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73

어떤 풍경화

어떤 풍경화 감과 석류가 뜰에서 함께 익는다 석류는 봄에 부르트더라는 내 선입견에 화풍이 흔들린다 매미채에 장대 붙여 감을 따고 싶다 소금물에 재워두면 탄닌 빠진 단감 되지 석류는 보고만 두어야할 함초롬한 존재 먼먼 지역 덥고 건조한 날에 착즙기로 석류 즙을 짜서 팔던 이방의 노점상 떠오른다 껍질이 산더미였지 거리두기와 격리의 시절 몸은 원점인데도 흔들리는 내 심안 올해 결실의 화풍 '어떤 풍경화' ---김유조 석류, 감, 착즙기, 거리두기, 화풍,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시 장마소리

장마 소리 익은 장마는 천둥 번개도 생략하고 후두두둑 쏴아 익숙한 소리를 낸다 가끔 찢어진 틈새로 하늘 빛 조금 잊힐라 보이다가 이내 시커먼 암막 가리개로 덮고 물벼락 자다 깨어나 듣는 밤 장마 소리는 끝없는 주루룩 주룩 주룩 내장을 훑어내린다 낮게만 살아온 사람들의 배탈난 신음소리 장마의 발성법에 내 어지러운 채보 공책 높은 음 자리표 같아 송구하다 ---김유조

시, 시간과 시각 (현대시협 2020 상반기)

시 시간과 시각 김 유 조 동남간 베란다 앞에는 오월 바라기의 동백 몇 점 라일락 향기까지 탐하는데 서북간 베란다 뒤로는 이제야 피다마는 백목련이 지난해 김장독 신 내에 취한 듯 마는 듯 일러 피어 늦은 지속의 농염 동백 때깔이나 늦어 몇 올 눈뜨다 지레 일찍 떨치고야 마는 무채색 몰각의 백목련 자태 시작부터 마침이란 모두 몰가치의 풍경화 무상한 흐름

문학과 의식 여름호 권두시

권두시 여름노래 6월의 상형象形풀이는 땅위에서 배태된 만물의 원형에 잎새를 달아낸 존재의 표지이며 9월의 예지이다. 지난봄은 홍조와 각혈과 혼절로 꽃샘추위도 이기고 수분受粉을 내뿜어 정받이 씨받이로 마침내 존재를 이루었기에 7월의 상형풀이는 튼실한 나무둥치에 칠칠한 줄기로 과육 받아낼 집을 짓는 형상이다 지난달의 영근 표지가 대지에서만 홀로 나부끼지 않고 한여름의 열음이 되어 높이 잇게 치렁치렁 매달리게 또 그늘 막도 되게 만반대비의 모양새다 8월의 상형풀이는 두 개의 화구로 된 뜨거운 소성燒成 가마 하늘에는 아폴로 태양신 땅에도 열화의 지모 신 팔팔하게 상하로 용융하며 순수의 진액을 걸러내고 숙성시켜 풋내의 열음이 열매가 되게 서른 날짜도 부족하여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2월에서 하나 뺏어온 하루를 더하여..

호러 인코그니투스

지역 문협에서 2020 봄 앤솔로지가 코로나 탓에 좀 늦게 나왔습니다. 일년에 두번 출간하고 연말에는 종합 문예지가 또 나옵니다. 이번 앤솔로지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호러 인코그니투스, 알지못하는 공포라는 뜻의 라틴어로 바로 코로나 역병을 뜻한다고 합니다. 소생도 코로나 관련의 시를 두편 실었습니다. 우선 한편을 올려 봅니다. *************************************** 시 혼밥 미세먼지 개어 말린 흐린 화선지에 먹물을 갈아 엎으니 지난해의 형해가 동목冬木으로 탁본된다 소멸과 생성이 교차하는 이른 봄 창밖의 뜨락 등걸같던 가지에 어느새 번진 연두빛 채색 유두 때 맞추어 날아 온 주먹만한 외래종 새 한 마리 쓱쓱 주둥이 놀림이 엑스타시려니 유두를 탐닉한다 망을 보는 짝도없이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