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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석의 작품세계

원평재 2013. 4. 7. 06:54

 

 

 

 

 

 

 

 

계간 문예지 <문학과 의식> 제2회 작가상 수상자로 엄창석 소설가가 선정되었습니다.

아래는 그 선정 후기입니다.

 

 

엄창석의 작품세계

 

언어의 구조물이 문학작품이라고 할진데, 엄창석의 작품세계는 넌지시 건축에 빗댄 접근 전략을 구사해 보라는

유혹을 건넨다.

왜 그럴까.

단편 “1.4톤 탑차에 올랐어”는 마침 싸게 산 헌집을 새집으로 리노베이션 하려는 소박한 시도가 막심한 시련을

겪는 내용이어서 그런 발상을 유도하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 건축학 관련의 문화단체와 심미적 활동을 하는 작가의 개인사적 반경이 그런 분위기를 이끄는

또 하나의 원인遠因은 아니겠는지.

 

어쩌면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작품에 서려있는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적어도 포스트 모더니티의 강렬한 낌새가

그러한 접근 방책을 꾀하도록 하는가 싶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포스트모더니즘 문화현상은 맨 처음 건축학에서 배태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모더니즘이 주지적 오만 속에서 구조주의적인 건축미를 뽐낼 때 이미 대중은 그러한 장엄미에 식상을 하고

해체의 미학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눈치 빠른 건축미학자들은 이를 간파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였다.

이에 조금 늦게나마 문학 쪽도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리고 고전적 정전을 부정하며 주변부의 진실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낭만주의가 신고전주의를 전면 부정한 이래, 다시 주지적 모더니즘이 낭만주의를 깨부순 과정처럼

그렇게 전면전을 펼친 것이 아니라 “포스트(후기) 모더니즘”의 이름 그대로, 이을 것은 잇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는 몸짓을 취한 것이다.

 

작품 분석의 전제가 조금 길었다.

엄창석의 “1.4톤 탑차에 올랐어”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지금까지는 글의 제목으로 단일 어휘, 혹은 완전 문장 형식에만 익숙한 독자로서는 대화의 한쪽 편린에 불과한

이 문구가 아무래도 불온하고 전복적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때문에 잔뜩 긴장한 독자에게 뒤이어 나오는 텍스트의 본문은 또 그렇게 낯설지가 않다.

루브르 박물관의 균제와 고전미에 익숙한 관람객들에게 그 안마당에 뾰족하게 올라온 새로 지은 유리 피라밋

건물이 주던 낭패감을 지레 상상한 독자들에게 엄창석의 “1.4톤”은 네 바퀴가 주는 안정감으로 감정을

이완시킨다.

더욱이 앞이 트인 전망 좋은 집을 거의 반값에 산 쾌거는 부동산 신화에 길들여진 당대의 독자들을 잠시

성공사례의 환상으로 방심케 한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이 어디 있던가. 싸게 산 집은 치명적인 결함이 들어나기에 열흘도 걸리지 않았고

이어 줄기차게 내리는 장마 비는 더욱 극적 파국으로 이끄는 가속도에 다름아니다.

이 과정이 또 든든하고 탄탄한 “엄창석 내러티브”로 독자들을 정신없이 이끈다.

하수구는 집 앞을 파헤친 높은 건축물 공사로 이미 막혔고 기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해체된 자신의

집안에 빗물은 가득하여 건축자재들이 둥둥 떠다니는 현상은 이 시대에 부유하고 있는 수많은 상징을

암시하고도 남는다.

일 년 열두 달, 약품 배달과 판매라는 단조롭고도 각박한 수지타산에 자신을 묶어놓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일상은 어린 시절 인질로 잡혀서 총격과 죽음을 목격했던 기억과 중첩이 된다.

 

이제 도시의 한 모퉁이에 새집을 지어서 이러한 강박관념과 억압심리로부터 해방되고 안정을 찾고자한

주인공의 시도는 ㄷ자로 앞과 옆을 꽉 막는 빌라의 건축과 끊임없이 퍼붓는 장마 비라는 존재로 옴짝 달싹

못하게 갇히는 블랙 유머의 대상이 되고야만다.

물론 의식있는 독자를 자처하는 일부에서는 이러한 장치들이 출구 없는 현대인의 매몰현상에 대한 흔한

기호학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적 견해를 피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가는 보란 듯이 마지막 끝내기 홈런을 치고야만다.

 

그가 현상타개와 출구의 모색을 위하여 탑차의 뒷문을 열자 거기 가득 차 있는 못다 판 약품과 반품된

약상자의 안쪽에 어린아이가 매몰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작가보다 더욱 놀란 독자가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작가는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고 만다.

작가의 현장 이탈, 포스트모더니티가 내 비치는 극적 현상이 아닌가.

스토리의 고정관념을 해체시키며 작가는 유희(play)를 시도하고 전후맥락은 독자에게 떠맡긴다.

 

열린 체계는 포스트모던 현상의 한 축을 이룬다.

영화에서도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줄줄이 올라가는 가운데 캐릭터 하나가 불쑥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시청 청사를 새로 짓는다 하고는 유리로 된 거의 비대칭의 건물이 옛 건물의 일부처럼 동거하기도하는

현상 속에 사는 것이 우리시대의 우리들이다.

 

엄창석은 아마도 문학이론에 매우 밝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문학이론에 해박하다고 좋은 작품을

내놓으라는 법은 없으리라.

하지만 우리 시대 작가 군에 시대정신을 꿰뚫고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선정 위원장; 김유조>

 

 

 

 

 

 

풍경이 있는 클래식 (Springtime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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