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북 리뷰, 문단 이야기

소설이란 무엇인가

원평재 2013. 8. 5. 00:39

 

 

 

 

 

 

계간 문예지 <문학과 의식>에서는 매호 마다

장르 별로 신인상을 내고 있습니다.

소설 장르에서도 자주 신인을 배출하게 되는데

지난 여름호에는 "챔피언"이라는 단편으로

신인을 한 사람 배출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그런 사실보다 심사평을 쓰다보니

우리 시대의 소설 문학에 대해서

몇자 소개하였기에 여기 다시 올려봅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통속 소설에 익숙할 수도 있고

순수 관념소설 우위론을 고집할 수도 있는

세태의 양극화 시대에

다소 관심있는 분들에게나 일독을 권하면서~~~.  

 

혹은 그냥 시원한 풍경과 해금 연주만 감상하시고~

 

 

아래 글 중, 소설문학사 부분을 요약하자면 소설이 줄거리 위주의 길을 오래 걸어오다가

물밀듯한 영화와 방송의 도전에 직면하여 과거의 전통은 통속 소설류로 밀어내고

인생살이가 그렇듯 난해한 소설, 독자와도 해석과 책임의 일단을 나누는 소설,

심리소설, 관념소설 등으로 진화해 나아갔다는 이야기 입니다.  

 

소설 "챔피언" 신인상 추천사

                                                     

소설 문학의 기원에 관한 한국적 범주와 서구적 개념 사이에는 괴리가 있지만 문학 장르에서 가장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는 근본에는 다름이 없다. 그 짧은 기간 중에서도 이 새로운 장르는 주제적 선택과 기교적 실험에서 끝 간 데를 모를 지경이다.

신인상 추천사의 모두 부분에서 구태여 이러한 문학사적 현상을 음미해 보는 것은 이번 소설의 내용과 전개가 통상적 모습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 산문소설의 진화과정을 잠시 살피면 초기의 동화적, 로망스 적 요소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귀의 과학적 변경이 넓어지면서 일단 리얼리즘 시대로 진입한다. 리얼리즘이 기교뿐 아니라 주제의 측면도 사실적으로 아우르는 근본이라면, 이윽고 급속한 산업화 시대가 도래 하면서 복잡다단한 시대의 부조리를  탄핵하는 이른바 자연주의의 시대로 이 장르는 진화한다. 소설문학이 사회에 대한 고발문학의 중추가 되는 시절이 온 것이다.

이어 소설문학은 시대조류와 함께 고급화의 길을 택하며 모더니즘에 매몰되기 시작하고 의식의 흐름 등, 부쩍 기교의 실험에 매진한다. 이후 마침내 지적 거탑인 구조주의로부터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나아가서 포스트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이르는 현상은 우리가 익히 보는 바와 같다.

결국 소설문학은 이런 과정에서 난해한 이론문학에 자리를 내주며 화려한 비평의 시대가 도래 하여 기성의 작품 어렵게 재독하기, 전복적 해석하기 등이 시류를 타고 새로 쓰는 소설작품들은 메타픽션의 길로 들어선다.

 

“챔피언”은 이러한 우리시대의 특징 속에서도 별로 시류를 타지 않고 소설문학의 본질로 되돌아가서 근본을 되새겨보게 한다. 이 소설의 작가가 내용 전개의 온갖 과정을 직접 혹은 간접 체험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따져볼 일은 여기 생생하고도 극적으로 술회되고 있는 내러티브의 주제적 가치와 기교적 가치 평가에 있다고 하겠다.

 

소설이 난해의 길로 들어서자 독자의 이반 현상이 광범위하게 되었는데, 미국의 경우 유태인 르네상스라는 문학사적 과정을 통하여 오늘날 소설에서 실종되어버린 이야기 그 자체를 되찾자는 운동이 생긴다. 이렇게 되자 이탈되었던 독자들은 얼른 베스트셀러라는 현상으로 이런 노력을 보상해 주었다. 콘텐츠의 재미야말로 근대시민 사회가 탄생시킨 소설 장르의 원천이었음을 상기해볼만 하다.

소설 “챔피언”은 제목부터 매우 의미심장하다. 정치-행정의 이야기가 주조인 마당에 권투시합을 연상시키는 챔피언이라니! 독자의 관심을 한껏 이끄는 가독성의 실험에서도 이 제목은 압권이다. 주인공 N이 챔피언을 이끈 모멘텀도 그렇게 무리하지는 않다. 다만 동기는 유연하게 시작되었는데 그 이후에도 끈끈한 인연의 정이 통한 정서를 조금더 묘사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따른다.

한편 이에 더하여 주의할 것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인공에 대한 극적 미화라든지 성공사례 보여주기 등으로 글의 방향이 나아가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또한 주인공(protagonist)의 빛나는 등장의 그늘에 있는 반대자(antagonist)의 입장이 오로지 권선징악의 결과로 전락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이 작품에서는 R이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다는 정도로 잘 처리하고 있어서 이 작품에 그런 현상이 있다고 꼬집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모든 작가들은 그런 유혹에 빠지기가 쉬울 것이다. “악인은 지옥으로”라는 명제는 항상 통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진정한 소설문학의 끝없는 고민이고 작가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리라.

챔피언의 등장은 참으로 극적이지만 서부극에 나오는 정의의 총잡이의 재등장 같은 요소로 자칫 나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미래를 위한 경구이자 고언으로 사족을 붙인다.

 

김유조 (평론가,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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