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포토 에세이) 지난 여름 / 육필 시화전

원평재 2012. 11. 14. 09:35

 

 

 

"까세(cachet)" 라고 하면 원래 우편 수집의 한 장르인 "초일 봉피"를 주로 말해왔으나

나중에는 우편 엽서에 시나 사연을 손으로 적어 보내면 수집하던 육필 시대의 전통이자

흔적이 되었다.

빠르게 변천하는 세상 속에서 인터넷은 까세 영토도 약탈해갔다.

요즘 누가 종이에 편지를 쓰랴.

하지만 까세 시집과 시화전이 나타났다.

역발상의 기지에 능한 사람들이 까세를 다시 들고 나왔는데 반응이 좋다.

사라진 것, 사라지려하는 것은 누구나 향수어려 하니까.

 

한국 문단에도 육필 전시의 바람이 불어서 작년부터 서문당에서 "까세"라는 이름으로

육필 시화집을 내고 호응을 받으니까 육필 시화전도 지난 여름에 열었다.

인사동, 신상 갤러리 3층이었다.

한국 문협에서도 특별 기획으로 문인 육필 전시회를 또 열어서 성황을 이루고

지난달 막을 내렸는가 보다.

장소는 작년에 새로 이사를 한 목동의 예총회관, 문협 공간에서 열었으니 여러모로

감회가 깊었겠다.

 

 

 

 

 

작년 초 어떤 문예지의 주간이 까세 이야기와 함께 육필 원고를 청탁하였다.

내 글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만 자신만만 한데~~~,

그냥 그렇게 말하기에는 체면도 있고하여서,

"내가 악필에다가 그림까지 그려야하다니, 감당이 안되네."

무재주 상팔자, 더덤수를 썼다.

 

그 일은 끝난줄 알았더니 얼마후 내 "불후의 명작"만 빠진 육필 까세 책이 

선물삼아 왔고 이번 여름, 그 시화전이 인사동에서 있다는 연락이 왔다.

첫날 오프닝 세리머니 시간은 다행히(?) 선약이 있었다.

나중에 더위를 무릅쓰고 신상 화랑 건물 3층의 시화전을 보러갔다.

모두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참 잘 빠졌네. 망신살 뻗칠 뻔 했어."

"아이구, 섐, 내년에는 가까이에서 그림을 뺐어서라도 꼭 내셔야지요."

"또 내? 재미들 보셨네. 글씨는?"

"섐, 그 일도 댁에서 협박 하시지요."

"실력이야 마카, 막하막하 이지만 필체란 남녀 유별인데---."

어쨌든 집에서 해결하면 묵인이 된다는 요지같았다.

"문필의 대가니, 남종화의 종가니, 북화의 일문을 이루었다느니 하는게 모두

집안에서 해결했다는 소리로 들리네."

썰렁한 농담이 약속으로 전달된듯 싶다. 

 

3층에서 만난 그 아름다운 시화전이 여름 더위를 견디게 하였다.

이날 서울의 하늘 밑, 서울의 지붕 위 풍경이 너무 시원하여서 시화 감상에만

집중은 않고 창밖과 테라스를 두리번 거렸다.

 

그 정경을 마음에만 담아두기에는 수양이 덜 되어서 카메라를 끄집어내어 셔터를

눌렀다.

 

 

 

 

 

 

 3층에서 바라 본 서울의 여름 하늘 밑이 참 아름답다.

 

 

 

  

저 한옥 지붕아래에서 점심을 시켜놓고 마당으로 나와서 먹을 것이다.

 

 

이런!

 

3층 시화전 바로 위층에서는 마사지, 중국 정통 마사지를 한단다.

3층에서는 마음의 마사지, 4층에서는 몸의 마사지.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에스프리가 나온다던가.

갤러리 건물이 정신과 육체, 원스톱 웰빙을 생각케한다.  

해바라기가 보이는데 구름이 드리웠다.

 

 

  국세청 건물을 염두에 두었는데 클로즈업이 덜 되었다.

목간통, 교회, 옥상의 벤치 등은 아웃 포커싱 처리가 되었더라면---. 

 똑딱이 카메라로 영상을 훔친다. 

손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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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의 숲을 헤치고 계단을 내려왔다.

인사동은 그대로 거기 있었다.

여름 일상 그대로---.

 

 

인사동에 나왔으니 경인 화랑에 들러보았다.

붐비는 데도 있고 조용한 코너도 있었다.

다 둘러보았지만 그 중 겸손한 화가의 갤러리에서 도록도 한권 얻고 기념촬영도 하였다.

사진을 막무가내로 막는 우리 화랑이 많은데 

주지하다시피 다른 데에서는 보통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다 찍게 두지 않던가.

이 분은 사진도 마음대로 찍으라고 하였다.

캔바스와 물감의 재질이 매우 실험적이어서 오히려 제지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워낙 그림에 문외한이라서 이 분이 무명인지 유명인지는 가름하지 못하는 가운데

그의 실험정신이 건필하기를 진정 빌었다.

예술도 모두 사람 됨됨이,

마음 아잉가.

 

 

까세(cachet)란 프랑스어로 소인(消印)을 뜻하는데,

우리나라도 우편물의 우표 등에 찍는 일부인(日附印)과 같은 것이다. 
옛 유럽에서는 편지를 보낼 때 봉투를 접어 붙인 다음 집안의 심볼이 새겨진 반지를 찍어

봉인했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판화업계에서도 작가의 유족에 의한 ’대행 서명’이라는 뜻으로 서명한 것을 까세라고 했다.

우리나라 까세 출판물도 처음에는 우편물의 전통을 살려서 내다가

최근에는 육필의 뜻만 강하게 남았다.

 

 

01] Praha  ―········ With a Leap of My Heart

02] Stelvio Cipriani  ―········ St. Michel ("라스트 콘서트"OST, 1976)

03] Tol & Tol  ―········ Daybreak

04] Dave Koz  ―········ 사랑보다 깊은 상처

05] Mantovani Orchestra  ―········ Greensleeves

06] Nicola Piovant  ―········ La Vita E Bella (인생은 아름다워)

07] 박종훈 ―········  Flying High(in My Sky)

08] Tol & Tol  ―········ Autumn

09] Ennio Morricone  ―········ Chi Mai(누구일까?)

10] Tol & Tol  ―········ A Sigh

 



 

With a Leap of My Heart 외 9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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