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포토 에세이) 소래 포구 / 해동 육룡이 나라샤

원평재 2012. 11. 16. 05:20

 

여름 산에 몇 번 올랐다.

이곳 저곳 산오름 모임에 듬성듬성 빈 데가 있었다.

덥기도 하리만 사연들도 있었다.

 

한번은 신도시 야산쪽으로 갔다.

나야 항상 엄살이 심하지만 신들메를 단단히 조여맨 친구들까지

마지막 깔닥고개 못미쳐서 당연한듯 하산 채비를 한다.

 

"꼭대기는 안 올라가?"

내심 천만다행을 느끼며 물어보았다.

"아, 자네 없는 동안에 동네 산들이 모두 융기를 해서~~~."

지질학적으로 설명하던 친구가 영양학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안되겠구만. 전어철이 막 왔으니 모두 몸보신을 좀 해야겠어."

 

이렇게 해서 소래포구 일정이 쉽게 잡혔다.

아니 쉽지는 않았고 내 날짜를 봐서 조금 급하게~~~.

 참가 인원은 이날 기준으로 여덟

승용차 두대가 징발 되었다.

전어철이 되면 집나갔던 며느리도 돌아온다지만 대략~.

사람 욕심은 내지 말고.

 

 

전어 별미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마음껏 먹은건 처음이었다.

도심에서 비싸게 몇 점, 선도도 많이 떨어졌었고

결국 나머지는 구워먹으며 자족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원정을 나와야지, 게으른 탓이 컸다.

이번에도 날짜 타령하며 꽁무니를 좀 뺐더니 

소래 포구가면 풍차도 돌아가고 또 소금창고도 널려있어서

사진깜이 지천이라는 말에 홀딱 빠졌다.  

 

 

여름 더위에 의욕도 떨어지던 참에 소래 포구는 먹거리 제공 뿐만 아니라

삶의 의지, 방법, 수단, 본능을 다 일깨워준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사진 설명도 도통 필요없을 것 같다.

그저 놀라고 신명나서 누른 셧터 끝에 모든게 다 팔딱거리며 살아있다.

 

 

삶의 현장

얼마나 치열하고 엄숙하기까지 한가

 

 

 

  

 

 

그런데~

그런데 저쪽 옛 다리가 있던 부분은 모두 새로 바뀐 것 같다.

전에는 저 위 낡은 다리 위로 인파가 위험할 정도로 북적거려서 한 광경하였는데

지금은 물색이 달라진듯 하다.

뒤쪽 아파트들도 좀 그렇고---.

하지만 생활 현장에서 사진 타령 펴기도 미안하다.

 

 

 

조금 더 살피니 옛 철교 다리위에 사람들이 조금 보이기는 한다.

인도교의 역할은 하고 있는성 싶다.

  

 

물때가 되어서 배가 곧 출항할 것만 같은 모습이다.

훌쩍 배를 타고 나가거나 아래의 사람들 처럼 그냥 좌판을 펴고 횟감과 술병을

차고 앉을까도 싶다.

 

 

 

 

전어는 모두 자연산인줄 알았는데---.

 

 

스틸 사진, 정사진의 한계가 이렇다.

저기 튀는 전어의 충만한 에너지를 여기 제대로 담지 못하였다.

 

하여간 이제 전어 흥정을 끝내고 뒤쪽 이층 방으로 올라가서 초장과 부식꺼리와 술을

주문하고 앉아있으면 전어 회가 들어오게 되어있단다.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가락시장 수산부에서의 절차 비슷하게 들린다.

누가 지키고 서있다가 중간에 들어오고 말았다.

믿고 말아야지 봐도 모르겠고, 속일 것 같지도 않더라고~~~.

 

 

 

 

이층방 식당의 언니 오빤 모두 "소래 스타일"이다.

 

 

 

우리도 이런 소반으로 각 두 판을 받았다.

여섯에게는 과식수준이다.

그러니까 예정보다 둘이 줄었다.

 

  

 

보라, 포구의 지붕 위를

이층에서 본 지붕 풍경

이래서 속살은 더 살갑다.

 

 

올해는 전어 풍년이라고 한다.

과식 수준으로 포식을 하였으니 다시 내려왔다.

다들 마음이 설레인다.

즐비한 가게의 다양한 해산물들이 돌아가는 발길을 잡는다.

 

몇가지 손에 들고 가도 칭찬받을 가능성은 별로 없고 빈손으로 들어가도 꾸지람일 게다.

궁리끝에 갈치 두마리 반(반 마리는 덤)과 사과 낙과 열두개 씩을 사간다.

모두들 집안에 먹을 입이 없다.

 

 

 

 

 

 

 

 

  

 

바다 갈메기가 외롭다.

 

 

 

 

저게 무슨 물고기인지 모르겠다.

전에 아마존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원주민들과 낙시를 한 기억이 난다.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자 원주민이 자기네가 사는 "수상 하우스"의 화장실 쪽이 포인트라고 알려준다.

자리를 옮겼더니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우리도 한 컷 하기로 하였다.

애초 산에서 한 여덟명 약속이 바다에서 여섯이 되었다.

지난번에 산으로 온 친구 부부가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빠졌다.

"화이팅!" 외침 대신에

"해동 육룡이 나라샤"

누가 용비어천가로 중얼중얼 우스게 소리를 했다.

천지에 널렸던 친구들이 나이드니 너나없이 행동 반경을 줄인다.

 

얼마전 재혼한 그 친구 부부는 새로 귀농할 전원 주택에

바쁜 일이 생겨서 못 왔다고한다.

마음 착한 우리 친구가 상배 후 오래 혼자 지내더니

다시 인연으로 맞은 부인이 선한 얼굴이었다.

귀농은 부인의 제안이자 주장이라고 한다.

크게 농사지을 일은 없으나 일단 이전의 아파트를 접고

흙 냄새를 맡으려는 부인의 뜻이

마음에 와 닿는다고 친구들이 동감하였다.

농촌에서 도시로 나가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해동 육룡 중 다섯이 바다를 배경으로 서고 하나가 셔터를 눌렀다.

그래도 포구라고 갯내음이 휙 몰려왔다.

김치~하고 찍었으나 바람 따라 쓸쓸함이 얼굴에 묻었다.

 

 

 

 

 

 

 

 

 

 

 

아, 풍차는~~~.

전어를 포식하고 나니 풍차와 소금창고 생각도 멀리 달아나 버렸다.

전어 탓에 낮술도 한잔 하여 음주운전이 된 친구 둘의 마음도 

석양이 지척인데 돌아다니기 마뜩하지는 않을게다.

그래, 풍차는 화란에서 오래전 인증샷을 했으니 되었고

소금창고도 석모도 갈 때 재미를 보았지, 

오다가 상관도 없는 결혼식장의 긴 링컨 타운카 리무진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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