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기행

추억의 미시간 (당분간 동면에 들어갑니다)

원평재 2010. 10. 11. 04:01

계절의 추이에 따른다고나 할까, 고엽과 조락의 때에 맞추어

자칭 리포터도 당분간 동면에 들어갑니다.

이번 미시간 재방문기 후에 당분간 휴면합니다.

리포터를 자처하지만 해방감 속에서 사진 기록을 도모하다보니

순서도 감상을 따르는가 합니.

 

아, 미시간!

1984년도에 교환 교수(visiting scholar)로 왔던 추억의 장소라서 

감회의 순서도 더욱 들죽날죽입니다.

 

 

간날이 장날인가,

아주 오랜만에 찾아본 미시간 주립대학에는

"빅 텐" 대학들의 미식 축구가 열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지금이 시즌 오픈!

아메리칸 풋볼 전국 24위 정도의 미시간 주립대학 팀이

11위 정도의 위스컨신 대학 팀을 이기고 있었다.

더우기 홈 그라운드!

울려퍼지는 함성이 스타디엄을 뒤흔들고

피끓는, 아니 피식은 내 가슴도 모처럼 뛰었다. 

윗쪽 사진의 유리창 안 좌석은 티킷이 비싸고 가족석도 마련되어 있으며

먹는 것도 자유로워서 날씨가 추웠던 이날 제값을 하고도 남음이 있었으리라.

 

 

 

일찍 찾아온 가을 추위에 기온이 떨어지다보니

관중 일부는 밖에 나와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었다.

프레쉬맨으로 보이는 키 작은 금발 여학생은 몸을 굴뚝 삼고있다.

 

이미 "테일게이트 파티"는 하고 들어갔을테지만 날씨가 술을 부르는듯,

기회를 잡은 멕시코 산 "코로나 엑스트라" 맥주가 전을 펼쳤다.

 

 

어디라 할 것 없이 "테일게이트 파티"의 뒤끝은 지저분하구나.

주지하다시피 테일게이트란 자동차의 뒷 트렁크가 아니던가.

행사의 서막으로 한잔 마시고 먹으며 퍼포먼스를 이끌어내려면

옹색하나마 해치 백을 올리고 갖고온 음료와 음식을 꺼내어 먹고 마시며

서로 엉덩이를 부딪치는 가운데 열기를 불태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진정한 맛과 멋은 이런데에 있겠다.  

   

   

어쩌다보니 추억의 미시간 주립대학을 다시 찾게되었다.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 근교에서 평생을 의사로 지내고 있는 막내 동생의 집을

먼저 찾은 것이 출발점이었다.

즐겁고 기쁠 때나 혹은 마음이 허허로울 때면 언제나 서로 힘과 용기와 지혜를

특별히 나누어 온 동기간 중에서도 막내,

단풍과 조락의 계절을 맞이하여서 여섯 시간 이상을 달려 내 아우의 집을 찾았다.

 

동생은 미리 휴가를 내어서 북 미시간으로 짧은 여행을 준비해 놓았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폭우도 내려서 그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고 디트로이트 근교를

들락거리기로 하였다.

호텔 체인의 예약과 해약을 모두 인도에 있는 아웃소싱 회사에서 하기에

해약 과정이 좀 힘들기도 하였다. 

인도에서 싼 인력으로 24시간 가동하는 아웃소싱 바람에 미국의 일자리가

많이 날라가지만 경쟁력은 강화된다는 미국식 사고방식을 알듯 모를듯 하였다.

 

미시간과의 인연은 대략 한 세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와 뉴욕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친 동생이 자리를 막 잡은 곳이

그때만 하여도 잘 나가는 미시간이었고 나도 첫 교환교수(visiting scholar)로서의 

파견 대학으로 동생이 자리를 잡은 미시간 쪽을 택하였다.

 

사실 앤아버의 미시간 대학(U of M)이 이름은 더 낫지만 미시간 주립대학

(MSU)도 빅 텐의 하나였으며 생활비도 싸고 조건도 좋았다.

동생도 당시 겨우 자리를 잡은 형편이라 지금과 같은 여유는 없었으나 서로

얼마나 마음의 의지가 되었는지 모른다.

유학생이 25명 정도였고 대학이 위치한 랜싱(이스트 랜싱)의 교포도 손꼽을

정도였으니 정말 호랑이 담배 먹던 옛날 이야기이다.

지금은 한국 유학생이 그 열배가 넘는다고 한다.

 

당시에는 학문 보조 분야에서 전자 테크놀로지는 아직 유치한 수준이었고

기계와 전기식이 기본이어서 자료를 수집하여 카피를 하기조차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맨날 그 일만 하며 지낸듯 싶다.

골프도 칠 엄두를 아직 못내던 시절, 휴식이 있다면 인근 강과 호수에서 배스와

블루길 낚시를 하여서 잔챙이는 도루 보내버리고 큰 것으로 매운탕을 끓여먹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산 낚싯대가 미국 어장(?)을 주름잡던 시절, 주로 머스키간 등지로 갔는데

물반 고기반이었다.

 

자료를 찾다가 부족하면 앤아버의 미시간 대학으로 가서 도서관과 헌책방을

뒤지기도 하였다.

동생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로 장만한 조금씩 좋아지는 집도 들락거리게 되었고

미시간 호반의 헤밍웨이 족적을 두루 섭렵한 추억도 있건만,

그때 이래로 미시간의 그 두 곳 대학과 북미시간을 다시 찾지 못한 지난날이

아쉽고 기이할 지경이다.

이제 인생의 종착지를 내다보면서 문득 그 두 곳을 다시 찾아보자는 생각을 해내며

형제는 의기투합하였다.

대학에서 연구소를 운영하는 제수도 주말에 동참을 하여서 오랜만에 양가 부부의

나들이가 이루어졌다.

 

집안으로 시냇물이 흐르는 숲속에서 오래 살아온 동생네도 이제는 자식들이

모두 나가서 살고 노루떼만 가끔 손님으로 오고있는 이 대궐을 버리고 작은 콘도로

갈것인지 말것인지 인생의 마지막 고민을 안고있다.

 

나도 덧붙여서 작은 소망이 있다면 조그만 콘도에서 살며 가끔 나가서 유실수와

관상목을 심을 작은 땅이나 있으면 좋겠다.

당분간 동면하면서 꿈같은 꿈이나 가꾸며 지내고 싶다.

 

 

1984년의 첫 교환교수 시절을 지낸 곳은 이스트 랜싱, 미시간 주립대학의

"체리레인"에 있는 대학 아파트였다.

아래 보이는 아파트 촌의 이층 모서리 방에서 지낸 기억이 난다.

 

    

 당시 학부생들에게 배정된 신축 기숙사를 부러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 태극기를 걸어놓은 저 창가의 애국 유학생은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이런 날을 택하여 결혼식을 올리는 동창들도 있다.

들러리들이 무척 추워하며 이리뛰고 저리 뛰었다.

 

  

 

 

 

 

  

  

   

  

  

  예전에는 이곳 오키모스에 오리엔털 마켓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날 집에 돌아오니 미시간 스테이트가 역시 이겼다.

 

추억의 대학 순례를 하기전에 디트로이트 시내에 있는 미술관을 먼저 찾았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앞에 형제가 섰다.

첫 거푸집에서 세계적으로 몇 작품만을 뽑았다던가---.

진본이었다.

아우는 내 중고등 5년 후배, 47회이다.

 

 대리석 문명이 서구 문화의 진수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

다시한번 그 정교함에 놀랐다.

우리의 화강암에 비하여 다루기는 더 쉽다지 아마. 

유럽에서 눈요기한 작가와 작품들이 이곳에서도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압도적인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의 분위기를 따라서

먼저 아프리카 미술관 쪽을 보았다.

지식과 영감을 위하여 그쪽 계통의 여학생들이 진을 쳤는데 사진으로

모두 포착하지는 못하였다.

 한국관은 아직 따로 없었으나 지금 부쓰를 만드는 중이라고 한다.

진열 예정 작품 중에 달항아리가 선을 뵈었다.

저 서민적이면서도 깊은 함의를 담은 미의 세계가 이곳에서 잘 납득이 될는지 안쓰럽기도 하였다.

 제수가 교수로 나가는 웨인 스테이트 대학 건물이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 산재해 있다. 

 

 미국 최초로 흑인 폭동이 일어났던 때의 잔해가 아직도 있다.

 

 로마의 황폐를 그린 미술관의 작품이 매우 의미심장하였다.

 

 

 

포드 필드를 뒤로하고 앤아버에있는 미시간 대학 (U of M)으로 달려왔다. 

 미시간 의과 대학원

 

이 책방을 많이 이용하였다.

헌 책을 많이 샀던 기억이 난다. 

 퍼터너티와 소로러티

남녀 학생들의 꿈이 영글어가리라

  

 안면이 있는 중국계 동네 아가씨가 디트로이트 교외에 차린 점포가

벌써 여기에 지점을 낸 모양이라고 제수가 놀라워하였다.

 

 오랜만에 이발관 표지를 보아서 한컷

 빅비가 우리나라에도 생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스타벅스와 비슷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조금이나마 이루었다 싶은 동생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원을 흐르는 시냇가에서 사슴을 포착할 수 있었다.

 

 

당분간 동면, 휴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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