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만남

원평재 2011. 5. 18. 12:02

 

반년 넘게 밖에 있다가 돌어오니 책상 아래 편지가 수북이 쌓였다.

서정돈 총장이 보낸 두장의 인사장이 특별히 반가웠다.

8년의 총장 직을 대과없이 마쳤다는 겸손한 퇴임 인사장에 이어 

성균관 대학교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많은 성원을 바라는 정중한 취임 인사장,

모두 감동이 드문 요즈음의 내 마음을 모처럼 달구어주었다.

 

부지런한 친구가 나서서 자리를 주선하였다.

바쁜 서 이사장이 시간을 내어 좋은 곳에서 점심을 샀다.

맥주도 축하로 한잔 했다.

전에 서 박사가 "술은 의사 친구와 하면 약주"라고 하던 입담이 생각났다.

이날도 구수한 입담이 만년의 보약처럼 나왔다.

매사 조심하여 작게도 다치지 말고, 다쳐서 단 이틀만 누워서 쉬게 되는 경우에는

일어나는 동작에도 조심하라,

우리 나이의 신체 메카니즘이 그토록 "불활성"의 상태로 진도가 나갔다는 것이다.

오르막 보다 내리막을 조심하고 에스컬레이터나 걸어가면서는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도 무심결에 돌아보는 행동은 하지 말 것.

(내리막 빳다가 무서운 것은 골프 시대가 지난 세대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한가지 일에 다른 일을 끼우지 말라는 당부도 있었다.

신문을 보는데 집사람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무슨 주문을 하면

예전같으면 두가지 일을 다 해냈는데 지금은 듣고도 다 잊어먹어서

마누라를 무시하는 꼴이 되기 십상이니 미리 그런 행태의 변화에

양해를 구해놓는 지혜를 살릴 것.

(나도 면죄부를 받은듯, 당장 집에와서 실천하였다. 명의의 가르침이

아니던가. 부적처럼 몸에 간직하고 효험을 보았다).   

   

 

서 이사장은 일주일에 월, 화 이틀은 삼성 강남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수,목,금, 사흘은 태평로 파이낸스 빌딩에 있는 이사장실에 있으면서

그 중 이틀은 또 성균관대학 유학 대학원 박사 과정에 공부하러 나간다.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끌고 있는 국제 공자 학회의 회장직도 한국의 서 이사장이

맡게되었다고 한다.

중국이 국가 통치의 이념으로 모택동 사상과 공부자의 유교를 접목하는 엄중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자도 성현의 반열이지만 뛰어난 경세가, 행정가로서 유교적 국가 통치의 꿈을 갖고

또한 실천도 해보지 않았던가.

 

총장 8년의 짐을 벗고 보니 그제서야 함 어려운 일을 해냈구나 싶다는 술회가 실감있게

들렸지만 지금도 짐을 벗은 사람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날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 이사장이 현역 발레리나로서의 토 슈즈를 벗고나서야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일을 했는지가 실감이 나더라는 술회가 문득 떠오른다.

축구 선수가 교체없이 전후반을 뛰는 에너지 소모나 발레리나가 백조의 호수 한편을

안무하는 에너지가 같다는 과학적 측정도 있다고 그녀는 말하였다.

발레리나(노)가 독무를 버틸수 있는 시간은 2분간에 불과하다고.

그러므로 독무로 안무를 하였을 때에는 오래 박수를 쳐 줄 것,

다음 동작 까지의 쉬는 시간을 그 혹은 그녀가 벌도록.

 

서 이사장의 보약같은 유머를 여기 옮길 재간이 없다.

탁월한 의술, 행정력, 너그러움, 포용력, 겸손, 이루 매거할 수 없는 덕목의 소유자인

서정돈 동기에게서 문득 공부자의 풍모를 느껴본다.

용비어천가가 아니라 용비우천가를 읊어도 좋기만한 좋은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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