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나.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원평재 2011. 2. 9. 04:02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단편 소설, 「프랜시스 맥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A Short Happy Life of Francis Macomber")에 나오는

중년남자 맥코머(Macomber)와 그의 부인 마가렛(Margaret)은 결혼한지

11년째

이다.
젊어서의 맥코머는 힘차고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몸이 나면서 매사에 우유부단해지고 게으르고 용기를 잃게되었다.
한편 아름다운 부인 마가렛도 한때는 최상의 광고 모델 제안까지
들어오는 처지였으나 이제는 세월과 더불어 초로에 접어들고 남편으로
부터 버림받을까봐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남편의 무기력함을 혐오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런 모든 생활의 앙금을 씻어내기 위하여 아프리카로 사파리
여행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일은 처음부터 잘 풀리지 않아서 첫 번째
사자 사냥에서 멕코머는 오금이 저려 안전장치도 풀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는가 하면 토끼처럼 도망을 쳤고 정작 사자를 잡은 사람은 사파리
안내인인 윌슨(Wilson)이었다. 윌슨과 현지 흑인들은 물론 이 사실을
비밀로 하여 가십을 만들지 않고 맥코머에게 공을 돌리지만 그들의
시선은 따가우며 특히 마가렛은 남편을 완전히 무시하는 태도이다.
그날 밤 마가렛은 공공연히 윌슨의 텐트로 찾아가서 정사를 나누며
남편의 힐난도 무시한다.

다음날 맥코머는 차츰 사냥의 감각과 용기를 되찾아가면서 숫양을 단
한방으로 보기 좋게 맞춘다. 윌슨은 이제 물소 사냥을 하도록 계획을
잡는다.
그도 남자이지만 마가렛을 무서운 여자라고 생각한다. 물소 사냥을
시작하던 날, 맥코머는 과거의 용기와 패기를 거의 모두 회복하였고
이에 걸맞게 조준과 사격도 아주 정확하게 되었다. 이러한 모습에
윌슨도 전문 직업의식을 발휘하여 열심히 돕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맥코머의 주도로 우선 급속히 달려드는 물소 한 마리를 쏘아
쓸어뜨린다.
이어서 다른 두 마리도 매우 근접한 상태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쏘아
잡고 맥코머는 마지막 숨통을 끊는 사격도 동요 없이 해낸다.
이 과정에서 마가렛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잔뜩 겁을 먹는다. 이때
보조원이 와서 첫 번째 물소가 총을 맞은 채로 숲으로 들어갔음을
알린다.
이런 상태의 물소가 가장 위험한 존재이다. 그러나 맥코머는 위험한
사냥감이 생겨서 오히려 유쾌하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용기 있는
모습에 윌슨도 깊은 호감을 느낀다. 마침내 다친 물소를 발견하고
최후의 근접사격을 할 때 맥코머의 아내 마가렛은 뒤에서 남편의
두개골을 쏘아버린다. 용기를 되찾은 남편으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일까, 윌슨이 무조건 좋아서일까, 아무튼 남편 위에 군림했던
마가렛으로서는 다시 자기를 지배하려는 남편을 결코 수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헤밍웨이의 아버지가 아내로부터 냉대를 받았다는 것은 정설이며
아들로서는 이러한 아버지를 때로는 경멸하고 또 때로는 동정해 마지
않았던 심정들이 여러 작품, 특히 그의 초기 단편에 많이 투영되어
있다.
이후의 장편에서의 여성들은 일부 그렇지 않은 여성도 있지만 대체로
남자들에게 순종하고 남자들의 용기 속에서 사랑을 꽃피우는 인물들로
묘사된다.
지배형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공포와 압박감이 초기에는 그대로 작품에
용해되었고 후기로 갈수록 이러한 여인상을 억누르겠다는 작가의
욕망이 발로되었음직하다

서시(Circe)란 대체로 남자를 파괴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
즉 요부의 전형으로 묘사되는 여신이다.
헤밍웨이의 작품에서는 여기에 나오는 "마가렛"이나,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에 나오는 여인상, 브렛 애슐리(Brett Ashley)가

그러하다.
그러나 시원치 않은 남성 서클 속에서 방황하는 "브렛"은
사실 가련한 여성일 따름이다.

헤밍웨이의 작품에 나오는 "무기여 잘있거라"의 "캐더린 바클리",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마리아" 등등 보다도
"브렛 애슐리"에게 정감이 가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