 풍부히 하게 하기 위하여 이성과 창 조력이 부여되어 있습니다만, 그러나 이 때까지 인간은 창조

하지 않고 파괴하 여 왔습니다. 숲은 나날이 줄어들고 강물은 마르고 새들은 살지 못하게 되고 기후는 점점 나빠집니다.

그리하여 점차대지는 날로 빈약해지고 메말라 거칠 게 되는 것지요. (보이니쯔끼에게) 자네는 역시 비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군.

그래 내가 하는 모든 말이 자네에게는 진심으로 들리지 않겠지.. 그리고... 그리고 어쩌면, 이건, 사실.. 정말 괴이한

일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내가 구 한 벌목이 될 뻔한 농민들의 숲 곁을 지날 때나 또는 내 손으로 심은 어린 숲 이 바람에 설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면, 난 그래도 조금이나마 기후라는 것이 나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또 만약 천년 후에 인간이 그로

인해 행 복하게 된다면 그것을 위해 나 역시 조금의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돼. 내가 어린 봇나무를 심고

그것이 후에 청정하게 자라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볼 때에는 나의 가슴은 뿌듯한 감정으로 가득 차네, 그리고 나는...

 (하인 이 쟁반에 보드카 잔을 받쳐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러나... (마신다) 이제 그만 가 보아야겠네. 하지만 결국

이런 건 어쩌면 모두 괴이한 것일지도 모르 지. 자, 그러면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집 쪽으로 간다)
소 냐 (그의 팔을 끼고 함께 간다) 언제 다시 우리 집에 오시겠어요?
아스뜨로프 알 수 없지요...
소 냐 한달 후에나요?...

아스뜨로프와 소냐 집으로 간다. 마리야 바씰리예브나와 찔레긴이 식탁 곁에 남아 있다.
옐레나 안드레예브나와 보이니쯔끼는 발코니로 나간다.

옐레나 그런데 이반 빼뜨로위치, 당신은 또 공연한 짓을 하셨어요.
Perper-tum mobile (주:영원한 기계)라고 말해서 마리야 비씰리예브나를 화나게 할 필요 뭐가 있어요! 그리고 아침 식사

때에 알렉산드르하고 다투셨지요. 그런건 모 두 쓸데없는 일이에요.
보이니쯔끼 하지만 내가 그를 증오하고 있다면!
옐레나 알렉산드르를 증오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 은 사람이에요. 당신보다 더 나쁠 것도

없고요.
보이니쯔끼 만약 당신이 자기의 얼굴과 자기의 행동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사는 것이 아주 귀찮으신 것 같아요! 정말

귀찮은 것 같아!
옐레나 네, 사실 귀찮기도 하고 실증도 나요! 주위의 모두사람들이 남편을 욕하고 모두 저 를 동정의 눈으로 바라

보거든요,

늙은 남편과 살다니 가엾기도 하여라, 하는 듯이 말이예요. 그래요 제에 대해서 그렇게 동정해 주는 마음을 잘 알 수

있어요!

하지 만 지금 방금 아스뜨로프선생님이 말씀하셨지요, 당신들은 모두 무모하게 숲을 없 애 버려 이제 머지 않아 이

지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요. 그와 마찬 가지로 당신은 인간을 무모하게 멸살시켜 이제 머지 않아 당신

때문에 이 세상에 는 절개도, 순결도, 자기 희생의 정신도 남지 않을 거예요. 어째서 당신은 자기의 여자도 아닌 사람에

대해 그냥 바라보시지 못하는예요? 그건, 의사 선생님이 말씀 한대로 당신에게는 파괴의 악마 근성이 있기 때문이예요.

당신들에게는 숲도 새도, 순결한 여자도, 아깝지 않으신거지요......
보이니쯔끼 나는 그런 철학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이)
옐레나 저 의사 선생은 피로에 지친 듯한 신경질적인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멋있는
얼굴이예요. 아마도 쏘냐는 그 사람을 좋아해서 사랑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
기분은 나도 알수 있어요. 내가 온뒤 그분은 벌써 세번이나 여기 오셨지만
난 내 성적이어서 한번도 조용히 이야기한 적도 없고 다정한 말 한마디 걸어 준 적도 없어요.
무척 심술 사나운 여자라고 생각하고 계실 거야.
이봐요 바아냐씨 당신하고 내가 이렇게 사이가 좋은 것은 아마 둘이 다 우울하 고 쓸쓸한 인간이기 때문인 모양이죠!
정말 우린 우울해요! 그렇게 남의 얼굴을 보는게 아니에요. 난 그런건 싫어.
보이니쯔끼 어떻게 다르게 당신을 바라볼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는데요. 당신은 나의 행복이며 생명이며

나의 청춘입니다! 물론 이 사랑에 보답 받을 수 있는 가망이 거의 없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 나는 아무 것도

필요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허락 해 주십시오...
옐레나 조용하세요, 누가 듣겠어요! (집쪽으로 간다)
보이니쯔끼 (여자의 뒤를 쫓아가면서) 좋다고 하는 데 어때요. 제발 당신을 사랑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세요. 제발 외면

하지 마세요. 그냥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가장 큰 행복입니다..
옐레나 그만 그만 하세요. (둘 모두 집안으로 들어간다)

찔레긴 줄을 퉁겨 폴카를 친다. 마리야 바씰리예브나 안내소책자의 여백에 무엇인가 적어 넣는다.







제2막

쎄레브랴꼬프 저택의 식당. 밤. 정원에서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 들린다.

쎄레브랴꼬프 (활짝 연 창문 앞의 안락의자에 앉아 졸고 있고)와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그의 곁에 앉아서 역시 졸고 있다)

쎄레브랴꼬프 (눈을 뜨고) 거기 있는게 누구야? 소냐냐?
옐레나 저예요.
쎄레브랴꼬프 레노치까, 당신이요, ...아파서 못 견디겠어!
옐레나 담요가 바닥에 떨어졌어요 (그의 밥을 싼다) 알렉산드르 창문을 닫지요
쎄레브랴꼬브 아니, 난 숨이 답답하고... 난 지금 막 잠깐 졸았는데 왼쪽 다리가 내 것이 아 닌 것같은 꿈을 꾸었어. 너무 너무

아파서 잠을 깬거야. 이건 정말 신경통이 아 니라 류마찌즘인 것 같애. 지금 몇시나 됐지?
옐레나 12시 20분이예요. (사이)
쎄레브랴꼬프 아침에 서재에 가서 바츄쉬꼬프의 책을 좀 찾아봐 줘. 우리 집에 있었던 것 같은데.
옐레나 네?
쎄레브랴꼬프 아침에 바츄쉬꼬브의 책을 좀 찾아보란 말이야. 집에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그런데 왜 이렇게 숨이

 답답하지?
옐레나 피로하신거예요. 이틀동안이나 주무시지 않았으니까요.
쎄레브랴꼬프 뜨루게네프는 신경통에서 시작해서 협심증이 되었다더군. 난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건 정말 저주스럽고 혐오스러운 일이야. 제기랄 망할놈의 것. 늙으니까 내 스스로 나 자신이 싫어지니... 당신들이 모 두가 날

보기는 것조차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지.
옐레나 여보, 당신은 당신이 늙은 것이 마치 모두 우리 때문인 것처럼 말씀하시는군 요
쎄레브랴꼬브 물론, 그 중에서도 제일 첫 번 째로 당신이 날 싫어하겠지.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물러나서 좀 떨어져 앉는다.

쎄레브랴꼬프 물론,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 무리는 아니야.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당신은 젊고, 건강하고, 또 아름답게 살기를 원하고 있지, 그런데 나는 늙은 노인인데다가 이미 죽은 시체나 마찬가지니까. 안

그래? 아무렴 내가 그걸 모르겠어? 물론 내가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는 것은 무척 어리석은 일이지. ..... 하지만 조금만

기다리오, 이제 곧 당신들을 모두를 자유롭게 해줄테니까 나는 그리 오래 끌지는 않을 거야.
옐레나 전 피곤해요... 제발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쎄레브랴꼬프 그러니까 결국 나 때문에 모두가 피곤하고 지루해하고 자신의 청춘을 망치 고 있는데, 나 혼자만 생활을 즐기며

아무 불만도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응, 안 그래?
옐레나 아무 말씀도 하지 마세요! 꼭 고문당하고 있는 것 같아요
쎄레브랴꼬프 어차피 그럴테지. 모두 나한태 고문당하고 있다구!!
옐레나 (눈물 섞인 목소리로) 더 이상 참을수가없어요! 말씀하세요, 당신 도대체 저더 러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쎄레브랴꼬프 어떻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어.
옐레나 그럼 좀 제발 그냥 잠자코 계세요. 부탁이에요.
쎄레브랴꼬프 그거 참 이상한 일이야. 이반 빼뜨로비치나 또는 그 늙은 바보 할망구인 마 리야 바실리예브나가 말하면 모두들

아무 일없이 그냥 듣다가도 내가 한마디 라도 할라치면 모두 금방 불행한 표정을 짓는단말이야. 아마도 내 목소리조 차 듣기

싫은 모양이야. 그래, 좋아 내가 그렇게 보기 싫고 아주 철면피한 이 기주의자고, 또 폭군(독재자)이라고 치자구 - 그렇다고

해도 내가 지금 이렇 게 나이가 들어서 나의 이기주의에 대한 약간의 권리도 가지지 못한단 말이 야? 그래, 나에게는 그만한

가치도 없단 말이야? 당신에게도 묻고싶어, 그래 내게는 노년을 안락하게 지낼 권리도, 사람들에게 돌보아 달라고 할 권리도

없단 말이야?
옐레나 아무도 당신의 권리에 대해서 이러고 저러고 하지 않아요. (창문이 바람에 덜컹거린다) 바람이 일어요. 창문을 닫도록

하지요. (닫는다) 곧 비가 오겠어요. 아무도 당신의 권리를 이러고 저러고 하진 않았어요.

사이. 정원에서 야경꾼이 딱딱이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쎄레브랴꼬프 난 한 평생 학문을 위해서 노력했고, 나의 서재와 강당과 훌륭한 동료들과 사귀어 왔어. 그런데 갑자기 불의에

이것도 저것도 모두 사라지고 이런 무 덤 속에 떨어져 들어와서는 매일같이 어리석은 인간들만 보고 하잘것없는 이 야기만

듣고 있으니...... 나는 살고 싶어. 나는 성공하고 싶고 명예를 얻고 싶 고 명성을 떨쳐서 떠들썩하게 유명세를 치르고 싶어.

그런데 여기는 - 마치 유 배된거나 다름없어. 매일 매시간 마다, 지나 간 날들을 회상하고, 남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질시하고

또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소... 못 견디겠소! 정말 못 견디 겠어! 더군다나 이곳 인간들은 이런 노후에 들어선 나를 전혀 위로해

주려 하지 않거든!
옐레나 기다리세여, 조금만 참으세요, 한 5,6년 지나면 저도 할머니가 텔테니까요.

소냐 등장.

소 냐 아버지, 아버진 어째서 아스뜨로프 선생님을 부르라고 하시고는, 정작 그분이 오시 면 만나시질 않아요. 그건 실례예요.

공연히 남에게 헛수고만 시키시고....
쎄레브랴꼬프 너의 아스뜨로프가 내게 무슨 소용이냐? 그 작자는 내가 천문학을 아는 것만 큼도 의학에 대해서 알지 못해.
소 냐 그렇다고 아버지의 신경통 때문에 의과 대학을 여기에다 통채로 옮게 오게 할 수는 없쟎아요.
쎄레브랴꼬브 그런 미친광이하고 난 말도 하기싫다.
소 냐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앉는다) 전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요..
쎄레브랴꼬프 지금 몇시나 됐지?
옐레나 한시가 다 돼 가요.
쎄레브랴꼬프 아, 답답해... 쏘냐야, 거기 식탁 위에서 물약병을 좀 가져다다오.
소 냐 (물약병을 준다)여기있어요
쎄레브랴꼬브 (화를 내면서) 에이 그것 말고! 뭐 하나 마음놓고 시킬수가 없구나!
소 냐 제발 어거지를 좀 쓰지 마세요. 어떤 사람들에겐 그게 좋을지 몰라도 저는 딱 질색이거든요, 저는 그런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또 저는 그럴 틈이 없 어요.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풀을 베어야 해요.

보이니쯔끼 잠옷을 입고 촛불을 들고 등장.

보이니쯔끼 바깥은 소낙비가 곧 올 것 같군 (번개) 저봐, 시작이다! 엘렌도 쏘냐도 가서 자 오, 내가 교대 할테니.
쎄레브랴꼬프 (놀라서) 아니, 안돼! 나하고 이 사람을 함께 둬 두지 말아. 안돼, 이 사람은 한번 입을 열기시작하면 끝이

없으니까!
보이니쯔끼 하지만 이 사람들도 좀 쉬게 해 주어야 해요. 이틀 밤이나 자지를 못했으니.
쎄레브랴꼬프 그럼 마음대로 가서들 자라구. 하지만 자네도 좀 가 주게. 고맙네, 제발 부 탁이야. 우리들의 예전의 우정을

생각해서 반대하지 말고, 나중에 이야기하 세.
보이니쯔끼 (랭소를 띠우고) 예전의 우정... 예전의 우리의 우정이라...
소 냐 그만 두세요, 바냐 아저씨.
쎄레브랴꼬프 (아내에게) 여보, 제발 나를 저 사람과 단 둘이 남지 않게 해줘. 저 사람이 입을 열면 내가 미칠때까지 한도끝도

없을테라니까.
보이니쯔끼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우스워지는군.

마리나가 촛불을 들고 등장.

소 냐 할머니, 이젠 그만 자요. 늦었는데.
마리나 식탁의 사모바르도 치우지 못했지요. 어디 그렇게 잘 수가 있어야지요.
쎄레브랴꼬프 모두 자지 못하고 지쳐 있는데, 나만 혼자 행복을 맛보고 있다는 건가
마리나 (쎄레브랴꼬프에게로 다가가서 유순하게) 어떠세요, 아르신의 이 병도 퍽이나 오래 됐습니다. 그렇지요. 돌아가신 배라

빼뜨로브나인 쏘네치까의 어머님께서도 역 시 늘 밤을 세우시면서 고생을 하셨지요... 그분께선 어르신을 무척이나 사랑

하셨으니까요... (사이) 늙은이라는 것은 아이들과 같아서 누가 가엾이 생각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게 마련이지요. 하지만

이런 늙은이를 가엾이 생각을 해 주는 사람이 없거든요 (쎄레브랴꼬프의 어깨에 입을 맞춘다) 어르신, 자, 어서 침대로

가십시다... 자 가십지요... 제가 보리수 차를 끓여서 발을 따뜻하게 해 드릴께요....... 빨리 나을수 있도록 하느님께도 기도도

드릴께요.....
쎄레브랴꼬프 (감동하여)응, 그래 가지, 마리나.
마리나 제 발도 어르신처럼 꼭 그렇게 아프답니다요! (쏘냐와 함께 그를 부축하여 간다) 배라 빼뜨로브나께서도 그저 늘

고생을 하셨지요, 늘 울으셨지요... 쏘네치까, 아 가씨는 그 땐 아직 어리셨고 아무 철이 없었거든요... 자, 어서 가십지요,

어르신

 (나릿님)...

쎄레브랴꼬프, 소냐, 그리고 마리나 퇴장.

옐레나 저 사람 때문에 아주 지치어 버렸어요. 당장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예요.
보이니쯔끼 당신은 저 사람 때문이지만 난 바로 나 자신 때문에 지쳐버리고 있어요. 벌써 사흘 밤이나 자지 못하고 있으

니까요.
옐레나 이 집은 참 불행한 집이예요. 당신의 어머니는 안내소책자와 제 남편을 제외하고 는 모든 것을 미워하고 계시지요,

그리고 제 남편은 늘 화를 내고 저를 믿지도 않고 당신을 두려워하지요, 또 쏘냐는 아버지헌테 화를 낼 뿐 아니라 저에게도

화를 내고 벌써 두 주일 째나 저와는 말도 안 해요, 그리고 당신은 우리 주인을 미워하는 것은 물론, 이젠 완전히 드러내내

놓고 당신의 어머니를 멸시 하지요. 이런날 저는 또 저대로 정말 속상해서 오늘만 해도 벌써 스무 번이나 더 울고 싶었어요...

이 집은 정말 불행한 집이예요.
보이니쯔끼 철학은 그만 둡시다.
옐레나 이반 빼드로위치, 당신은 교양 있고 현명한분이니까 잘 아시리라 생각되요. 이 세 상은요 도둑이나 화재 때문에

멸망하는 게 아니라, 결국 증오와 질시 등의 아주 사 소한 것들 때문에 멸망하는 거예요... 곧, 당신이 할 일은 잔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화목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보이니쯔끼 그럼, 우선 나부터 나 자신과 화해하게 해 주시오 네, 엘레나!... (여자의 손에 입을 맞춘다)
옐레나 이러지 마세요 (손을 뺀다) 저쪽으로 가세요!
보이니쯔끼 이제 곧 비도 갤 거예요. 그리고 나무고 풀이고 모든 것이 생생하게 소생하여 가슴 가득 숨을 들이마실 겁니다.

그러나 폭풍도 천둥 소리도 내 마음속의 구 름을 몰아내 주지는 못할 거예요. 나의 일생은 이미 글렀다, 돌이킬 수 없다고 하는

생각이 마치 터주대감이나 귀신처럼 밤낮으로 내 가슴을 짓누르는 거예 요. 지나간 시절의 추억도 없어요. 쓸데없는 일에다

멍청하게 낭비해 버렸기 때 문이죠. 그럼 현재는 어떤고 하니, 도무지 뭐라고 할 수 없도록 돼먹지도 않았 어요. 그러면서도 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도 난 인간다운 애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하면 좋죠?

어떻게 하라는 거죠? 자, 나의 생활과 나의 사랑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나의 인간다운 감정은 마치 땅굴속에 떨어진 햇빛처럼

헛되이 사라져 가는 거예요. 그리고 나라는 인 간도 자멸해 가는 거죠.
옐레나 당신이 제게 사랑이 어떠니 하며 이야기를 하실 때에는 전 어째서인지 바보처 럼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미안하지만 저는 뭐라고 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가려고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보이니쯔끼 (길을 막으며) 그리고 이 집안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유일한 하나의 생명, 그러 니까 당신이요. 당신생명마져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ㅋ나를 괴롭히고 있는 줄 아십니까. 이것을 당신이 알아주신다면!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대체 어떤 저주받을 철학이 당신을 방해하고 있습니까? 좀 생각해 보세요 네, 생각해 보시라구요...
옐레나 (유심히 그를 응시한다) 이반 빼뜨로위치, 당신은 취하셨군요.
보이니쯔끼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옐레나 의사 선생님은 어디 계세요?
보이니쯔끼 저기 있습니다... 아마 내 방에서 자고 있을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그럴 지도 모르지... 모두 그럴지도

모르거든!
옐레나 오늘 또 마시셨군요. 도대체 무엇 때문이지요?
보이니쯔끼 마시면 말이요. 조금은 어떻게든 좀 생활 나아지니까... 상관 마세요, 엘렌!
옐레나 전에는 술같은 것은 입에 대지도 않고 또 결코 지금처럼 말씀을 많이 하시지 않 았지요... 가 주무세요! 당신하고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답답해요.
보이니쯔끼 (여자의 손에 입을 맞추면서) 소중한 사람... 아름다운사람!
옐레나 (귀찮은 듯이)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정말 짜증이 나 미치겠어요 (퇴장)
보이니쯔끼 (혼자) 가 버렸어... (사이) 10년전 난 저여자를 죽은 나의 여동생 집에서 보았 었지. 그때 저여자가 열일곱이고 난

설흔 일곱이였는데... 어째서 난 그때 저여 자를 빨리 사랑하고 청혼을 하지않았던가? 그땐 모든 것이 쉽게 잘되었을텐 데....

그랫다면 지금 저여자는 나의 아내가 되었을텐데... 그렇지 그랫다면 지금 쯤 우리둘은 저 소나기 때문에 잠을깻을텐데. 그리고

아내가 천둥소리에 놀라 면 난 가슴에 푹 앉아 주면서" 괜찮아 내가 있잖아" 하고 속삭였겠지... 아~~ 정말 멋있는 꿈이야 정망

멋있어 웃으이 다 나올정도야 하지만 안돼, 안돼 또 머릿속이 복잡해 지기 시작하는군... 어째선 난 늙어버렸을(나이를 먹었을)

까? 어째서 엘렌은 날 이해하지 못하는거지? 저 솔직한 말투, 고리타분한 사고방식,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이 어떠니 하는

어줍지 않은 철학... 모든게 다 혐오스러 워!! 아! 도대체 난 얼마나 속은 거야. 저 망나니 같은 교수를, 난 진정으로 존 경해서

마치 소처럼 지금까지 죽도록 일만 해왔어! 쏘냐와 난 이 땅에서 마지 막 한 방울까지 짜내고 그에게 보냈지. 우리는 한푼 두푼

모아서 그녀석에게 수천루불이라는 큰돈을 보내주기 위해, 마치 구두쇠 처럼, 참기름과 완두와 우 유는 물론 우리들의 먹는

빵까지도 절약을 해야했지. 난 그 자식과 그 자식의 학문이 자랑스러워 그것이 나의 보람이기도 하고 채찍 이고 했던 거야!

그 자 식이 말하는 것, 쓰는 것이 모두 내게는 몹시 천재적인 것으로 생각되었었으니까 ... 아아 그런데 지금은 어때? .

정작 퇴직하고 나니까 그 자식이 평생 걸려서 무 엇을 했는지 이젠 환히 내다보인단 말야. 그 자식이 죽고 나면 한 페이지도

남는 게 없을걸.

그자식은 이름도 없는 무명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 비누거품이야!
난 완전히 속은거야.. 이제야 알겠어. 어리석게도 속았단 말이야...

아스뜨로프 후록코트에 조끼도 넥타이도 없이 등장. 술을 먹었다. 그의 뒤로 찔레긴이 키타를 들고 등장.

아스뜨로프 자 치게!
찔레긴 모두들 자는데
아스뜨로프 상관말고 치라구!

찔레긴 조용히 기타를 친다.
아스뜨로프 (보이니쯔끼에게)자네 혼자 있나? 부인들은 안 계시고? (양손을 허리에 짚고 조용히 노래부른다) [오막집도

달려라, 난로도 뛰어라, 주인은 아무데도 누울 곳 없어...] - 나, 소나기 때문에 잠을 깼네. 굉장한 비인걸. 지금 몇 시쯤 됐어?
보이니쯔끼 알게 뭐야.
아스뜨로프 여기서 옐레나 안드레예브나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보이니쯔끼 방금까지 여기에 있었어.
아스뜨로프 아름다운 미인이야. (탁자 위의 병을 바라본다) 약이로군, 하, 도대체 없는게 없 군! 하리꼬프 것도, 모스크바 것도,

뚤라 것도... 그 사람의 신경통 때문에 골탕을 먹지 않은 도시가 없을 정도이군. 그 사람은 정말 아픈거야 아 니면 꾀병이야?
보이니쯔끼 아픈거야, (사이)
아스뜨로프 그런데 자네는 어째서 그렇게 우울해? 교수가 가엾기라고 한거야?
보이니쯔끼 그냥 내버려 둬.
아스뜨로프 그렇잖으면 혹시 자네 교수 부인을 짝사랑 하고 있나?
보이니쯔끼 그 여자는 내 친구야.
아스뜨로프 벌써?
보이니쯔끼 아니, '벌써'라니?
아스뜨로프 여자와 남자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단계가 필요해. 처음에는 그냥 아 는 사람이고, 다음에는 연인,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드디어 친구가 될 수 있 거든.
보이니쯔끼 속물같은 철학이군.
아스뜨로프 뭐? 그렇지. 그럴지도 모르지.. 솔직히말해서 난 이미 속물이 되어 버렸네. 보라 구 나는 취해 있어. 보통 나는 한

달에 한번 쯤 이렇게 퍼마시지. 그리고 이렇 게 취한 경우 나는 극도로 파렴치 해지고 거만해 지네. 그럴 때 내게는 세상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닌것으로 여겨지지! 더욱이 그럴때 나는 가장 어려운 수술에서도 훌륭히 성공을 하지. 그리고 나는 미래에

대한 아주 광활한 계획을 그려보는데, 그런 때는 나 자신 내가 단순한 괴짜라 생각되지 않고 인류에게 거 대한 행복을 가져 올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확신하네... 거대한 행복을 말이 네! 그리고 그 때에 나에게는 나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 체계가 생겨서

자네들이 모두 작은 벌레나... 미생물처럼 보이기 시작해. (찔레긴에게) 바플랴, 치라구.
찔레긴 이봐, 친구 나는 자네 말이라면 뭐든지 들을 수 있지만, 하지만 좀 생각을 해 보라 구 - 모두들 자고 있쟎아!
아스뜨로프 상관말고 치라니까!

찔레긴 조용히 탄다.

아스뜨로프 마셔야 해. 자 가세, 아마 나 한태 꼬냑이 좀 남아 있을 거야. 날이 새면 곧 우리 집에 가세. 갈거지? 우리집에는

조수 한 명 있는데 그 녀석은 맨말 [가겠지]라고 하거든. 망할 자식이라구는. 어때 갈거지? (들어오는 쏘냐를 보 고) 어, 이거

미안합니다. 넥타이도 매지 못하구. (빠르게 퇴장. 찔레긴 그의 뒤를 따라 퇴장)
소 냐 바냐 아저씨, 아저씨는 또 의사 선생님하고 마셨군요. 정말 대단하세요. 그 분은 늘 그런 사람이지만 아저씨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아저씨 나이에 어울리지 않아요.
보이니쯔끼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진정한 참 생활이 없을 때는 모두가 환상으로 사는 거 야. 어째든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소 냐 전에는 모두가 다같이 일을 했었는데, 이제 풀을 베는건 나뿐이고 날마다 비가 내려서 이미 모두가 썩어 가고 있어요,

그런데 아저씨는 환상을 쫒고 계시지요. 아저씬 이제 아주 집안 일 따위는 내버렸어요... 혼자서 일하는 저는 이젠 아주 기쳐

버렸다구요. (놀라서) 아, 아저씨, 우세요? 웬 눈물이에요!
보이니쯔끼 눈물은 무슨 눈물? 아무것도 아니다... 방금 네가 날 바라보는 눈빛이 꼭 죽은 네 어머니와 가구나. 우리 가엾은

소냐. (쏘냐의 손과 얼굴에 세차게 입을 맞춘 다) 내 동생... 그리운 내동생... 지금 동생은 어디에 있을까? 만약 그 애가가

알 아준다면, 만약 그가 안다면!
소 냐 뭘요? 아저씨, 뭘 안다는거예요?
보이니쯔끼 괴롭다. 괴롭다구...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다... 나중에... 아무 것도 아니야... 아, 이제 가야지... (퇴장)
소 냐 (문을 두드린다) 미하일 류보비치! 주무시나요? 저 잠깐 뵐수 있을까요!
아스뜨로프 (문 저쪽에서) 네, 이제 곧! (조금 후에 등장. 이번에는 조끼도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소 냐 저, 선생님께서 술을 드시고 싶거든 그렇게 하세요, 허지만 부탁드릴께요, 저희 아 저씨에게는 마시게 않게 해주세요.

몸에 해로워요.
아스뜨로프 좋습니다. 앞으로는 마시지 않겠습니다. (사이) 나는 이제 집에 돌아갈것입니다. 그렇게 결정을 했습니다. 아,

지금부터 마차에 말을 메는 동안에는 날이 밝겠지 요.
소 냐 비가 오고 있어요. 아침까지 기다리세요.
아스뜨로프 소나기는 지나가 버렸지요. 또 다시 온다고 해도 별 것은 아닐겁니다. 가겠습니 다.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는 제발

당신 아버님에게 나를 부르지 말라고 해주세요.
내가 신경통입니다 하면 그 분은 류마티스요 하고, 내가 누워 계시라고 하면 그분은 는 반대로 앉아 계십니다. 더구나 오늘

같은 날은 전혀 나하고는 말도 하시지 않습니 다.
소 냐 나쁜 습관이 베어서 그래요. (찬장 안을 찾는다) 뭐 좀 잡수시지 않겠어요?
아스뜨로프 글쎄요. 네, 좀 주십시요.
소 냐 전 밤에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해요. 찬장 안에 무엇이 있는 것 같애요. 아버지는 평 생동안 여자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었

다고 해요. 그래서 그 아버지의 여자들이 아 버지를 저렇게 나쁜 습성을 가지도록 만든것이지요.. 자, 치즈, 어때요? (두 사람

찬장 곁에 서서 먹는다)
아스뜨로프 나는 사실 오늘 아무 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냥 마시기만 했지요. 당신 아버 지께선 정말 까탈스러운 성격

이십니다. (찬장 안에서 술병을 꺼낸다) 괜찮겠지요 (한잔 따라서 마신다) 여기는 아무도 없으니, 솔직히 말합니다만 나

같으면요, 사실, 당신 집에서는 한 달도 살지 못할 거 같아요. 이런 분위기는 정말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자신의 신경통과 책

속에 통채로 틀어박혀 사는 당신 아버지, 우울증에 걸려 있는 바냐, 당신의 할머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의 의붓어머니도

그렇고.....
소 냐 새어머니가 어째서요?
아스뜨로프 사람은 모든 것이 아름다워야 합니다. 얼굴도, 옷도, 마음도, 상상하는 것도. 그 분은 두말할 것 없이 모든것이

아름답지요. 허지만... 그 분은 단지 먹고, 자고 산책하고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 모두를 유혹하고 - 그 이상 아무 것도 없지 요.

그분는 정말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지요, 다른 사람들이 그 분을 위해서 모두 일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게

무위한 생활은 절대 깨끗 할 수가 없지요. (사이) 하긴 어쩌면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요. 나도 사실 당신의

아저씨처럼 이런 삶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둘 다 매일 불평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지요.
소 냐 선생님은 생활에 만족하고 계시지 않으세요?
아스뜨로프 물론, 나도 기본적으로는 나의 생활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 시골의, 러 시아의 평범한 이 시골 생활을

이제는 정말 더이상 사랑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나는 이 생활을 마음속 깊이로부터 경멸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나의 삶을

말 한다면 정말이지 이젠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도록 바닥이지요. 아시겠어요, 가령 당신이 캄캄한 밤중에 숲 속을 걸러

간다고 해요. 얼마나 두려운 일이겠어 요. 하지만 그때 만약 저멀리에 등불이 보인다면, 당신은 그때부터 피곤한 것도, 어두운

것도, 가시 돋힌 나뭇가지가 당신의 얼굴을 후려치는 것도 잊어버릴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일하고 있습니다 - 그건 당신도

아시지요 - 이 고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하게도 나를 후려 쳐서 때때로 나는 견딜

수 없이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게는 저 멀 리 등불이 없습니다. 결국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아무 것도 기대하

지 않으며 나는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나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소 냐 그 누구도요?
아스뜨로프 네 그 누구도. 아, 다만 댁의 유모만은 오랜 친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따 뜻한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농부

들은 몹시 단조롭고 무지하여 답답하고 더 러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물론 인텔리겐차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이지요.

까 다로워서 비위를 맞추기 어렵고, 그들은 대부분 나를 피곤하게 하거든요.
그들, 친분이 있는 인텔리겐차들은 모두 협소한 생각과 조그마한 감정으로 자 기 코끝보다도 더 앞을 내다보지 못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그저 어리석지요. 그러면 좀 더 현명하고, 좀 더 큰 인물들은 어떠냐? 그들은 매우 신경질이고 분석하고 후회

하는 병에 걸려 있지요... 그들은 그냥 불평을 해요. 사람들을 미 워하기도 하고, 병적으로 남 욕을 하거든요. 사람을 사귈

때에도 그들은 옆눈으 로 다가와 사람들을 흘겨보고 '오 이것은 미치광이다'라든가 또는 '이건 허풍장이다!' 라든가 그래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 나 같은 사람의 이 마에다 무슨 말을 붙여야 좋을지 모를 때에는 '이건 괴상한 인간이군,

괴짜야!'하

고 말합니다. 쳇..... 난 숲을 사랑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괴짜인거지요. 나는 고기 를 안 먹습니다. 그게 또한 괴짜라는

겁니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있는 그대로 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관계라는 것은 이미 없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없어요! (마시려고 한다)
소 냐 (말린다) 안 돼요, 제발 부탁이니 이젠 그만 마시세요.
아스뜨로프 어째서지요?
소 냐 이건 정말 선생님답지 않은 행동이세요! 선생님은 신사답고 또 부드러운 목소리 를 가지고 계세요... 또한 선생님은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멋있는 분이세요. 그런 데 무엇 때문에 술을 마시고 카드를 치는 그런 사람들과 같은 행동을 하세요? 네,

정말 부탁드릴테니 그런 행동은 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언제나 사람들이 창조하지는 않고, 자신에게 하늘이 이미 준 것을

파괴만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어요. 그 런데 어째서, 어째서 선생님은 선생님 자신을 파괴하고 계세요? 그러시면

안돼요, 제 발 부탁이에요, 그러지 마세요.
아스뜨로프 (쏘냐에게 손을 내민다) 이제부터는 마시지 않겠습니다.
소 냐 저에게 맹세해 주세요.
아스뜨로프 좋아요 맹세합니다.
소 냐 (손을 꼭 쥐고) 고마워요!
아스뜨로프 이제 끝입니다.. 이제 난 정신을 차렸습니다. 보세요, 벌써 이렇게 확 깨여 버렸 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이대로

죽는 날까지 밀고 나가겟습니다.(시계를 본다) 그 럼 좀 더 이야기를 하도록하지요. 사실 말이지 나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습 니다. 벌써 늦었지요... 나이는 먹을대로 먹었고 과로해서 사람이 옹색해졌고, 감 정은 모두 무디어 졌고, 또 아마

나는 그 누구를 마음에 가진다는 것은 이제 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하 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껏 나를 붙잡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은 아름 다움이겠지요. 아무리 애써도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어쩔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가령 예를들어 그 옐레나 안드레예브나가 만약 그럴 생각이 있다면, 적어도 하루

정도는 나의 머리를 핑 돌게 할수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사랑의 감 정도 연애의 감정도 아니지요... (손으로 눈을

기리고 몸을 떤다)
소 냐 왜 그러세요?
아스뜨로프 아니 그저... 초봄에 우리 집에서 환자 하나가 클로로포름 마취로 죽었습니다.
소 냐 그 일은 이제 그만 잊어 버려도 돼요. (사이) .... 미하일 류보비치...
만약에요... 제게 아주 친한 친구나 또는 여자동생이 있어서 그 애가.. 만약.. 저 가 령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고, 또 만약

당신께서 그 사실을 아신다면 어떻게 하시겠 어요?
아스뜨로프 네? (어깨를 으쓱하고)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아마 아무렇지 않을 것 입 니다. 아, 아니 난 아마 그 여자에게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겠 지요... 그리고 도대체 그런 일에는 통 관심이 없으니까요. 아, 그건 그렇고, 이젠 가

야야 할 시간이군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이러고 그냥 있다가는 아침까지도 이야 기가 끝나지 않을 겁니다. (손을 잡는다)

응접실을 지나서 가도 괜찮겠지요, 당신의 아저씨 한태 붙잡히면 곤란하니까요. (퇴장)
소 냐 (혼자)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어... 저분은 마음을 아직 나한태 완전히 열어 주시지 않았어, 그런데, 그러네

난 어째서 이렇게 행복한 기분이 드는 걸까? (행복한 나머지 웃는다) 나는 저분에게 선생님은 우와하고, 고상하고, 선생 님의

목소리는 무척 부드러워요 라고 말했어... 우습게 들리지나 않았을까? 저분의 떨리는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고 나를 어루만지고

있어... 이봐, 나는 이 공기 속에 서 그것을 느낄수 있어... (괴로워서 두손을 비비며) 아아 난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어떻하면

좋아! 어떻하면 좋아! 난 내가 못생겼다는 걸 잘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저번 주일날에는 성당에서 나왔을 때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을 들었어, 한 여자가 말했지, '저 처녀는 착하고 속은 넓은데 가엾게도 얼굴이 못 생겼어요'라고

 하고... 얼굴이 못생겼어......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등장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창문을 연다) 소나기가 지나갔네, 공기가 무척 상쾌하구나! (사이)
의사 선생님은 어디 계시지요?
소 냐 가셨어요. (사이)
옐레나 쏘피!
소 냐 왜 그러세요?
옐레나 쏘냐는 도대체 언제까지 나 한태 그런 얼굴을 할 작정이지요? 우리 서로 아무 나쁜 일도 있지 않았쟎아요. 그런데 무엇

때문에 우리가 서로 원수처럼 살아야 해? 이 전 그만 해 제발...
소 냐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를 포옹한다) 이제 그만 서로 화를 풀어요.
옐레나 그래 암 그래야지 (둘이 다 감동의 표정)
소 냐 아버지는 주무세요?
옐레나 아니 응접실에 앉아 계셔... 우리는 서로 정말 한 주일 동안이나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요, 별로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말이야.. (찬장이 열린 것을 보고) 아니, 이게 뭐야?
소 냐 미하일 류보비치께서 저녁을 드셨어요.
옐레나 어머 포도주가 있네.. 화홰의 의미로 마시지 않겠어요? 부두데르샤프트 (화해의 뜻)소 소 냐 네, 좋아요 마세요.
옐레나 자, 이 한 잔으로... (붓는다) 이 렇게 하는 것이 좋아. 자, 이젠 내가 말을 놔도 되 겠지? (이제 너라고 해도 좋지?)
소 냐 그럼요 좋아요 (마시고 입맞춘다) 나도 벌써부터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어쩐지 어색해서요.... (운다)
옐레나 어머나, 왜 우니?
소 냐 아니, 아무것도 아녜요, 괜히 그저.
옐레나 자, 이젠 됐어... (운다) 이런 바보 같으니. 나도 눈물이 나오지 않니.... (사이) 넌 내가 어떤 이해타산이 있어서 너의

아버지와 결혼한 것으로 생각하고 나 한태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진실로... 만약 네가 나의 맹세를 믿는다면 내

맹세 코 말하지만 - 난 너의 아버지를 사랑해서 결혼하게 된거야. 나는 그분이 대단히 덕망있는 학자고 유명한 사람이였기

때문에 마음이 끌렸던거야. 물론 이런건 진정 한 사랑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그때 내게는 이것이 진정한 사랑으로

여겨 졌였어. 내 탓만은 아니지. 그런데 넌 우리가 결혼하던 날부터 그 날카롭고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내내 바라보았지.
소 냐 이젠 화해했잖아요, 화해했으니까 모두 잊어 버려요.
옐레나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 네게는 어울리지 않아. 모든 사람을 믿어야 해.
그렇지 않으며 삶은 살수가 없는 거야. (사이)
소 냐 그러면 엄마, 진심으로 친구처럼 솔직히 말해주실래요?....... 행...복...하세요?
옐레나 ... 아니.
소 냐 나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럼 또 하나 물어볼께요, 또 솔직하게 말해줘요.
젊은 남편이 있었으면 해요?
옐레나 넌 참... 진짜 아직 어린애구나. 물론 있었으면 하지. (웃는다) 자, 뭐든지 더 물어봐.
소 냐 의사선샌님이 마음에 들어요?
옐레나 응, 아주 무척.
소 냐 (웃는다) 난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요? 그분은 가셨어요, 그렇지만 내겐 항상 그분의 목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어두운 창문을 바라 보면 거기에 그분의 얼굴이 보여요. 오늘 난 다 말하겠어요... 하지만 크게 말할

수 가 없어요. 창피해서요. 제 방으로 가서 이야기해요. 재가 바보처럼 보이지요?
그렇지요? 그분ㅇ에 대해서 무엇이든 좋으니 이야기해 주세요...
옐레나 무슨 이야기를 말이니?
소 냐 그 분은 현명한 분이에요... 그분은 뭐든지 알고 뭐든지 할 줄 알어요... 의사로서 치 료도 하고 또 나무도 심고...
옐레나 나무를 심는 것이나 치료를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야.. 알겠니, 중요한 것은 능력이 있다는 것이야! 능력이

무엇인지 너 아니? 대담한 용기, 자유로운 사고, 넓 은 아량 등 이런것들이지... 가령, 예를 들어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고 하자.

그러 면 벌써 그것이 천년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추측하고, 그분은 이미 인류의 행복을 그려보거든, 그런 사람은

드물어. 그런 사람이야말로 우리에게 소 중한 것이지... 그분은 술을 마시고 또 때로는 거칠은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겠니? 러시아에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순수함 마음으로 살수가 없어. 좀 생각을 해봐, 그 의사선생님이 대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진탕길에 추위와 눈보라의 엄청난 거리, 사람들은 투박하고 거 칠고 어느

곳에서나 가난과 질병, 이런 환경속에서 매일매일 일을 하고 싸워 나가는 사람이 마흔이 되도록 순수하게 술도 한잔 안 마시고

지낸다는 것은 거의 어려운 일이야 (쏘냐에게 입맞춘다)
난 진심으로 네 행복을 빌어. 그리고 또 너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일어선다) 그렇지만 난 언제나 서글픈 단역이야...

음악회에를 가나, 남편이 집에 있으나, 모 든 로맨스속에서나 - 어디에서나, 난 한 마디로 말해서 그저 단지 주인공 옆에

있 는 단역에 불과해. 솔직히 말해서 쏘냐, 생각해보렴 나는 정말로 불행한 여자다! (격동되여 왔다갔다한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는 행복이라는 게 없어, 없어! 아니, 너 왜 웃니?
소 냐 (얼굴을 가리고 웃는다) 난 정말 기뻐요... 정말 행복해요!
옐레나 아아, 난 지금 피아노를 연주해보고 싶어졌다, 뭐든지 연주에 보고 싶어.
소 냐 치세요 (그를 껴안는다) 어차피 나도 지금 잘 수 도 없으니까 치세요!
옐레나 잠깐, 가만있어 너의 아버지가 아직 안 주무셔. 아버지는 아플 때 음악이 들으면 화를 내시지, 좀 가서 물어보고 오렴렴,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면 내가 연주할게,
가 봐.
소 냐 네, 가서 물어볼게요. (간다)

야경꾼이 정원에서 딱딱이를 친다.

옐레나 쳐 본지가 정말 오래됐네. 오늘은 치면서 바보처럼 실컷 울어야지. (창을 향해서) 야경 딱딱이를 치는 게 에핌이니?
야경꾼의 목소리. 예!
옐레나 딱딱 소리내지 말아 교수님이 편찮으시니까.
야경꾼의 목소리. 네, 이제 저리로 갑지요. (휘파람을 분다) 어-이, 쥬치까 말치크! 쥬치까
(사이)
소 냐 (돌아와서) 안 된대요!
- 막 -


제3막

쎄레브랴꼬프 저택의 응접실. 좌, 우, 중앙에 문이 세개 있다 - 낮.
보이니쯔끼와 쏘냐는 의자에 앉아 있고 옐레나 안드레예브나는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거닐고 있다.
보이니쯔끼 교수 선생께서 우리 모두에게 오늘 오후 1시까지 이 응접실에 모였으면 하 는 희망이 있던데..... (시계를 본다)

벌써 1시 15분전이군. 무언가 이 세계에 알 리실 말씀이 있으신 모양이야.
옐레나 아마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지요.
보이니쯔끼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을게 뭡니까! 되지도 않은 글을 쓰고, 불평만 하고, 질투나 하고, 그 이상 아무 것도

없지요.
소 냐 (꾸짖는 어조로) 아저씨!
보이니쯔끼 응, 그래 내가 미안,미안. (옐레나 안드레예브나를 가리키면서) 하지만 좀 봐라, 나른나름해서 비틀 비틀 거닐고

있다. 정말 아름답다, 정말!
옐레나 당신은 정말 하루종일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시는군요. 그렇게 하루종일 입을 벌 리고 있으면서 실증도 안 나세요!

(우울해서) 전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에요,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소 냐 (어깨를 으쓱하며) 일이야 얼마든지 있지요? 마음만 먹는다면요.
옐레나 가령 예를들면?
소 냐 집안 일을 한다든가, 가르친다든가, 환자를 간호해 준다든가, 얼마든지 있지요. 아니 뭐 일이 없어서 못하겠어요? 엄마도

아버지도 여기 없을 때는 나하고 바냐 아저씨 는 직접 시장으로 밀가루를 팔러 가곤 했어요.
옐레나 어머, 난 그런 건 못 해. 그리고 또 흥미도 없고. 농부들을 가르치고고, 고쳐 주 고 하는 것은 이상주의 소설 속에서나

있는 거야. 어떻게 내가 갑자기 무작정 그들 에게 가서 그들을 가르치고 간호해 줄 수 있단 말이니?
소 냐 하지만, 난 왜 가서 가르치지 못할 건 뭐가있는지 모르겠어요. 두고 보세요, 이제 엄마도 익술해질테니까.

(그를 포옹한다) 그렇게 답답해하지 말아요, 엄마. (웃으 며) 엄마는 답답해서 어떻게 할 주를 모르지요. 그런데 그 답답함과

나태함이라는 건 전염성이 있나봐요. 보세요, 저기, 바냐 아저씨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꼭 그림 자처럼 엄마 뒤만 쫓아다니

쟎아요, 또 나도 일을 내버려두고 대화를 하러 엄마한태 이렇게 달려왔쟎아요. 이젠 게을러져서 아무 일도 못 하겠어요!

미하일 류보비치 선 생님도 전에는 한 달에 한번이나 올까말까, 이따금 우리 집에 오시지 않아서 그분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제 날마다 여기 오시고, 선생님네의 숲과 의사 일도 다 내팽개쳤잖아요. 엄마는 정말이지 요술사인기봐요.
보이니쯔끼 무얼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활발하게) 자, 아름다운 분, 이제 현명해지세요! 당신의 혈관 속에는 마녀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요 차라리 아주 마녀가 되지 그래요! 좋아요, 어디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자유에 몸을 아주

맡기고, 빨리 어느 다른 괴물한태라도 정신없이 빠져 보세요 - 교수 선생을 비 롯해서 우리 모두가 정말 두 팔을 벌리고

어이없이 바라볼 수 있게 머리부터 온몸으로 빠져 보시라구요!
옐레나 (화가 나서) 제발 절 좀 가만 두어 주세요! 너무 말씀이 심한거 아니예요! (가려고 한다)
보이니쯔끼 (그녀를 붙잡는다) 아니, 아니, 엘레나,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 오 (손에 입맞춘다) 우리 화해

하도록 해요.
옐레나 이건 정말 천사라도 참지 못할꺼에요. 이것만은 알아두셔야 해요.
보이니쯔끼 화해와 용서의 뜻으로 이제 제가 장미 꽃다발을 갖다 드리지요. 아침에 당신에 게 드릴려고 준비해 두었던

것입니다. 가을의 장미--- 정말 매혹적이고 애수에 젖은 꽃이지요... (퇴장)
소 냐 가을 장미 - 매혹적이고 애수에 젖은 장미... (둘 모두 창문으로 밖을 내다본다)
옐레나 벌써 9월이구나. 어떻게 우린 여기서 겨울을 지낼까! (사이) 의사 선생님은 어디 계 시니?
소 냐 바냐 아저씨 방에 계셔요. 무엇인가 쓰고 계시던데... 바냐 아저씨가 나가셔서 마침 잘 되었어요. 어머니, 할 이야기가

있어요.
옐레나 뭔데?
소 냐 무엇이냐구요? (그의 가슴에다 머리를 파묻는다)
옐레나 자, 자 그만, 그만 됐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만 됐다니까.
소 냐 엄마, 난 얼굴이 못생겼어요.
옐레나 어쩜 이렇게 머리칼 고울까.
소 냐 아녜요! (거울에 얼굴을 비치여 보려고 돌아다본다) 아녜요! 얼굴이 못생긴 여자에 게 사람들은 모두 '당신의 눈은

아름다워요, 또 당신의 머리칼 고와요' 라고 말하 는 법이지요... 난 그분을 벌써 6년동안이나 사모하고 있어요. 어머니보다

더 사랑 해요. 매시간마다 매순간마다 그분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고, 그분과 손잡은 그 감 촉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늘 문을 바라보고 기다려요. 나에겐 언제나 그분이 금방 들어 올 것만 같애요. 그리고 보세요. 나는 늘 그 분의 이야기를

하러 엄마한태 오지 않아요. 특히 요사이는 그분이 날마다 오시지만, 저한태는 눈길도 주지 않으시고 쳐다보지도 않으세요. ...

이건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저에겐 이제 아무런 희망도 없어요. 없어요! (절망적으로) 오오, 하느님 저는 이제 지쳤습니다.

저는 밤새 기도 드렸어요... 난 몇 번이고 그 분 한태 가서 이야기도 걸어보고, 또 그분의 눈을 바라보기도 해요... 이제 저에겐

이미 자존심도 없고, 제 자신을 억제 할 힘도 없어요...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서 어제 바냐 아저씨에게, 의사선생님 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했어요... 이제 제가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건 하 인들도 모두 알고 있어요. 모두 알고 있어요.
옐레나 그런데 그분은?
소 냐 그분은 제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어요.
옐레나 (주저하면서) 이상한 사람이구나... 좋아, 내가 그분에게 이야기해볼게, 응... 조 심해서 아주 넌지시... (사이)

정말이지, 그렇게 언제까지나 모르고 있어서야 어쩐 담... 좋아 소냐!, 그렇게 하자!

소냐 동의하여 고개를 끄떡인다.

옐레나 그럼 됐어. 사랑하는가, 않는가 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걱정할 것 없어, 그래, 불안해 할

것도 없어,

내 넌지시 조심스럽게 물어 볼테니까, 그분이 눈치채지 못할 거야. 우린 그냥 단지 그런가 아니가만 알면 되니까. (사이)

만약, 그 분이 '아니다'라고 하면 그때는 여기 다시 오지 말라고 그러자, 응?

소냐 동의하여 고개를 끄떡인다.

옐레나 보지 않는 게 차라리 맘이 편할거야 뭐. 좋아 언제까지나 질질 끌 것 없이 지금 당장 물어 보자꾸나. 저번에 그분이 나

한태 무슨 도면을 보여 주겠다고 했 어... 가서 내가 선생님을 잠깐 뵈였으면 한다고 전하렴.
소 냐 (몹시 흥분해서) 나중에 나 한태 전부 진실대로 말해 주겠지요?
옐레나 그야 물론이지. 진실이라는 것은 그게 어떤 것이든지,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항 상덜 두려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내게 맡겨, 걱정말고 쏘냐야.
소 냐 네, 네 모두 맡겨요... 어머니가 도면을 보고 싶다고 전하겠어요... (걸어 가다가 문 곁에 머물러 선다) 아녜요,아니야

모르고 있는게 날지도 몰라요... 적어도 희망은 있으니까...
옐레나 왜 그러니?
소 냐 아니예요 아무것도(퇴장)
옐레나 (혼자) 남의 비밀을 알면서도 도와주지 못하는 것처럼 언찮은 일은 없어. (생각에 잠기여) 의사선생님은 소냐를

사랑하지 않아 - 확실해. 하지만 의사선생님과 소냐 가 결혼해서 안 될건 없지? 소냐는 얼굴이 곱지는 않지만 시골 의

사한태는,

그리고 그의 나이로 봐서는 아주 훌륭한 아내가 될 수 있지 뭐야. 영리하고, 착하고 순결하 고...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사이) 나는 불쌍한 쏘냐의 심정을 잘 알 수 있어. 이 지독한 무료의 속에서 주위에는 인간 대신에 무슨

잿빛 반점 같은 것들이 들썩거리고 있고, 또 들리는 소리라고는 모두 평범한 이야기 뿐, 그저 먹고 마시고 자는 일밖에는

모르는 사람들 가운데,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 른, 아름답고 재미있고, 매력있는 의사선생이 때때로 오면,

그건 마치 어두운 밤중 에 밝은 달이 떠 오른 것 같을거야... 어쩌면 나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드는건지 모르 겠어. 그래,

그분이 없으면 나도 무언가 외롭고, 그분 생각을 하면 저절로 웃음이 떠오르지 않아?... 바냐는 내 혈관 속에는 마치

마녀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어, '어니 평생에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자유'에다 몸을 한껏 맡기시오'

 라고 했지... 글쎄 말이야. 혹시 또 정말, 그렇게 해야 할지도

몰라... 자유로운 새가 되어, 당신들 모두로부터 당신들의 나른한 얼굴들로부터, 입 소문으로부터 훨훨 날 아가서 당신들

모두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한꺼번에 잊어버렸으면... 허지만 난 마음이 여리고 소심해서... 어쩐지 양심에

꺼림찍한 것은 못 견디겠어... 그 분이 날마다 여기에 오는데, 사실 난 그분이 왜 여기에 오는지 예감할수 있어. 그래서

벌써 내 자신이 무언가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소냐의 발 밑에 무릎 을 꿇고, 울면서 사과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아스뜨로프 도면을 들고 등장.

아스뜨로프 안녕하십니까! (악수를 한다) 저의 그림을 보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옐레나 어제 당신께서 제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시간이 있으세요?
아스뜨로프 아, 물론 이지요. (카드놀이 탁자 위에 도면을 펼쳐 놓고 핀을 꽂는다) 당신은 어디에서 태어났나요?
옐레나 (그를 도우면서) 빼쩨르부르그예요.
아스뜨로프 교육은?
옐레나 음악학교에서요.
아스뜨로브 그럼 이건 아마 당신에게는 흥미가 없을 일일 겁니다.
옐레나 어째서요? 하긴, 전 농촌을 잘 몰라요. 그렇지만 전 많이 읽었어요.
아스뜨로프 이 집에는 제 개인의 책상이 있습니다... 이반 빼뜨로비치의 방에 말입니 다. 어느때, 난 아주 녹초가 되도록

지쳐 버리면, 그 때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이리로 달려 와서, 한 시간이나 두어 시간 동안 이런 장난을 하며 즐기지요...
이반 빼뜨로비치와 쏘냐 알렉산드로브나가 주판알을 튀기고 있는 곁에 앉아서 나는 나의 책상 위에 대고 색칠을 합니다.

그러면 나는 기분이 느긋해지고 으슥 해지는데, 그때 곁에서는 귀뚜라미가 울지요. 허지만 그런 만족을 난 자주 맛보 지는

않습니다. 한 달에 한번쯤이지요... (도면을 가리키면서) 자, 그럼 여기를 보 십시오. 이것은 50년 전의 우리 고장의

도면입니다.

짙은 녹색과 연한 녹색들은 숲을 표시한 것으로, 전체 면적의 절반은 숲으로 덮여 있습니다. 풀빛 위에 빨간 색 그물이

표시되어 있는 것은 사슴과 양이 살던 곳입니다... 나는 여기에 식물 분포도와 함께 동물분포도까지 표시했습니다. 이

호수에는 백조와 기러기, 물오 리 같은 것들이 살았고. 노인네들의 말에 의하면 온갖 종류의 새들이 무수하게 모여들어서

마치 구름 떼처럼 날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과 동네들 외에는 보 시는 바와 같이 여기저기에 갖가지의 이주민 부락들이나,

농가들,

그리고 분리파 의 성당인, 수도원들이 널려 있지요... 또 뿔있는 짐승과 말도 많았답니다.
하늘빛 색깔로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지방에는 하늘빛이 짙게 칠해져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말이 아주

많아서 한집당 세필 씩이나 되었습 지요. (사이) 이번에는 이 아래쪽을 보십시다. 이것은 25년 전의 것입니다. 여기 에는

숲이

이미 전 면적의 3분의1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양은 벌써 없고 사슴 만 있습니다. 그리고 녹색과 하늘색깔이 훨씬 엷어

졌습니다. 기타 다른 모든 것 이 거의 그렇습니다. 세번째 도면으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이게 현재의 이 고장 의 도면입니다.

녹색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반 점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사슴도, 백조도 꿩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전의 이주민 부락들이니, 농가들이니, 수도원들이니 하는 것들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대략적으 보아도 도면은

점차적으로 쇠퇴의 징조를 띠우고 있 는 것을 확실히 나타내는데, 이제 한 십 년이나 십 오년 후이면, 아예 소멸되고 말

것이라

생각됩니다. 당신들은 이것은 문명의 영향이고 낡은 생활은 새 생활 에 자리를 내여 주어야 한다고 말하겠지요. 그렇습니다.

만약 이 소멸된 숲들의 자리에 큰 대로와 철로와 공장, 제조소와 학교들이 생겼다면... 그렇다면 - 사람 들은 좀 더

건강해졌을 것이고. 좀 더 부유해졌을 것이고, 좀 더 현명해졌을 것입 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비슷한 것도 여기에는

없습니다! 이 고장내에는 여전히 늪이고, 모기가 있고, 여전히 형편없는 도로들이며, 가난과 장티프스와 지프테리 아와

화재입니다... 여기에서 나는 이러한 현상을 생존을 위한 힘겨운 경쟁의 결 과로 생긴 쇠퇴화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 쇠퇴는 얼고 굶주리고 병든 인간이 남 은 삶을 살기 위하여, 또 자신의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내일 같은 것은

생각 지도 않고, 단지 배고픔을 면하고, 따뜻함을 얻을 수 만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지 가리지 않고, 본능적으로

무자각적으로 모든 것을 파괴함으로써 생긴 침체와 무지와 완전한 무인식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아직은 아무것도 창조되지가 않았습니다. (냉냉하게) 얼굴을 보니, 역시 이런 이야기는 당신에겐

흥미가 없으신 것 같군요.
옐레나 물론 저는 이런 일은 잘 모르니까요...
아스뜨로프 알고 모르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단지 흥미가 없는 것이겠지요.
옐레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딴 생각을 하고 있어요. 미안합니다. 저는 지금 좀 당신에게 물어 볼 말이 있는데,

어쩐지 좀 어색해서 어떻게 말을 꺼냈으면 좋을 지 모르겠어요.
아스뜨로프 물어 보실 것이라구요?
옐레나 네, 물어 볼 것이요. 허지만 아주 단순한 질문이예요. 앉아요 우리! (두사람 앉 는다) 어떤 젊은 여자에 관한

문제예요.

우리 서로 아주 정직한 사람으로서, 친구로서, 솔직하게 말 하도록 해요. 그리고 말 하고서는, 다시는 이 일에 대해 서는

기억하지 않도록 하구요. 알겠어요?
아스뜨로프 뭐,, 그러지요.
옐레나 제 의붓딸 쏘냐의 문제이에요. 당신은 그 애가 마음에 들어요?
아스뜨로프 네, 나는 소냐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옐레나 아니, 여자로서 당신의 마음에 드느냐를 묻는거예요.
아스뜨로프 (잠시후에) 아니요.
옐레나 한 두세 마디만 더 묻겠어요 - 그리곤 끝이에요. 저, 당신은 아무 눈치도 채지 못 하셨나요?
아스뜨로브 네, 아무것도.
옐레나 (그의 손을 잡는다) 당신은 그 애를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 눈을 보고 알 수 있어 요... 하지만 그 애는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다시는 여기 오시는 것을 그만 두셨으면해요.
아스뜨로프 (일어선다)아, 나의 시절은 이미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래, 언제 내가 내 시대 가 있었나?...

(어깨를 움추린다)

 언제 내게? (그는 당황한다)
옐레나 후, 정말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군요! 전 무언가 정말 한 천뿌드나 되는 걸 들고 나른 것처럼 가슴이 뛰어요. 자

그러면 이것으로 그만 하도록 하지요. 아무 이야 기도 하지 않은 것처럼 그냥 모든걸 잊어 버리세요. 그리고... 그리고 가

주세요.

당신은 현명한 분이시니까 이해하시겠지요... (사이) 전 얼굴이 다 화끈 달아 올 랐어요.
아스뜨로프 만약 한 두 달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나도 생각해 보았을 것입 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깨를

으쓱하고) 당신이 내게 그걸 물을 필요가 있었습 니까?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손가락으로 위협한다) 당신은 능청

스러운데가 있어요!
옐레나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아스뜨로프 (웃으며) 능청스러워! 좋아요. 가령 쏘냐가 고민하고 있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무엇때문에 바로 당신이 그걸

묻느냐 이 말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막으며, 빠 른 말로) 제발 그렇게 깜짝 놀랜 얼굴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당신은 이미

내가 무엇 때문에 날마다 여기에 오는지 잘 알고 계신단 말씀입니다. 귀여운 짐승, 나 를 그렇게 바라보지 마세요. 어차피

나는 늙은 참새랍니다...
옐레나 (의아해서) 짐승이라니요? 무슨 말씀인지 도대체 모르겠는데요.
아스뜨로프 아름다운, 털이 매끈한 족제비... 당신은 지금 먹이가 필요한 겁니다! 나만해도 벌써 한 달이나 아무 일도

안 하고,

모든 것을 내 팽개치지고 정신없이 당신만 을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 그게 당신에게는 무척 재미있지요. 무척... 네,

그렇지 요? 네, 좋습니다. 내가 졌습니다. 이렇게 묻지 않아도 당신은 제 답을 잘 알고 계 시지 않았나요. (두 팔을 가슴에

십자로 얹고 머리를 숙인다) 항복하겠습니다. 자 , 드세요!
옐레나 당신 미쳤어요?
아스뜨로프 (이빨 사이로 웃는다) 당신 소심하시군요...
옐레나 오오, 저는 당신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좋은 여자예요. 고상한 여자라구요! 정말이예 요! (가려고 한다)
아스뜨로프 (길을 막으면서) 나는 오늘 돌아 가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겠 습니다. 그러나...,

(여자의 손을 잡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 어디서 만날까요?
빨리 말씀하세요, 어디서입니까? 누가 올지도 모릅니다. 빨리 말씀하세요. (정열 적으로)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화려해요...

한번만 키스를... 난 단지 당신의 향기 로운 머리칼에만 입을 맞추겠습니다...
옐레나 당신에게 맹세합니다만...
아스뜨로프 (그녀의 말을 막으며) 무엇 때문에 맹세를 하지요? 맹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여러말이 필요 없습니다...

오오,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손은 또 어떻구! (손에 입 맞춘다)
옐레나 이제 그만 됐어요. 그만... 가세요... (손을 뿌리친다) 당신은 정신이 없으세요.
아스뜨로프 말씀하세요, 네, 말씀하시라구요, 내일 어디서 만날까요? (여자의 허리를 껴 안는다) 이것 보세요.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같은 것입니다. 우리는 꼭 만나야만 합니다. (여자에게 입 맞춘다 그때 보이니쯔끼 장미 꽃다발을 들고 들어오다

문턱 에 들어 선다)
옐레나 (보이니쯔끼를 보지 못하고) 안돼요... 놓아주세요... (아스뜨로프의 가슴에 얼 굴을 파묻는다) 안돼요! (가려고 한다)
아스뜨로프 (여자의 허리를 껴안은채) 내일 삼림 관리소로 오후... 두 시... 알겠지요? 네? 오겠지요?
옐레나 (보이니쯔끼를 보고) 놔 주세요! (극도로 당황하여 창가로 물러선다)
정말 너무해요!
보이니쯔끼 (꽃다발을 의자 위에 놓고 흥분하여, 손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닦는다) 괜찮아, 뭐, 괜찮아...
아스뜨로프 (뚱하게) 이반 빼뜨로위치, 어, 오늘은 날씨가 나쁘지 않구만, 아침에는 비가 금방이라도 올 듯이 찌푸리더니.

지금은 해가 나네. 하여튼 틀림없이 좋은 가을 일거야... 그리고, 어.. 겨울밀도 괜찮겠어. (도면을 만다) 그런데 해는 좀

짧아졌 군... (퇴장)
옐레나 (급히 보이니쯔끼에게로 다가간다) 제가 남편과 함께 오늘 당장 여기를 떠날 수 있 게 도와주세요. 네, 부디, 가능한

 대로 힘을 써 주세요 들으셨어요? 네?
오늘 당장이예요!
보이니쯔끼 (얼굴을 닦으면서) 네? 아, 네... 좋습니다... 그런데 엘렌, 난 다 봤습니다. 다...
옐레나 (신경질적으로) 들으셨어요? 전 오늘 당장 여기를 떠나야겠어요!

쎄레브랴꼬브, 소냐, 찔레긴 그리고 마리나 등장.
찔레긴 교수님, 저도 어쩐지 몸이 좀 좋지 않습니다. 벌써 이틀째나 시름시름 앍고 있습 니다. 머리가 어째 좀...
쎄레브랴꼬프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지? 난 이 집이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아. 꼭 무슨 미로 같애. 굉장히 큰 방이 스물 여섯

개나

되니, 모두가 어디있는지 모르겠어, 그 누구도 언제나 한번에 찾아낼수가 없지. (초인종을 울린다) 마리야 비씰리예 브나와

옐레나 안드레예브나를 이리로 불러 주오!
엘레나 전 여기 있어요.
쎄레브랴꼬프 자, 여러분 모두 앉으세요.
소 냐 (옐레나 안드레예브나에게로 다가 가면서 참지 못하고) 뭐라고 하셔요 그분이?
엘레나 나중에
소 냐 어머니 떨고 계세요? 흥분하셨군요? (속내를 알아보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알았어요... 선생님은 다시

여기에 오시지 않겠다고 말했지요... 그렇지요?
(사이) 말해주세요. 그렇지요?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떡인다.

쎄레브랴꼬프 (찔레긴에게) 몸이 좋지 않은 것은 그래도 어떻게 할 수도 있지만, 이 시골 생활만은 난 어떻게 적응할 수가

없는 것 같아. 마치 내가 이 지구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딴 유성으로 뚝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자, 여러분 앉으 세요.

소냐!

 (쏘냐,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슬프게 고개를 떨어뜨리고 서 있 다) 소냐! (사이) 안 들이는 모양이군 (마리나에게)

유모도 거기 앉지. (유모 앉아서 양말을 뜬다) 자 신사숙녀 여러분, 여러분들의 귀를 그 소위, 뭐라고 할 까, '주의의 못'

에다 걸어 놓으시길 바랍니다. (웃는다)
보이니쯔끼 (흥분하여) 아마도 난 없어도 될 것 같은데.. 가도 되겠지요?
쎄레브랴꼬프 아니 그 누구보다도 자네가 필요하네.
보이니쯔끼 당신, 도대체 내게 무슨 볼일이 있는 거요?
쎄레브랴꼬프 당신이라... 자네는 대체 무엇 때문에 나에게 화를 내고 있나? (사이) 만약 내 가 자네에게 무엇이든 잘못한

일이 있거든 용서를 해주게.
보이니쯔끼 우선 그런 말투부터 버리시라구요. 좋아요. 용건을 이야기합시다... 무슨 일이 지요?

마리야 바씰리예브나 등장.

쎄레브랴꼬프 아, 마침 어머님도 오시는군, 그럼 여러분, 시작하겠습니다. (사이) 내가 여러 분들을 이렇게 오시라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 이제 이 곳으로 검찰 관이 뜨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아니, 농담은 그만두고 본론을 이야기를

하겠습 니다. 여러분, 내가 여러분들을 모이시라고 한 것은, 이자리에서 여러분들의 협 조와 조언을 얻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난 평소 여러분의 우정을 잘 알고 있기에 큰 어려움 없이 그것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먼저, 나는 학자이고 연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생활에는 항상 생소하여 잘 모릅니다. 세상사에 경륜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서는 도저 히 해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반 빼드로비치, 자네라든가 또는 일리야

일리위치, 당신이라든가, 또 장모님께 부탁하는 바입니다... 문제는 manet omnes una nox <역주 - 라틴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밤이 기다리고 있다'>
곧, 우리는 모두 하느님 밑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늙고 병든 사람이 기 때문에 가정에 대한 나의 재산

관계를 정리하여 둘 때라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사실 나의 생애는 이미 끝이 났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에 대해서는 나는

별로 생각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젊은 아내와 딸이 있습니다. (사이) 더욱이 나는 더 이상 시골에서 계속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이 시골에서 살기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 이 땅에서 나는 수입으로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불가 능

 한 일 입니다. 더구나 숲을 판다는 것은 매년 활용할 수 없는 비상 수단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많거나 적거나 간에,

우리에게는 일정한 액수의 수입을 영구적으로 보장하는 무슨 방법이 필요한데, 난 생각 끝에 한가지 방법을 여러분의

심의에 내놓 는 바입니다. 자, 세세한 이야기를 빼 버리고 전체적인 윤곽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이 땅은 대부분

평균 2퍼센트 이상의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땅을 매각할 것을 제의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돈을 유가증권으 로 돌린다면 우리는 4내지 5 퍼센트의 이자를 얻을 것이고, 또한 수천의 여분이 생 길 것이니까

그것으로 우리는 핀란드 쯤에 자그마한 별장을 살수도 있을 겁입니다.
보이니쯔끼 잠깐, 가만있어... 내가 아무래도 뭘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방금 말한 것을 다 시 한번 말해 주세요.
쎄레브랴꼬프 돈을 유가 증권에 돌리고 그 나머지로 핀란드에다 별장을 사자고 했네.
보이니쯔끼 핀란드가 아니고... 또 무슨 다른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쎄레브랴꼬프 음, 나는 이 땅을 팔것을 제의 하였네.
보이니쯔끼 네 바로 그거요. 당신은 이 땅을(령지를) 팔겠다는 거지 정말 훌륭한 생각이야. 아주 그럴 듯해... 그런데 그러면

그 뒤에 나나 이 늙은 어머니나, 그리고 쏘냐 는 어디로 없어지란 말인가?
쎄레브랴꼬프 그런 세세한 문제들은 하나씩 그 때 그 때 의논하세. 한꺼번에 다 결정할 수야 없지.
보이니쯔끼 가만있어. 지금까지 나는 한 조각의 상식도 가지지 못했던 모양이군. 이 때까지 난 어리석게도 이 땅이 쏘냐의

소유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신 우리 부 친께서는 이 땅을 내 동생의 지참금으로 매입한거야. 그런데 이 때까지 나는

순 진하게 법률이 터어키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서 이땅이 동생에게서 그대로 쏘냐에게로 넘겨졌다고 생각

했었는데.
쎄레브랴꼬프 그야 이 땅은 쏘냐의 소유이지. 누가 아니라고 했나? 그래서 나도 쏘냐의 동 의 없이는 이땅을 팔겠다고

결정하지 않을 것이네. 더군다나 난 쏘냐에게 보 다 이롭게 하기 위해서 이 땅을 팔자고 제의하는 것이네.
보이니쯔끼 이건 알 수 없는 걸. 도저히 알 수 없어! 아니면 내 머리가 돌았는가, 그렇지 않으면...
마리야 쟌, 알렉산드르의 말에 거역하지 말아라. 믿어라, 저 사람은 우리들보다 무엇이 옳 고 그른지 더 잘 알고 있단다.
보이니쯔끼 아니요, 우선 물을 좀 줘요.(물을 마신다) 자, 좋아요. 하고싶은 말을 하시오. 무엇이든 하고싶은 말을!
쎄레브랴꼬프 어째서 자네가 그렇게 흥분하는지 나는 알 수 없군. 난 나의 계획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네.

만약 모두가 안 되겠다고 한다면 나도 계 속 고집할 생각이 없네. (사이)
찔레긴 (난처해서) 교수님, 저는 학문에 대해서 그냥 존경하는 것뿐 아니라, 아주 친밀한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형

그리고리 일리이치의 아내의 오빠는 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꼰스딴찐 뜨로피꼬비치 라께졔모노프라고 학사였지요...
보이니쯔끼 가만있어, 바플랴, 우리는 지금 아주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네... 그런 이 야기는 나중에 해...

(쎄레브랴꼬프에게) 아, 그래 이 사람에게 물어 보시오, 이 땅은 이 사람의 백부의 소유였던 것을 산 것이니까.
쎄레브랴꼬프 무엇 때문에 새삼스럽게 그걸 나더라 물어보라는 건가? 무엇 때문에?
보이니쯔끼 이 땅은 그 당시 9만 5천 루블리로 샀어. 아버지는 그때 7만 루블리만 지불하 셨기 때문에 나머지 2만 5천

루블리는 빚으로 남아 있었어. 알겠어, 이점을 잘 들어보라구... 여기서 만약 나의 가장 사랑하던 동생을 위해서 내가

상속을 양보하지 않았다면 이 땅을 절대 우리것이 되지 않았을 거야. 더군다나 난 20 년 동안 마치 황소처럼 일해서

그 빚을 모두 다 갚아 버렸단 말이야...
쎄레브랴꼬프 허, 이거 공연한 이야기를 꺼냈군.
보이니쯔끼 보라구. 이 땅의 빚이 깨끗이 청산되고, 지금까지 이렇게 나름의 재정상태를 유 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 나라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것야 . 그런데 결국 내가 이렇게 나이를 들고보니까 목덜미를 쥐여서 쫓아버리려고

하 는게지!
쎄레브랴꼬프 난 도대체 자네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없네.
보이니쯔끼 지난 25년 동안 나는 가장 성실한 관리인으로서 이 땅을 관리했고 일을 했고 당신에게 돈을 보냈어. 그런데

당신은 그 동안 단 한번도 나 한태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있어. 그 동안 지금까지 내내, 젊어서나 지금이나 난 당신

에게 서 1년에 5백블리라는 거지 동냥과도 같은 돈을 월급이라고 받아 왔어. 지금까 지내내! 그런데 당신 단 한번이라도

단 1루블리라도 올려 줄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어!
쎄레브랴꼬프 이반 빼뜨로비치,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아나? 나는 실무에 어두운 인간이 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네.

자네가

원한다면 자네 스스로 자신이 올리고 싶은 대로 올릴 수 있었는데 그랬어.
보이니쯔끼 아아, 마음대로 빼돌리걸 그랬어? 어째서 도둑질을 하지 않았나 이말인가? 여 러분 이렇게 도둑질을 할 능력도

없는 저를 실컷 비웃어 주십시요? 그랬더면 이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텐데.. 이렇게 거지신세가 되지는 않았을텐데!
마리야 바씰리예브나 (엄하게) 쟌!
찔레긴 (격동하여) 바냐, 친구, 그만 두게 그만 두어... 난 몸이 다 떨리네... 무엇 때문에 서 로간에 의를 상한단 말이야?

(입을 맞춘다) 그러지 말아.
보이니쯔끼 지난 25년 동안 나는 이 어머니하고 마치 두더지처럼 외출 한번 제대로 하지 않 고 살아왔어...... 우리의 모든

사고도 감정도 오직 당신이라는 한사람에게 향에 있었던 거야 낮에 낮대로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당신의 글에

대하여 이 야기하였고, 당신을 자랑하였고 존경의 마음으로 당신의 이름을 불렀소. 또 밤에 는 밤대로 당신이 쓴 잡지와

책을 읽으면서 그 긴시간들을 보냈었지, 물론 이 젠 그것들을 아주 경멸하지만 말이야!
찔레긴 그만 둬, 바냐, 그만 두라고... 난 더 이상 듣고 있을수가 없어...
쎄레브랴꼬프 (노해서) 아니, 그래서 도대체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군.
보이니쯔끼 당신이 우리들에게 있어서 하느님과도 같은 존재였다는 거야. 당신의 논문들을 우리는 모두 다 따로 외울 정도

였으니까... 하지만 이제 나도 정말 눈을 뜬거 야! 이제는 모든 걸 알았어! 당신, 예술에 대하여 매일 쓰지만, 사실 당신

예 술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전에 내가 즐겨읽던 당신의 모든 책 들은 한 푼 어치의 가치도 없는 것이야!

당신은 우리들을 속인거야!
옐레나 이반 빼뜨로비치, 알겠으니까 이젠 그만둬요. 알겠어요!
보이니쯔끼 아니, 그만두지 않겠어! (쎄레브랴꼬프의 길을 막으면서) 가만, 아직 할말을 다 끝내지 않았어! 당신은 내

 인생을 망쳐 버렸어, 나는 진정한 삶이 없었어, 나에게는 참생활이 없었다구! 당신 덕택으로 난 내 일생의 가장 좋은

시절을 그냥 모두 허솔세월해 버리고 말았어! 알아? 난 당신을 절대 용서할수 없어 내 원수야, 절대로 용서못해
찔레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군...참을 수가 없어... 난 가겠어... (극도로 격분하여 퇴장)
쎄레브랴꼬프 자네는 날더러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건가? 그리고 대체 무슨 권리로 나에게 그런 교양없는 말투를 쓰는건가?

이 못배운 사람! 만약 이 땅이 자네 것이거 든 마음대로 가지게, 나는 별로 필요 없으니까!
옐레나 전 지금 당장 이 지옥을 떠나가겠어요! (부르짖는다) 전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요!
보이니쯔끼 한평생이 모두 파멸했어! 난 재능도 있고 현명하고 용기도 있는 사람이었어... 만약 내가 순탄하게 잘 살아

왔더라면 나는 쇼펜 하우어나 도쓰토에프스키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몰라...아아 내가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거야!

난 정말 미치겠어... 어머니 난 이제 절망입니다! 어머님!
마리야 (엄하게) 알렉산드르의 말을 들어라!
소 냐 (유모의 앞에 꿇어 앉아 그녀에게 매달린다.) 할머니! 할머니!
보이니쯔끼 어머님! 난 어떻게 하면 좋지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요? 아니, 됐어 요. 아무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 다! (쎄레브랴꼬프에게) 잘 기억해둬! 내가 지금 한 말들을! (가운데 문으로

나간 다)

마리야 바씰리예브나 그의 뒤를 쫓아 퇴장.

쎄레브랴꼬프 여러분!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 미치광이를 어서 여기서 끌어내 주십 시오! 난 저 인간과 단 하시간도

한 지붕 밑에서 살수가 없어요! 저 작자는 아직도 저기 (가운데 문을 가리키면서) 이 집에서 웅크리고 있어... 어디 마을

이나 아니면 별채로라도 옮기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집을 나가겠 어! 어째든 한 집에서는 도저히 함께 단

한순간이라도 같이 살수가 없어...
옐레나 (남편에게) 우리 오늘 여기를 떠나도록 해요! 당장에 떠날 준비를 하도록준비를 시켜야 하겠어요.
쎄레브랴꼬프 원 세상에 정말 기가막힌 놈이지!
소 냐 (무릎을 꾼 채 아버지에게로 돌아선다. 짜증섞인 눈물 젖은 목소리로) 아버지, 바 냐아저씨를 불쌍히 여기셔야 해요,

저도 바냐 아저씨도 우리는 아주 불행해요! (절망을 억제하면서) 불쌍히 여기셔야 해요! 아버지가 조금 더 젊으셨을 때의

일들을 한번 생각해 보세요. 바냐 아저씨와 할머니는 밤을 꼬박 지세우면서 아 버지를 위해서 책을 번역하였고, 또 아버지의

원고를 정서하지 않았었어요... 매 일 밤마다, 그러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나 바냐 아저씨는 숨졸릴 틈도 없이 일 을 하고

 돈을 아끼고 아껴서 모두 아버지에게 부쳐드렸어요... 우리들의 고생도 알아주셔야지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 진 저희들의 심정도 알아주셔야지요. 네, 아버지. 아저씨를 불쌍히 여기셔야 해 요!
옐레나 (격분 되어 남편에게) 알렉산드르, 제발, 그분하고 화해하세요... 부탁이에요. 쎄레브랴꼬프 좋아, 화해하도록 하지...

하지만 난 아무 것도 그 사람에게 시비를 걸지 않 았어. 더구나 난 화를 내지도 않았어. 그러데 그 사람의 행동이 이거 너무

심 하지 않은가 말이요. 좋아 어째든 그럼 내 그 사람한태 갔다 오도록 하지.(가 운데 문으로 퇴장)
엘레나 좀더 부드럽게 대하시고 될 수 있는대로 그분의 마음을 진정시키세요...(그의 뒤를 따라 퇴장)
소 냐 (유모에게 몸을 갖다 대면서) 할머니! 할머니!
마리나 괜찮아요, 아가씨 그냥 거위들이 꽥꽥했을뿐이지요... 꽥꽥 - 이제 곧 그칠 겁니다. 소냐 할머니!
마리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런, 마치 한겨울에 꽁꽁 언 사람처럼 떨고 계시네! 자, 자, 가엾은 아가씨,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이니까 거정 말아요. 제가 보리수 차나 딸기를 가져다 드릴까요. 그러면 곧 괜찮아질거예요... 슬퍼하지

 마세요.

가엾 은 아가씨... (가운데 문을 바라보면서 분개하여) 어휴! 저 봐 거위들은 어디로 다 흩어져 버리고 우리 아가씨 혼자

남으셨군!

이때 바람벽 저쪽에서 총소리. 엘레나 안드레예브나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소냐 부들부들 몸을 떤다.
마리나 오, 어찌 된 일이지!
쎄레브랴꼬프 (공포에 질려 비틀거리며 뛰어든다) 저 사람 좀 말려줘 저 사람을 붙잡아! 저 작자 미쳤어! 미쳤어!!

엘레나 안드레예브나와 보이니쯔끼 문턱에서 다툰다.

엘레나 (그에게서 권총을 빼앗으려고 애쓰면서) 이리주세요. 이리달라니까요!
보이니쯔끼 이거 놔요. 엘렌! 놓으라구요! (엘렌을 뿌리치고 달려들어가 눈으로 쎄레브랴꼬 프를 찾는다) 이놈 어디 있어?

응, 아하 여기 있군 그래! (그를 향하여 발사한 다) 자 보라구! (사이) 안 맞았어? 또 실패야! (격양되서) 에이 제기랄 쌍,

이놈의 거.. (권총을 마루바닥에 내던지고 맥없이 의자에 주저앉는다.)

쎄레브랴꼬프 망연 자실한다.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벽에 기대여 이미 반 실신 상태이다

옐레나 나를 여기서 데려가 주세요! 데려가 주세요, 죽어도... 도저히 난 더 이상 여기 있 지 못하겠어, 데려가 주세요!
보이니쯔끼 (비통한 소리로) 오오 내가 무슨 짓을 했어! 무슨 짓을 했어! 왜 이러지!
소 냐 (나즉히) 유모! 유모!
- 막 -


제4막

이반 빼드로비치의 방. 그의 침실인 동시에 영지의 사무소. 창가에 출납부와 각종 서류가 놓인 큰 탁자, 사무 탁자, 책장들,

저울. 아스뜨로프의 조금 작은 탁자. 그 탁자 위에 제도 용구, 물감, 그 곁에 종이끼개. 찌르레기를 넣은 새장, 벽에는

아무에게도 필요가 없을 듯한 아프리카 지도. 가죽으로 된 굉장히 큰 소파. 왼쪽에는 방으로 통하는 문. 오른쪽 문 곁에

 농부들이 더럽히지 않도록 신발 깔개가 깔려 있다. 가을 밤. 정적. 찔레긴과 마리나가 서로 마주 앉아서 양말 실을 감고 있다.

찔레긴 좀 빨리 감어, 마리나 찌마페예브나, 이제 곧 작별인사 위해 가야한다구. 벌 써 마차 준비를 하라고 분부가 내려졌는데.
마리나 (빨리 감느라고 서두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찔레긴 하리꼬프에들 가신다고 하지요. 거기서 사실모양이지요.
마리나 그 편이 더 나을거예요.
찔레긴 아주 깜짝 놀라신가보지요... 엘레나 안드레예브나께서 '한 시간도 여기서 살기 싫어 요... 떠나요. 당장 여기를

떠나요... 하리꼬프로 가요. 우선은 거기로 가 봐요. 그리 고서 짐을 가질러 사람을 보내요' 라고 한 대요. 그래서 우선은

그냥 일용품들만 가 지고 떠난대요. 그래요 어쩌면 그분들은 여기서 살 운명은 아닌가봐. 운명이 아니 라... 숙명같은 거지.
마리나 그게 좋아요. 조금전의 그 소동을 일으키고 권총까지 희드르고 - 이건 정말 창피한 일이예요!
찔레긴 정말이요. 아이와조브쓰끼 (19세기 러시아의 저명한 화가 - 역주)에게 그리라고 했 다면 정말 좋은 그림이 되었을

거예요.
마리나 정말 두 번 다시 그런꼴은 보고 싶지 않아. (사이) 어휴, 이젠 그전처럼 다시 조용 하게 살게 되었지요. 아침 여덟시

전에 차를 마시고 한시에는 점심, 저녁때에는 저 녁을 먹겠지요. 모든 것이 세상 사람들과 같이 정상적으로 살수

있겠지요...

크리스도 교도답게 말이예요. (한숨을 쉬면서) 이 죄 많은 할망구는 오래 동안 국수를 먹 지 못했어요.
찔레긴 그렇지, 정말 오래 동안 여기에선 국수를 만들지 못했지요. (사이) 오래 동안... 오늘 아침에 말입니다. 마리나

찌모페예브나, 내가 마을을 지나 가는데 사람들이 내 뒤 통수에 대고 '어이 식객!'이러지 않겠어. 정말 처량한 마음이 다

들더구만.
마리나 뭐 그런데 마음 쓰실 것 없어요, 어차피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식객들인 걸요 뭐. 선생만 해도 그렇고, 쏘냐도 그렇고,

이반 빼뜨로비치도 그렇고그 누구도 일하지 않 고 그냥 한가하게 앉아 있진 않는 걸요. 모두가 일하고 있지요. 모두가...

소냐는 어 디 갔을까?
찔레긴 정원에 있어요. 의사 선생님하고 같이 여기 저기에 바냐를 찾아다니고 있어요.
바냐가 자살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들 있지요.
마리나 바냐가 쏘았던 권총은 어디 있어요?
찔레긴 (속삭인다) 내가 지하실 광에다 숨겨두었어요.
마리나 (미소하면서) 정말 애깨나 맥이는 군!

정원에서 버이니쯔끼와 아스뜨로프 등장.

보이니쯔끼 날 좀 내버려둬 (마리나와 찔레긴에게) 제발 여기서 좀 나가들 줘. 단 한 시간 이라도 좋으니까, 날 좀 혼자

내버려 두라구! 이렇게 감시 받는 건 도저히 참 을 수가 없어.
찔레긴 그래 그래, 이제 곧 갈거야, 바냐. (발끝으로 걸어서 퇴장)
마리나 거위가 꽥 - 꽥 - 꽥! (털실을 주어 모아 가지고 퇴장)
보이니쯔끼 날 좀 내버려 둬!
아스뜨로프 나도 정말 그러고 싶어. 나도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하지만, 다시 말하겠 지만 자네가 내게서 가져간 것을

돌려주지 않는 한 난 돌아 갈수 가 없네.
보이니쯔끼 난 자네에게서 아무 것도 가져가지 않았어.
아스뜨로프 정말 진심으로 말하네만, 나를 더 이상 붙잡지 말아 주게. 난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이 지났어.
보이니쯔끼 아무것도 가져간 것이 없다니까. (두 사람 다 앉는다)
아스뜨로프 정말 그래? 좋아 그럼 좀 더 기다리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힘을 사용하게 되 더라고 용서하게. 자네를 강제로

묶어 놓고 찾아야겠어. 이거 정말 농담이 아니 네.
보이니쯔끼 마음대로 하라지 (사이) 아아, 정말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다니. 두 번씩이나 쏘면서 한방도 못 맞쳤으니! 이건

정말 내 스스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 일이야!
아스뜨로프 쏘고 싶다면 제길, 차라리 제 이마에다 쏘지.
보이니쯔끼 (어깨를 움찔하며) 아무래도 이상해. 난 살인을 할려고 했었는데 아무도 날 묶 으려 하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어.

그러니까 결국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모 양이지. (심술궂은 웃음) 좋아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미친거고, 교수라든가

학자 의 가면 밑에 자기의 무능과 우둔함을 놀랍게도 얼버무리는 사람들은 미치광이 가 아니라는 거야. 늙은이한테

시집을 가 놓고서는 또 남이 보는 앞에서 그 늙은 남편을 당당히 배반하는 사람은 미치광이가 아니란 말이야. 나는 자네가

엘레나를 껴안은 걸 보았어!
아스뜨로프 그래, 껴안았어. 하지만 자넨 이거지 (코를 눌러 보인다)
보이니쯔끼 (문을 바라보며) 흥, 미친건 아직도 자네들을 살려두고 있는 이 지구이 뭐야.
뻔뻔스럽게도 말이야
아스뜨로프 쳇, 무슨 바보 같은 소리.
보이니쯔끼 하기사 나야 뭐, 미친놈이니까 아무런 책임도 없고 그 어떤 바보같은 소리를 해 도 괜찮겠지.
아스뜨로프 그건 낡은 수법이야. 자넨 미친게 아니고 단지 그저 괴이할 뿐이야. 괴짜야.
사실 전에 나는 괴짜라는 건 모두 병자이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가장 정상적인 인간, 이것이야

말로 아주 제대로 된 괴짜라고 생각하네 곧, 자네는 완전히 지극히 정상이지.
보이니쯔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아, 부끄럽다! 정말 부끄러워 내가 얼마나 부끄러 운지 자넨 모를 걸세! 이

참을수 없는 수치감은 그 어떤 것에도 비할 바가 없 어. (우울하여) 못견디겠어! (탁자에 기댄다) 난 어떻게 하면 좋은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아스뜨로프 하긴 뭘 해.
보이니쯔끼 날 좀 어떻게 해 줘! 오, 하나님... 내 나이 이제 마흔 일곱이야. 만약 내가 예 순까지 산다면 아직도 13년

남았는데... 정말 길군! 어떻게 그 13년을 살아 가야 하지가? 대체 무얼 하며 무엇으로 그 많은 시간들을 메꾸어 가지? 응,

알 겠어... ( 격양되어 아스뜨로브의 손을 부여잡고) 응, 이봐, 만약 남은 여생을 어 떻게든, 정말 어떻게든 새로이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맑고 고요한 아 침., 잠에 깨서, 새로이 다시 삶을 시작했다. 과거는 모두 잊어버렸다. 연기처 럼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느꼈으면 정말 좋을 텐데(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좀 가르쳐 주게, 어떻게 하면 시작할 수 있나... 무엇부터 시작하면 되는 거야!
아스뜨로프 (화를 내며) 에이, 정말 못난이 같으니. 자네 무슨 이야기 하는 거야! 새로운 삶은 무슨 새로운 삶이야! 자네나

나나 이제 우리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니쯔끼 정말 그런가?
아스뜨로프 응 정말 그래 단연코
보이니쯔끼 그럼 이걸 좀 어떻게 해 주게... (심장을 가리키면서) 여기가 저 밑바닥부터 타 들어 가는 것 같아.
아스뜨로프 (화가 나서 소리친다) 이젠 제발 그만두라니까! (부드럽게) 지금부터 한 백년이 나 2백년 후에 사람들은

우리들이 이렇게 어리석고 멋대가리 없이 삶을 산 것을 분명 경멸할거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라면, 그들은 혹 몰라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낼지도.... 하지만 우리는... 이제 자네나 내게는 오직 하나의 희망만 이 있을 뿐이야.

곧, 우리들이 무덤 속에 드러눕게 되었을 때, 그 순간 어쩌면 즐거운 환상이 찾아 와 줄지도 바로 그 희망이 말이야.

 (한숨을 쉰다)
그래, 친구. 이 고장에서 소위 배웠고 교양이라도 있는는 인간이라고는 자네와 나 단 두 사람뿐이였지. 그런데 이 둘도

지난 십년 동안에 이곳의 평범하고 우 매한 생활 속에 빨려 들어가 버려서 그 썩은 독기가 우리의 피를 중독시키어

우 리도 이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속물이 되어 버렸어. (빠른 어조 로) 하지만 자네 이런 말로 슬쩍 넘기려

하지 말고.. 자네, 어서 내게서 가져간 걸 돌려 주게.
보이니쯔끼 난 아무 것도 자네것을 가져간 것이 없어.
아스뜨로프 자네 내 왕진용 약상자에서 모르핀 병을 가졌갔어. (사이) 아닌가? 내 말 좀 들어봐. 자네가 정 자살하고

싶거든 숲 속에 들어가서 그냥 총으로 탕 하게. 하지만 모르핀은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입들이 시끄러워질

테니까. 사 람들은 내가 자네에게 그걸 고의로 주었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 어차피 내 가 자네 시체를 해부하게

 될거야 그것만으 충분해. 날 괴롭히는 건..... 생각해 봐. 자넨 그게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소냐 등장.

보이니쯔끼 그냥 내버려 둬 .
아스뜨로프 (쏘냐에게) 소피야 알렉산드로브나, 당신의 아저씨가 내 약상자에서 모르핀 병 을 꺼내 가지고서는 돌려주지

않습니다. 말씀해 주세요. 이건... 결코 현명치 못한 일이라고. 그리고 또 내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가야 할 시간

입니다.
소 냐 바냐 아저씨, 모르핀을 가져 갔어요? (사이)
아스뜨로프 가졌어요. 틀림없어요.
소 냐 아저씨 돌려주세요. 어째서 우리들을 이렇게 자꾸 놀라게만 하세요? (부드럽게) 돌 려주세요. 네, 바냐 아저씨!

불행하긴 아마 저도 아저씨 보다 못 하지 않을거예요. 그렇지만 전 절망하지 않아요. 저는 참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제

삶이 저절로 자연 스럽게 끝날 때까지는 참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참아요. (사이) 아저씨 돌려 주세요!

 (그의 손에 입맞춘다) 네, 아저씨,

돌려주세요! (운다) 아저씨는 참 친절하 신 분이지요. 우리들을 가엾이 여기시고 돌려 드리세요. 네, 참으세요! 아저씨

참으 세요!
보이니쯔끼 (탁자에서 모르핀 병을 꺼내서 아스뜨로브에게 준다) 자, 여기 있네 (쏘냐에게) 자, 그 대신 빨리 일을

해야겠다.

빨리 무어든지 해야지 그렇지 않고선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
소 냐 네, 네, 그래요 일을 해요. 떠나시는 분들이 가시고 나면 곧장 일을 시작하도록 해 요..... (신경질적으로 탁자 위의

 서류들을 정돈한다) 모두 엉망진창이야. 아스뜨로프 (약병을 상자에다 넣고 가죽끈으로 동여맨다) 자, 이젠 떠날 수가

있겠군.

엘레나 안드레예브나 등장
옐레나 이반 빼뜨로비치, 당신 여기 계셔요? 우리는 이제 떠나겠어요... 알렉산드르 한태 가보세요. 당신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니까.
소 냐 그래요 가세요, 바냐 아저씨 (보이니쯔끼의 팔을 낀다) 가세요. 그리고 아저씨 아버 지와 화해하세요. 꼭 그러세요.

소냐와 보이니쯔끼 퇴장.

옐레나 저, 떠나요. (아스뜨로프에게 손을 내민다)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스뜨로프 아, 벌써 가시나요?
옐레나 이미 마차도 준비됐어요.
아스뜨로프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옐레나 아까 당신도 오늘 여기를 떠나겠다고 약속하셨지요?
아스뜨로프 아, 그럼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곧 떠날겁니다. (사이) 놀라셨나요? (엘레 나의 손을 잡는다) 그게

그렇게 무서웠나요?
옐레나 네.
아스뜨로프 그러면 차라리 그냥 여기 계시는게 어때요! 네? 내일 삼림관리소에서...
옐레나 아니요... 이미 벌써 결심했어요... 그리고 이제 떠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전 이렇 게 담담하게 당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예요... 저,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다른게 아 니라 저에 대해서 좀더 좋게 생각해 주세요. 저는 당신에게 존경받는

여자이고 싶 어요.
아스뜨로프 에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한 몸짓) 그냥 여기 계십시오. 부탁할께요. 사실이지, 당신은 이 세상에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이예요. 더구나 당신의 삶에는 아무런 목적도 희망도 없어요. 당신의 가슴을 쿵쿵뛰게 하며 집중시킬 만한

일도 이세 상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조금 늦거나 아니면 조금 이르거나 어째든 당신은 스스로의 감정에 빠질 것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 이건 어쩌면 당신의 운명 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왕 그렇다면 하리꼬프나 꾸르스크 같은데 보다는 여기

자연의

품속이 더 좋지 않습니까.... 적어도 여기는 시적이고 가을은 더욱 아름답 고... 여기에는 삼림 관리소가 있고 또 뜨루게네브

취향의 허물어져 가는 저택들 도 있고....
옐레나 당신은 참 이상한 분이에요... 전 당신에게 화가 나 있어요. 그러면서도... 당신을 기억하면 유쾌한 기분이 될거예요.

당신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분이에요. 이제 우 리는 앞으로 는 더 이상 만나지 못할 거입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내자신을

숨길 필요가 뭐 있겠어요? 그레요 사실 전 당신한태 조금 마음이 끌렸었어요. 자, 우리 서로 이렇게 손을 잡고, 친구로서

헤어지도록 해요. 저를 나쁘게 기억하지 마세 요.
아스뜨로프 (손을 쥔다) 좋아요. 그럼 가십시오... (생각을 잠기며) 당신은 정말 착하고 친절 한 사람같으면서도 또

당신에게는 기본적으로 무엇인지 이상한 데가 있는 것 같 아. 당신, 남편과 여기에 오셨지요. 그러자 여기서 일을 하고

뛰어 다니며 무엇가 를 만들고 하던 사람들이 모두 자기들의 일을 집어 내 팽개치고 한 여름동안 내 내, 단지 당신 남편의

신경통과 오직 당신에게만 붙어 있었지요. 당신하고 당신의 남편은 우리들에게 모두 당신들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전염시켜

놓았습니다.
나도 역시 전염되어 한달 동안 내내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동안에 환자들은 늘고, 나의 숲과 나무들이 모두 파괴

되어 버렸거든... 물론 이건 농담입 니다만 하지만 여하튼..... 이상합니다. 만약 당신들께서 계속 여기에 그냥 머무른 다면

아마도 대단한 파괴가 일어날 거라는 건 틀림없는 일이지요. 나도 파멸 될 것이고, 물론 당신도 역시... 온전하지는 않을

거예요. 자, 떠나세요. Finita La commedia (역주 - 연극은 끝났습니다.)
옐레나 (그의 탁자 위에서 연필을 집어서 얼른 감춘다) 이 연필은 기념으로 가wu도 되겠 지요.
아스뜨로프 아무래도 이상하군요... 이 때까지 가까이 지냈었는데... 어쩐 일인지 갑자기... 앞으로는 영영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것 같군요.. 하기야 세상이란 모두 그런 것이지요... 지금 여기에 아무도 없을 때, 특히 바냐가 꽃다발을 가지고 들어오 기

전에 어서... 당신에게 입맞춤을 하도록 허락해주세요... 작별 인사로요... 네? (엘레나의 뺨에 입을 맞춘다) 자, 이젠...

됐습니다.
옐레나 그럼, 안녕히 계세요. (주위를 둘러본다) 좋아, 될 대로 되라지, 내 일생에 딱 한번 뿐 인걸 뭐! (세차게 그를 포옹한다.

그리고 두 사람 급히 서로 떨어진다) 떠나야겠 어요.
아스뜨로프 빨리 떠나세요. 마차 준비가 되었거든 어서 떠나세요.
옐레나 누가 이리로 오는 것 같아요. (두 사람 귀를 기울인다)
아스뜨로프 Finita! (역주-끝이다)

쎄레브랴꼬프, 보이니쯔끼, 책을 든 마리야 바씰리예브나, 찔레긴 및 쏘냐 등장.

쎄레브랴꼬프 (보이니쯔끼에게) 지난 일은 모두 다 잊어버리세. 그 일이 있은 후, 이 단 몇 시간 동안 나는 아주 많은 것을

경험 하고, 또 생각하게 되서 아마 후대들의 교훈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논제에 대하여 완벽한 논문이라도 쓸

수 있을 듯 같네. 기꺼이 난 자네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나 또한 자네에게 사 과를 하네. 잘 있게! (보이니쯔끼에게 세 번

입맞춘다)
보이니쯔끼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전과 같은 생활비를 계속 보내드리겠습니 다. 모든 것이 전과 다를 것이

없을 것입니다.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소냐를 포옹한다.

쎄레브랴꼬프 (마리야 바씰리에브나의 손에 입맞춘다) 장모님...
마리야 바씰리에브나 (그에게 입맞춘다) 알렉산드르, 또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게, 자네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가는

잘 알고 있겠지.
찔레긴 안녕히 가십시오 교수님! 아무쪼록 우리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쎄레브랴꼬프 (딸에게 입맞추고서) 잘 있어라... 그럼, 여러분 모두 안녕히 (아스뜨로프에게 손을 내밀면서) 유쾌하게 사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나는 당신의 사고방식 과 정열, 그리고 추진력을 모두 존경합니다 .다만 이 노인이 작별에 기해서

한 마디 조언을 드리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요. 여러분!, 일을 해야 합니다! 일을 해야 합니다! (모두에게 작별인사) 자, 그럼

안녕히들!

(퇴장. 그의 뒤를 따라 마리야 바씰리에브나와 쏘냐 퇴장)
보이니쯔끼 (엘레나 안드레에브나의 손에 힘껏 입맞춘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용서하세 요... 두 번 다신 만날지 못할

겁니다. 두 번 다시..
옐레나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그럼 안녕히 계세요. 바냐 (그의 머리에 입을 맞추고 퇴장)
아스뜨로프 (찔레긴에게) 바플랴, 내 마차도 함께 준비를 해 달라고 전해 주게나.
찔레긴 응, 알았어, (퇴장)

아스뜨로프와 보이니쯔끼 단 둘이 남는다.

아스뜨로프 (탁자 위에서 물감을 걷어 가방 속에 집어넣는다) 자네 어째서 배웅하러 나가 지 않나?
보이니쯔끼 그냥 이대로 가는 것이 좋아. 가라지.뭐. 난... 난 할 수가 없어. 난 괴롭네. 어서 뭐든지 일을 시작해야겠어....

일을 해야지, 일을 해야 해! (탁자 위의 서류를 들 척거린다)

사이, 방울 소리 들린다.

아스뜨로프 떠났군, 아마 교수는 기뻐할걸. 이제 그는 다시는 절대로 여기에는 오지 않을거 야.
마리나 (등장) 떠나셨습니다. (안락의자에 앉아서 양말을 뜬다)
소 냐 (등장) 떠났어요 (눈물을 닦는다) 제발 무사하시기를.
(아저씨에게) 자, 바냐 아저씨 무어든지 일을 해요.
보이니쯔끼 일을 해야지 일을...
소 냐 우리가 이렇게 함께 이렇게 이 탁자 곁에 앉아 보는 것도 무척 오래 되었지요.
(탁자 위의 램프에 불을 켠다) 잉크가 없는 것 같아요... (잉크병을 들고 책장으로 가서 잉크를 따른다) 어쩐지 두 분이

떠나시니까 슬퍼요.
마리야 바실리에브나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등장) 떠났다! (의자에 앉아서 독서에 잠긴다.)
쏘 냐 (탁자 앞에 앉아 장부를 연다) 바냐 아저씨, 우선 장부부터 적도록 해요. 아주 엉망 이 되었거든요. 오늘도 계산서를

가지러 왔었는데.... 자, 쓰세요. 아저씬 먼저 그쪽 걸 쓰도록 하세요. 난 이쪽을 쓰도록 할테니까...
보이니쯔끼 (쓴다) '계산서... 첫째..' (둘이서 말없이 쓴다)
마리나 (하품을 한다) 아이고 졸음이 오네...
아스뜨로프 참 조용하군 펜 쓰는 소리가 사각사각나고 귀뚜라미가 울고... 따뜻하고 아늑하 군... 괜시리 떠나고 싶지

않은걸 (방울 소리 들린다) 아, 마차가 준비된 모양이 군... 자, 이젠 친구들과 작별을 하고, 나의 탁자와도 작별을 하고-

그리고 모두 잘 있어 로군! (도면을 종이끼우개 속에 집어넣는다)
마리나 뭘 그렇게 서두르세요? 좀더 앉아계시지요..
아스뜨로프 아니, 그럴 수야 없지요.
보이니쯔끼 (쓴다) '미불금이 2루불 75...]

하인 등장

하 인 미하일 류보비치,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아스뜨로프 알겠네 (그에게 약상자와 가방과 종이끼우개를 건네준다.) 이걸 먼저 가져가게. 종이끼우개가 구겨지지

않도록

주의하게. 하 인 알겠습니다. (퇴장)
아스뜨로프 자, 그럼... (작별인사를 하러간다)
소 냐 언제나 또 뵐 수 있겠어요?
아스뜨로프 글쎄여 내년 여름 안으론 힘들겠지요. 겨울에야 아무래도... 물론 무슨 일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즉시 알려

주십시오. 곧 달려 오도록 하지요. (손을 쥔 다) 그 동안 여러 가지로 돌보아 주시고 친절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 다.

(유모에게로 가서 그의 머리에 입 맞춘다) 잘 있어, 할멈. 마리나 아니, 차도 안 마시고 가세요?
아스뜨로프 음,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데...
마리나 그럼 보드까는 마시겠어요?
아스뜨로프 (좀 주저하다가) 그럼 조금만 마실까.....

마리나 퇴장.

아스뜨로프 (잠시 있다가) 어째 결국 다리를 절더라. 어제 빼뜨루쉬까가 말에게 물을 먹이 러 갔을 때부터 알기는

했지만.
보이니쯔끼 말굽을 갈아야겠군.
아스뜨로프 아무래도 로즈제스트벤노예 마을의 대장간에 들러야 되겠어. 다른 수 없지
(아프리카 지도에 다가가서 들여다본다) 이 아프리카에서는 지금은 타는 듯한 뜨거운 날씨겠지 - 무서운 일이야!
보이니쯔끼 그야, 그러겠지.
마리나 (보드까 잔과 빵 조각을 올려놓은 쟁반을 들고 다시 등장) 드세요.

아스뜨로프 보드까를 마신다.

마리나 어서 드세요 (머리를 나즉이 숙인다) 빵도 좀 드시고.
아스뜨로프 아니, 이거면 됐어... 그럼 안녕히들 (마리나에게) 나오지 않아도 돼, 할멈, 나오 지 않아도 된다구.

그가 나가고 쏘냐 촛불을 들고 그를 배웅하려 뒤따라 퇴장. 마리나는 자기의 안락의자에 앉는다

보이니쯔끼 (쓴다) '2월2일 참기름 20푼도... 2월 16일 또 참기름 20푼도... 메밀국수가.....'. (사이)

방울 소리 들린다.

마리나 떠났어요.

사이.

소 냐 (돌아와서 촛불을 탁자 위에 놓는다) 가셨어요...
보이니쯔끼 (주판을 튀기고서 기입한다) 합계가... 15... 25...

소냐 앉아서 쓴다.

마리나 (하품을 한다) 오호, 하느님...
찔레긴 발끝으로 들어와서 문턱에 앉아 조용히 키타를 친다.

보이니쯔끼 (손끝으로 소냐의 머리를 쓸면서) 소냐, 난 정말 괴롭구나! 오, 내 이 괴로운 마음을 알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 냐 어떻게 하겠어요. 또 살아가야지요! (사이) 바냐 아저씨, 살아나가요. 길고 긴 낮과 밤의 연속에서 끊임없이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갖다 주는 시련을 우리 참 고 견디어 가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나이 든 후에도 계속 쉬지 않고 남을

위해서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우리들의 때가 오면, 그땐 우리는 편하게 죽어서 무덤 저쪽에 가서 우리들이

괴로웠던 것과, 우리들이 울었던 것과, 우리들 이 어려웠던 것들을 이야기 하도록 해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들을

어여삐 여기시겠어요, 그 때는 아저씨, 아저씨도 저도 밝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삶을 보 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리들은

기쁨에 넘쳐서 지금의 우리들의 불행을 감동과 미 소로써 돌아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편안히 쉬게 되겠지요,

아저씨, 저는 믿 어요, 열렬히, 가슴 뜨겁게 믿어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손 위 얹은 채 지친 목소리로)

우리는 편히 쉬게 될 거예요!
찔레긴 조용히 키타를 친다.

소 냐 우리는 평안히 쉬게 될거예요! 우리들은 곧 천사의 목소리를 듣고 온통 보석을 뿌 려 놓은 듯한 하늘을 보게 될

거에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악과, 모든 우리의 고통 이 전 세계에 충만한 용서 속에 어떻게 사라져가는 가를 보게 될거예요.

그리고

우 리들의 삶은 마치 어머니가 어루만져 주시듯 조용하고 우아하고 감미로운 것이 되 게 될 거예요. 전 믿어요, 아자씨.

전 믿어요...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정말 가엾은 우리 바냐 아저씨, 아저씨 우시는 군요... (눈물 섞인

목소리로)

아저씨 는 한평생 기쁨이란걸 모르셨지요. 허지만 이제 조금만 기다리세요, 바냐 아저씨,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러면 우리는 편히 쉬게 될 거예요... (그를 포옹한다) 곧, 우 리는 편히 쉬게 될거예요!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가 울린다.

찔레긴 조용히 기타친다. 마리야 바씰리예브나는 안내소책자의 여백에 무언인가를 쓰고 있다. 마리나는 뜨개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