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그리운 마음

원평재 2010. 4. 13. 09:58

 

 

 

그리운 마음이란 종내 "없음"에서 나올 수는 없는 것이고 "있음"이 전제되는 본질이리라.

그러므로 삶의 축복은 그리움이 없을 때가 아니라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을 때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런 말도 삶조차 갉아먹는 진정 사무치는 그리움을 겪지 못하면

잠꼬대에 다름아닐 것이다.

 

김승옥 선생께서 "그리운 마음"이라는 화두를 던진지도 해가 지났다.

계간 <서울 문학인>을 내는 출판사 사무실과 인근 '소나무'라는 옥호의 밥집에서

가끔 문우들과 뵙고 수담을 나누기도 한다.

김승옥 선생께서는 <서울 문학인>의 편집 고문을 맡고 계신다.

"1964년 겨울 서울"에 빛나는  선생께서는 2003년 2월 매우 추운날,

이문구 선생이 돌아가신 일산으로 문상을 가던중 실어의 변고에 드시고

지금은 수담으로 묵언수행이시나

맑고 잔잔한 미소 너머로 한줄기 그리운 마음을 보내는듯 싶다.

 

보통 사람들도 살다보면 대략 나무의 "뿌리" 같이 큰 그리움 하나에,

잔가지 한 묶음씩이 또 있을 터인데

창작의 야전 세계에서 회군하는 장수의 마음이야 어떻겠는가.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그리움에 몸을 떨었던 소월의 싯귀,

그와 비슷하게 절절한 그리움을 나누었던 브라우닝 부부의 마음이 생각난다.

 

계간 <서울 문학인>에 이번 봄호부터 헤밍웨이에 관한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였다.

"사랑과 무기와 허무와의 결별"이라고 편집장께서 제목을 붙여주었다.

사랑과 무기와의 결별은 허무로 통하는 개념인데

그 허무와의 결별이란 뒷 표현이 모순같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이란 이렇게 모순 덩어리가 아니겠는가.

헤밍웨이는 이 모순을 행동으로 지워내고자 행동주의에 매달리지만 마침내

아이다호의 케첨에서 사냥총을 입에다 물고 만다.

하지만 그 결단도 행동이 마비되어가는 한계상황에서 찾아낸

행동주의자다운 선택과 행동이 아니었을까.

 

김승옥 선생께서 주신 그리운 마음 서찰이 먼저인지

그리운 마음이 있어서 그 서찰을 서재에서 찾게했는지

하여간 오늘의 화두는 "그리운 마음"이 되었다.

 

봄이 지나가는 모습을 운현궁에서 찾아다가 아래에 올립니다.

오래전 실험극장이 곁에 붙어있던 시절도 있었고

(한동안 떼낸 자리가 길 쪽으로 표가난 적도 있었고)

그 옆에있는 어떤 여자 대학의 도심 캠퍼스 정경도 아담합니다.

집들이 예전 모양들로 앉아있어서 그리움의 터입니다.

 

 

 

 

 

  

  

 

  

  

 

 

 

 

  

 

 

  

 

 

  

  

 

  

 

 

 

 

여기서 부터 아래 그림들은 사진하는 친구들과 인사동에서 시작하여 하루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사람들의 모습들을 담은 짧은 기록들입니다.

 

휴대폰을 든 모습이나 텅빈 광장, 돌아가는 행렬들을 모두 그리움의 한 양식처럼

 본 것은

모두 이쪽의 자의적 기호체계와 그 해석학일 따름인가 합니다.

    

 

 

 

  

      

    

  

  

 

  

강남 교보타워 앞입니다.

낮에는 번잡한 거리의 좌대 위에서 동정과 능멸의 시선을 감내하며

터무니 없는 가격에 팔려나가는 

나이 든 서적, 인기에 밀린 책들이

밤이면 이렇게 새우잠을 자 둡니다.

 

오늘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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