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맺는 말

원평재 2011. 2. 9. 04:07

맺는 말

플라톤(Platon)이 쓴 『향연(饗宴)』(Symposium)을 보면
원래 인간은 남녀가 하나로 된 양성체였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 조각에 가끔 보이는 남녀의 성기를 공유한
인간상이 바로 그러한 신화의 구체적 형상화였다.
그런데 이러한 양성적 인간은 능력이 막강하여서 신들의 세계를
넘보게 되었다.

이에 노한 제우스가 인간을 분리하여 남성과 여성이라는 별개의
성을 가진 두 지체로 나누고, 때가 되면 잃어버렸던 자신의 반쪽을
찾아서 완전한 하나의 주체가 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반려자(伴侶者)라는 서구식 표현이 "나 보다 나은 반쪽
(my betterhalf)"인데 이 관용어의 심층구조에도 이러한 의식이
엿보인다.

그런데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일 수는
없다.
또한 오늘날과 같이 다원화되고 격변하는 시대에는 자신의 반쪽이
나타났다하더라도 그때까지의 환경이 너무나 달라 엄청난 문화충격
속에서 합일을 포기할는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이 불신과 회의의 시대에는 진정한 자신의 짝을
찾았을지라도 이를 믿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아니 잃어버린 반쪽이 있다는 신화 자체가 가설이며
부조리한 상상이라고 현대인들은 일소에 부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인간은 양성이 분리되어서 각각 달리 태어난
존재론적 한계상황의 유기체일 뿐이다.
그러므로 회의와 기대, 불신과 욕구의 사이를 방황만 할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반쪽과의 기쁜 만남을 위하여 진지한 추구의 여정에 나서고
희열의 순간이 포착되면 지고의 노력을 기울여 온전한 주체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