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시, 심유장 가는길

원평재 2022. 1. 15. 11:32

시 심우장 가는  (샘텨 문학 2021년 한용운 특집)

 

마음 답답한 날은

심우장 오르던 길을

되새긴다

 기억의 꼬불꼬불 힘든 언덕길

선종 깨달음의 경로처럼

소를 찾아 떠나는 협로

삶이 그렇듯 어찌 넓고 곧기만 하랴

 

 총독부를 뒤로하고 앉은

팔작지붕 민도리 일자 집은

대선승의 항일 독립의지의 표상일진데

거기 닿는 비좁고 가파른 길을 예지한 데에는

수행의 깊은  서려

 

십년 기거의 마지막 흔적은

오도송悟道頌 친필에 담아 벽에 걸고

손수 심은 마당의 향나무도 

이제 백년을 헤아리는데

 

모진 속세의 인연이련가

일본 대사관이  아래 건너편에 다시 따라와 앉아있고

부자 동네가  성북동 고대광실들

 한켠에는 아직도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위쪽으로는 북정 마을

하늘 아래 마지막 달동네

사바세계의 잡사 얽힌 풍경 

 

북향이라 어두운 듯 슬픈 듯이 

내려다보고 있는 심우장은 

남향 뒤 곁 산에서 내려  햇살 불심삼아 

네 칸  환히 밝히면서

허위단심 올라온 중생을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