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문화의 파편들

토스카

원평재 2009. 6. 9. 08:22

 

 

6월의 오페라 무대는 4-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푸치니의 '토스카'로

막이 올랐다.

 

현대 오페라 연출의 거장 피에르 루이지 피치가 지난해 이탈리아 마체라타의

스페리스테리오 극장에서 선보인 작품을 무대, 의상, 소품, 성악가까지 그대로 옮겨와

한국에서 재현하였다.

물론 메이저 캐스트만 그러하였고 마이너한 역할은 우리 성악가들이 소화해 냈다.

(메이저도 우리나라 가수가 맡은 공연이 있었다.)

하여간 우리나라 가수들의 기량도 어깨가 으쓱할만큼 좋았다.

마침 5월 스승의 날에 찾아오지 못하였다고 제자가 초청장을 보내주어서 귀한 기회를

챙길수 있었다.

기왕에 작정하여 보내준 초청장이라서 그런가, 오페라 무대를 향한 시야와 청음 조건이

아주 좋은 객석을 차지하여 관람, 감상할 수 있었다.

 

토스카의 비극이 장엄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사(畵師)와 여가수의 열렬한 사랑 가운데에 경찰 간부가 애욕으로 끼어들어서

일어난 살해와 자살의 공식은 그저 진부할 수도 있을텐데---.

잠시 명상으로 들어가본다.

 

첫째로는 당연히 푸치니의 작곡이 위대하여서일 것이다.

물론 대본도 극적 진행을 마다하지 않아서 이 오페라에 인기를 더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으로는 무언가 핵심을 빼먹고 있는듯 싶다.

거기에 더하여 무슨 알파가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 핵심은 토스카가 마지막 순간에 처형장 성채의 위에서 투신을

하기때문이 아닐까---.

 

아니, 이런 내 사유의 모멘텀에는 바로 얼마전 우리 시대가 맞은 놀라운 비극적

사건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토스카가 오늘날 멀리 극동의 이 나라까지 와서 극의 마지막 순간에 객석으로

등을 보이며 투신해버린 세종문화 회관 뒤쪽은 바로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작은 도심 공원의 꽃밭이고 감상용 양귀비가 하늘 거리는 곳이다.

 

물론 이런 표현은 현실과 가상의 오페라 무대를 오버랩시킨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몸을 던져버린다는 사실은 어떤 경우에라도 비극미를 한층 더하고 만다.

 

 

세종 문화 회관 뒤의 한뼘 도심공원이 항상 인기를 더하고 있다.

한동안은 점심시간에 음악연주회가 있기도 하였다.

 

토스카는 물론 저기 앞 건물의 무대에서 투신하였지만,

정말로 떨어졌더라면 이 꽃밭 위에서 피를 토하고 말았을 것이다.

 

 

 

 

 

 

 

세종문화 회관 로비에 서있는 저 예술 설치물은 백남준의 기증품이다. 

    

 

 이날 많은 유명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내가 관람한 층의 로비에는 휴식 시간에 샌드위치와 커피도 나와서

스탠딩 파티가 열렸다.

하지만 정강을 달리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가 모두 목례만 보낼뿐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토스카의 죽음에서 모두 삶의 지혜를 터득하였으면 싶었다.

이 염원은 죽음을 미화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죽음은 필부를 영웅으로도 만들지만 영웅을 다시 필부로 끌어내리기도 한다.

용이 승천하다 떨어지면 이무기에 다름아니리라.

  

 

 공연이 끝나고 팬들에게 사인회로 봉사하고자 스탭과 캐스트가 모두 자리를 잡고 있다.

 

 

 

* 작곡: 푸치니 (G.Puccini, 1858 - 1924)

 

* 대본: 사르두(V.Sardu)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일리카(L.Illica)와 자코사(G.Giacosa)의

           합작 (이태리어)

 

 

* 등장인물:

 

플로리아 토스카 (Floria Tosca 프리마 돈나) S

마리오 카바라도시 (Mario Cavaradossi 화가로 그녀의 연인) T

스카르피아 남작 (Baron Scarpia 경찰 서장) Br

체사레 안젤로티 (Cesare Angelotti 정치범) B

성당지기 Br

스폴레타 (Spoletta 경찰관) T

그밖에 교도관, 양치기, 경찰, 귀족, 사형 집행인 등

 

 

* 때와 곳: 1800년경 로마

 

 

* 초연: 1900년 1월 14일 로마

 

제1막 성당

 

 

토스카의 애인 화가 카바라도시가 교회 안으로 도망쳐 온 정치범 안젤로티를 숨겨 주고

때마침 그곳을 찾아온 토스카가 이를 목격한다.

토스카를 짝사랑한 경시총감 스카르피아 남작도 교회에 나타나 카바라도시를 의심하여

 

 

 

제2막 궁전 내의 스카르피아의 방.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고문, 그 모습을 토스카에게 보여주며

카바라도시를 사형에 처하겠다고 한다. 토스카는 자기의 몸을 바칠 것을 거짓맹세하고

스카르피아로부터 거짓 사면장을 받아낸 후 그를 찔러 죽인다

 

 

제3막 사형장.

 

사형장에 끌려나온 카바라도시를 토스카가 찾아와 사면장을 보이며

총살형은 형식적인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면장은 위조였으며 카바라도시가 총살된 것을 알고

토스카는 형장(刑場)의 높은 벽에서 몸을 던져 죽는다.

 

 

4. 푸치니

 

이탈리아의 작곡가.

아버지는 음악학교 교사로 종교음악 작곡가이기도 하였으나 어려서 사별.

베르디의 《아이다:Aida》를 듣고 나서부터 작곡가가 될 것을 결심,

1880년에 밀라노의 음악학교에 입학, 폰키엘리의 지도로 작곡 공부.

93년 토리노에서 상연된 《마농 레스코:Manon Lescaut》로 데뷔

그 후《라 보엠:La Bohem《토스카:Tosca》《나비부인:Madame Butterfly》가

차례로 초연되면서 찬사. 그의 오페라는 여성 등장인물의 묘사에 뛰어나며

특히 이국 취미적인 제재를 즐겨 선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5. 주요 아리아

 

 

1. 오묘한 조화(Recondita armonia) [제1막 : 카바라도시 테너]

지금까지 성당의 벽화에 가끔 기도를 드리러 오는 부인을 모델로

막달레나 마리아를 그려온 카바라도시가 그림앞에 자리를 잡고 성당지기에게

"그 그림 물감 좀 갖다주시오(Dammi i colori)" 하고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곧 일손을 멈추고 토스카의 초상이 들어있는메달을 꺼내

마리아상과는 대조적인 그녀의 미모를 찬양하면서 지극한 사랑을 노래한다.

 

2.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

 

[2막:토스카 소프라노]

애인 카바라도시를 살려 주는 대신 몸을 요구하느 스카르피아 앞에서

절망적인 몸부림으로 저항하며 하느님에게 호소하는 토스카의 유명한 아리아.

 

3.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 [제3막 : 카바라도시 테너]

처형시간을 기다리는 카바라도시가 유서를 남기기 위해 간수에게서

종이와 펜을 받아 든다. 토스카에게 마지막 작별의 글을 쓰다가

지난날의 뜨거웠던 사랑과 갖가지 추억에 그만 가슴이 메어져 울음을 터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