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뉴저지 필라델피아 기행

법률과 소시지 만드는 과정은

원평재 2011. 2. 17. 00:01

 

 

(내 친구의 집에 큰 변화가 있었다. 창틀을 바꾸어 숲으로 창이 튀어

나오게 하여서 좌우도 조감케하고 그 공간미라니---.)

 

지난 겨울 기차를 타고 허드슨 강변의 눈 쌓인 길을 헤쳐 마침내 포킵시에

도달했던 여정을, 이번 여름에는 열파 주의보가 내린 가운데에 다시 재연

하였다.

Poughkeepsie라는 긴 이름은 그대로였지만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표를

사며 거기 찍힌 글짜를 보니 Pokipse라고 줄여놓아 있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게 없나보다.

 

 

 

 

 

"포킵시의 은자"라고 내가 즐겨 부르는 친구네 가는 길은 성하의 잎새들이

무성하여서 뜬금없이 미국의 힘은 참 무겁구나 하는 복잡한 느낌이 머리에

맴돌았다.

 

미국은 지금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후예들과 제한적 전쟁을 하고

있고, 또 최근에는 알다시피 기독교 문명의 수호자로서의 간접 분쟁

지역을 하나 더 떠맡고 있다.

무성한 성하의 잎새들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진건 무더위 탓만은 아니었다.

 

그런건 어쨌건, 내 친구의 고즈넉한 집은 조금도 변함없이 2에이커 대지

위에서 여름을 태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어도 조금도 변함없이.

아니, 큰 변화가 있었다.

포킵시의 은자께서는 16년간이나 살면서 손을 대지 않던 기존의 창 하나를

과감하게 뜯어서 위의 사진에 보이는 형태로 창틀을 밖으로 내고 좌우가

조감되도록 해 놓았다.

의자 두개를 그 앞에 놓고 사람이 마주 앉으면 말이 필요없이 대자연 속에

그냥 들어 갈 수가 있는 멋진 창이었다.

 

 

우리는 그 앞에 앉았다.

창너머로는 우선 "가문비 나무"가 여느 침엽수 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자태로, 그러니까 어머니의 치마폭 같은 포용의 모습으로 우리를 감싸며

너그럽게 알은체를 해 주었다.

우리는 응석이라도 하듯이 서로 말을 크게 아끼지 않았다.

 

오늘의 주제는 단연코 유태인에 관한 사색이었다.

"오늘의 주제는 쭈우야."

그가 단언하였다.

나는 개신교 신자이자 지식인인 그가 혹시 그들을 비방하는 말을 예비

하였는가 지레짐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흔히 요즈음 지식인들의 발언에 묻어있는 "앤티 세미오틱"한

분위기를 단연코 털어버렸다.

 

내가 아는게 턱없이 딸려, 프린스턴 신학 대학원에서 5년 반을 수학한

그의 뜻 깊은 이야기를 여기에 퍼담을 생각은 못하겠고 그저 생각나는

데로 그날의 대표적 이야기나 하나 줏어담아본다.

 

그는 유태인들의 전문가적인 우수성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깊이 상고해

보았는데, 바로 어릴때 부터의 "논리적" 대화애 역점을 둔 그들의 교육이

바로 원동력이 아닌가 짐작한다는 것이었다.

"탈무드"는 물론이지만 내가 이름도 다 잊어버린 여러 생활 경전에

힘입어 아이들이 말을 겨우 깨칠 때부터 사유의 변경을 넓히는

유태 민족의 머리를 어찌 기억력이나 고취하는 다른 민족들이 따라갈

수가 있겠는가 하는 그의 반성적 추론이었다.  

 

결국 그들은 인구 비례로 따질 때에 어떤 민족도 감히 따를 수 없는

숫자의 노벨상 수상자, 20퍼센트 이상에 달하는 아이비 리그 교수,

저명한 의사의 대부분, 언론 연예계의 리더들, 미국의 경제계를 주름 잡는

막강한 파워, 주요 정치가들과 그 보좌관, 정책 입안자들을 모두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어거지가 아니라 논리에 입각하여 사람을 훈련 시킨 결과가 한

민족의 구성원들을 이렇게 모두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한것이 아닌가---.

우리 한민족의 우수성이 중간의 좌절을 겪고 있는것은 바로 이런 논리적

사고방법을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 우리의 죄업이 아니겠는가---.

그의 탄식이었다.

 

"Jesus Christ를 구세주로 믿지 않는 그 사람들에게 너무 축복이 많이

간건 아니야?"

내가 무식해서 물어보았다.

아니 평소에 품은 질문이기도 하였다.

내 질문에 그는 Saint Paul을 인용했던 것 같다.

"세상 만민을 다 구원한 후에 유태인들도 구원을 받으리라."

대략 그런 말씀이었던 것 같다.

그의 인용문이---.

 

이 보다 더 힘든 명제를 들쳐보느라고 우리는 때로 논리의 덫에도 

걸리다가 마침내 편한 에피소드도 나누었다.

지금 미국에서는 새로운 개역 성경(NRSV; New Revised Version)이

나왔는데 그 작업에는 프린스턴의 신학자들도 분과별로 많이 참여

하였다는 것이다.

그 위원회는 각각 성령의 은총이 가득하였으나 인간들의 표현 방식은

격렬했다는 것이다.

서로의 견해와 주장은 한치의 양보를 허락치 않았는데 마침내 시간이

가면서 대타협과 딜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 이건 줄께, 그건 양보해."

"이건 빼고 저건 넣고 이건 이렇게 해석하여 이런 표현으로, 저건 또

당신의 은총으로---."

이런 내용을 적나라하게 알고나면 시험에 들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각에 따라서는 더욱 확고한 신앙심을 인간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으리라.

 

포킵시의 은자는 이 부분에서 독일 잠언을 인용했는데 그게 내 친구가

적절히 찾아낸 말인지 프린스턴 신학자가 찾아준 말인지는 내가 묻지

못하였다.

그가 나에게 인용해준 잠언은 이러하다.

"법과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은 보지 않는게 좋다."

개역 성경의 형성 과정도 글쎄 모르는게 더 은혜스러울는지, 그런건

나 같은 사람은 잘 모르겠다.

 

우리가 대화를 즐기는 사이에, 여름 소나기가 일기예보자에게 은총을

내리듯이 오락가락했다.

주말 예보로는 비가 계속 온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장대비 예보에는 못미치어도 예보자에게는 그게 어딘가.

 

시원하게 하루밤을 자고나서 다음날 아침이 되니 하늘은 청명이었다.

우리는 예에 따라서 약 3마일에 걸치는 산보를 나갔다.

무궁화를 심은 집들이 많이 나타났다.

우리의 것과는 조금 다른 것들도 있었고, 겹으로 꽃이 피는 것도 있었다.

"무궁화를 여기서는 로즈 어브 샤론이라고 부르더군."

그가 말했다.

"아, 그게 스타인벡이 쓴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네."

내가 받았다.

 

 

 

 

 

 

잡담을 해가며 걷는 길이어도 한 여름 햇살에 땀이 줄줄 흘렀다.

어떤 집앞에 승용차들과 사람들이 꽤 모여있었다.

"거라지 세일"이었다.

누가 이 좋은 동산에서 이사를 가는 모양이었다.

보통 규모의 거라지 세일이 아니어서 온통 집안 물건을 다 들어내다시피

하는 내용이었다.

이혼을 한 집안이거나 이제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부부가 인생을 마지막

정리하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의 집으로 다시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마당으로 나갔다.

호박 꽃이 여럿 탐스럽게 핀 가운데에 호박이 크게 영글었고

토마도, 오이, 붉은 무우 등등이 열매를 맺고 있었다.

물론 모두 사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철조망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저기 숲속으로 들어가 볼까?"

2에이커 숲속이 너무 탐스러워서 내가 제안하였다.

"아이구, 큰일나. 사슴이 옮긴다는 벌레, 라임이 어디에 묻어와서 우리

피부에 붙을지 몰라. 거기 물리면 열병처럼 난리가 나지."

"아하, 그래. 여기 언론에 보도가 되어도 나와는 무관한 줄 알았지.

LYME, 라임말이지---?"

법률과 소시지 만드는 데에도 너무 가까이 가지 않아야 되듯이 저 탐스런

숲속에도 너무 가까이하지는 말아야하는 미 동부의 숲 지역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허드슨 강변은 무수한 절경으로 나그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겨울의 느낌과는 사뭇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맨해튼으로 들어오며 처음으로 조우하는 할렘의 모습도 지상철이라는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영상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요즈음은 모두 재개발에 들어가서 콘도를 청약한 사람들은 수지가 맞았다고

한다.

재산세도 상당기간 내지 않는 모양이다.

다행한 일이다.

인류공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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