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개나리와 진달래

원평재 2011. 2. 13. 23:15

개나리와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개나리와 진달래는 어느 쪽이 먼저 필까요?"
대체로 "개나리"라는 답이 나오지만 사실은 둘다 함께 핀다.
다만 개나리는 평지의 근교에 흔하고 진달래는 주로 산에서 피기 때문에
생육의 조건이 다를 따름이다.
같은 조건에서는 개화기가 거의 같다.

험한 세상에 낭만적인 화두나 즐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위의 질문도 일단의 격앙된 젊은이들이 플래카드를 내건 그런 앞에서
대화의 말머리를 튼 "의문문 화두"였다.
거친 말이 나오는 청년들 앞에서 내가 실없어 보이는
위의 질문을 던졌던 그때에도 대답은 "개나리요"였다.
잘 가꾼 넓은 공간의 곳곳에 이 두 종류의 꽃이 함께 피어 혼재해 있는 것을 보면서도---.

그래서 "고정 관념", "사물을 보는 눈", "다름과 같음",
그런 식으로 시위대 앞에서의 나의 이야기는 이어졌지만
돌이켜 보면 이 때에도 나의 물음에
"개나리"라는 대답을 해주었기 때문에 대화가 이루어진 것이지
전쟁터와 같은 분위기였다면 그나마 어림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봄이면 항상 젊은이들은 시끄럽다.
그러나 유기체가 무기질로 전락하기를 거부하고
역동적 생존을 유지하려면 필연적으로 그 개체는 발효하고 변화해야만 하며
그 과정은 변덕스럽게 보이기도 하고
또 시끄러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