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단상

나들목에서

원평재 2009. 5. 31. 10:12

 

   계절의 여왕 오월이라더니 이름값을 못하고 말았다.

아니 계절과 자연이 무슨 잘못이랴.

그렇게 이름 붙이고 지키지 못한 인간이 문제이지---.

 

 

 창밖을 열고 남쪽 멀리를 내다보며 오래 기다렸다.

내려가는 버스 허리의 "Love"가 인상적이었고

올라오는 길은 이윽고 텅텅 비기 시작하였다.

운구차량을 위한 길비킴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시국을 뒤흔드는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있는 입장이지만,

애도의 마음으로 미시적 시야나마 열어보기로 하였다.

  

 

 

 

 고속도로변 근접이 허용되지 않는 클로버 서클에 애도하는 사람들이 서성이자

호르라기를 불며 경찰이 다가왔다.

어떤 사람들은 급히 몸을 피하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누가 무어라고 따지자 사람들의 모양새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열띤 토론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설득이 주효하는 듯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둘씩 더욱 모여든다.

 

 

 

  거리 공사중인 작업장의 인부들은 쉴틈이 없다.

 

  

 

 아, 그렇다. 논쟁의 중심은 볼 권리, 애도의 표현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는 일정 거리를 물러나있어야 한다는,

우리가 지켜야할 안전 규정이었다.

  

 

 

 강남에서 여기처럼 삶의 형태가 극명한 곳도 드물 것이다.

   

  

 

카메라를 고속도로에 맞추고나서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TV 화면을 시청하였다.

 

 

 

 아, 이제 나타났다. 노란 꽃띠를 얹어맨 차량이---.

 

 

 

  

 

그리고 영정도---

  

 

영정을 앞에하고 운구차량은 쏜살같이 달려갔다.

 

 

 

 

 

 

 

 

격랑의 하루낮 동안을 TV에서 함께하고

하오의 시간, 이제 돌아오는 쪽의 차선 위로 목을 뺀다. 

 

   

 

  

 

 

 

  

 

 나들목으로 들어오는 자량들이 일단 정지하고 기다리고 있다.

 

 

  

 

 

  

 

  아, 이제는 건너편 하행 차선으로 드디어---.

 

   

 

 

 

 

 

  

 

 

 

 

 

 

 고속도로가 일상의 제 모습을 찾는 데에는 금방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의 주제는 두고두고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석양이 드리운 고속도로 위에 해무리가 졌다.

내일은 비!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폭우가 아닌 모두의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그런 비가 내리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