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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와당 견문록

원평재 2011. 2. 13. 23:19

어제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며칠전 재미 있는 이벤트가 있으니 꼭 함께하자는 어떤 동료의
제안이 나 때문에 연기된 자리였다.
재미있는 사연이라---, 무슨 로맨스 그레이 인가---.

역시 로맨스, 즉 낭만이었다.
漢學을 하는 분이 工學을 하는 분에게 雅號를 헌사하는 순간이었다.
"여와"와 "열와당"이라는 아호였는데 내게 의견을 묻는듯,
헌사자는 이미 둘다를 못박고 있었다.
나도 둘다 읽기가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처음 의문을 갖였던 개구리 "와"자의 유래가 납득되었기 때문이었다.
아호를 받는 사람이 굉장한 개구리 수집가라는 것이다.

한 500마리---, 맙소사, 이걸 내가 여태 몰랐네!
물론 개구리 모조품이엇다.

우리는 말이 난 김에 점심을 먹고 서둘러 그분의 오피스로 가봤다.
유리문이 달린 서가가 한 쪽 벽면을 다 차지하였는데 그 속에는
과연 개구리 500마리가 또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아, 나도 스푼이니 찻잔이니 딸랑딸랑 종이니,
수집에 열을 올리다가 이제는 그것도 시들하던 참인데(종이나
스푼 수십가지 없는 집이 없잖은가---), 개구리라니---.

아, 정말 생각해보니 어느 관광지나 쇼핑 샵이나 작난감 가게엘
가봐도 개구리가 없는 곳이 있던가---,
그런데도 조직적으로 수집을 할 생각은 못했네---.

왜 장난감 개구리는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개골 대는가?
수집가 당사자에게 물어보니 자연 현상으로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우선 마음에 들었고,

또하나의 동기로는
종로에 있는 어떤 음식점의 벽면이 개구리로 장식되어 있는데
안주인의 말,
"개구리에는 표정이 있잖아요"라는 설명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동화에 나오는 왕자님의 변신은 물론 개구리 보다 두꺼비 쪽이
압도적이지만 그런 설화도 간접 영향은 주었다고한다.

볼펜 위에서 몸에 불을 켜는 개구리,
소가죽으로 만들었으나 개구리 보다 더 개구리 같은 개구리,
상아로 만든 개구리 삼형제, 전화를 걸어 주면 개골개골하는
개구리, 안경을 벗고 보아야 보이는 작은 놈,
청개구리 (심뽀?)는 기본이었고,

금으로 만든 개구리, 봉제 인형 개구리, 나무를 깍아서 만든 놈,
수많은 도자기 개구리, 큰 항아리 위에 올라앉은 작은 개구리,
연꽃이나 나뭇 잎새에 앉은 수많은 개구리, 연적위에 있는 놈,
아예 연적인 놈, 해와 달 전설의 주인공인 개구리 남매---,
원산은 세계화, 5대주 6대양을 누비고 잇었다.

아호인 "여와(與蛙)"는 "개구리와 더불어"란 뜻이자
수집가의 종교가 천주교인 점에 맞추어 "여호와"와 훈독이
비슷하게 하였고
"열와당(悅蛙堂)"은 "기쁜 개구리들이 있는 집", 혹은 그 수집가의
집이라는 뜻이렸다.

구경의 말미에 문득 그제 발견된 내 고향 대구의
"개구리 소년"의 슬픈 전설이 생각났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앗다.
개구리도 기쁘고 또한 슬프겠지만 열와당에서 굳이 그런 내색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