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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의거 60주년의 함성과 시작 노트

원평재 2020. 4. 29. 18:33






, 2-28의거 60주년의 함성

                                                                        김 유 조

달구벌 대구의 거리

지금은 잠시 적막하다

60년 전 젊은 함성

휘몰아쳐 달려가던 그 거리

오늘은

팔공과 비슬 산도 가슴에

천년 거목 안고서

먼발치 근심어린 표정이다

 

하늘 찌를듯한 푸른 소나무들도

유년에는 병충해

중년 여러 해 산불 또 한발

원숙기에도 끝없이 찾아오는 벼락과 폭풍우

그러나 나무들은 꿋꿋 하노라고

아니 그래서 더욱 울창하다고

휘돌아 감도는 낙동강에게

고봉준령들이 산울림으로 말을 건네면

강물도 홍수의 시절

청청한 산정 바라보며 겪어냈다고

물길과 수화로 화답 한다

 

세월은 무상하고 인걸도

사라진다

코로나 바이러스

역병이 오기 전에도

2월의 거리에서

2-28의 함성을 되새김질하면

메아리는 아쉽고 아련하였다

 

"백만 학도여 피가 있거든 일어서라

정의에 배반되는 불의를 쳐부수기 위해

이 목숨 다할 때까지---"

60년 전 오늘

민생은 피폐되고 의식도 고갈되고

집권당의 폭정은 정권교체마저

무망한 꿈으로 만들 무렵

야당의 유세 집회에 마지막

희망의 귀 기우리려는 염원도 봉쇄된

유례없는 일요 강제 등교

 

수치와 분노의 붉고 푸른 마음들은

교정에서 교정으로

화답하는 물결 되어

닫힌 교문들을 재치고 격랑을 이루니

 

대구 중앙로를 휩쓸고 시청과 도청으로

집권여당의 당사로 경찰서로

그제껏 목소리 죽이던 언론기관으로

노도 되어 들이밀며

젊고 순수한 목소리로 외쳤지

"인류역사에 이런 강압적이고 횡포한 처사가

있었던고

학생을 정치의 도구로 삼지말라"

 

외로운 첫 함성의 부싯돌은 횃불을 당겨

마산으로 대전으로 청주로

봉화되어 명멸 터니

마침내 서울 장안에서

4-19의 불꽃 되어 타오르며

젊은 피

저 순수의 피와 피는 아스팔트를 적시고

민주의 꽃망울이 되었지

 

꽃은 그냥 피고 과육을 맺든가

거름 주고 물대기하고 가지치기하는 데에는

모두 서투르고 게으르고

잎도 나기 전에 결실을 쟁투하는

이기와 부도덕의 폐원에서

우리의 민주역사는 절반의 성취에

갈피도 못 잡는 가운데

자유와 민주의 깃발도

여기저기 갖다 꽂는 데가 좌표가 되고

60년 지난 오늘 신 새벽에는

변종 바이러스가 잠을 깨운다

 

저 바람찬 고공에서

차가운 노상에서

누습한 반 지하에서

늑골 뒤채이는 파열음에도

그리고

북쪽 강토의 우리끼리 깃발 아래

신음하는 참혹에도

두 눈 바로 뜨고 귀 기우리라는

통증과 신열의 자각 증상이련가

 

이 고장이 유사 이래

역사의 선봉이었음에

그 짐을 다시 한 번 져달라는

세상의 부탁인가

 

어느 때부터 대륙의 황진만 뒤집어 쓴

분하고 억울한 마음

저 높은 고향 산들과

유유히 흘러 옥토를 적시는

오랜 벗 낙동강물의 다독임에

시련과 단련의 기간으로

다시 엮어내는 수련의 마음

 

그래, 60년 만의 이날 맞아

다시 횃불이 되자

마른 섶 되어 달려들고지고

60 성상의 봉화가 되자

태극기 몸에 두르고 봉수대로 올라가자

60주년 2-28의 날에

지난 날 그때처럼

 

인류 모두가 겪게 될

바이러스 대전에 앞서

두려움 없는 대오 다지며

힘찬 걸음 앞서 내딛어

승전보의 궤적을 미리 남겨보자

산과 바다건너 못난 이웃과 온 세상이

우러르고 따르는 향도의 모습

다시 가다듬어 나서는

오늘 2-28

우리의 새 이정표여

  

 

약력; 시인, 소설가. 건국대 명예교수(부총장 역임), 현대작가연대 부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 국제문화위원장,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교류위원장, 여행문화 주간, 미래시학 등 고문

 

시작 노트;

2-28 민주화 의거 60주년을 기리고자 기다리던 마음은 그날의 역군이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뜨겁고도 간절하였다.

세상 어드메에서도 달구벌 그리운 고향 산천을 떠올릴 때면 익숙한 2-28 기념탑의 실루엣과 더불어 타오르는 횃불이 세월 따라 식어가는 체온을 덥혀주기에 평생 고단한 세대임에도 행복을 노래할 수 있었다.

2-28의거의 함성이 한동안 다음 세대들에게는 아련한 메아리에 그친다고 들려올 때에도 그 혼란은 우리에게 있다는 자책이 더욱 우리 세대를 결집시키고 각성의 방향타로 작용하였다. 자성과 염원은 실천의지로 불타올라 두어해 전에는 선각한 동지들의 노력으로 이날이 마침내 국가지정 기념일로 자리매김하였고 2-28의 횃불은 달구벌 봉수대에서 민주의 빛을 더욱 밝히고 있다.

2-28의거에 주인공이 따로 없겠지만 그래도 선두에 나섰던 인걸들, 내 가까운 친구들은 잊지 못할 추억만 남기고 사라져가고 있다. 순수의 피가 끓던 십대 말에 떨쳐 일어난 의거의 기념일이 벌써 60주년을 헤아리고 있으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육십갑자 회년의 금년 기념일은 더욱 기다림과 조바심의 날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역병의 날들이 내습하였고 그 중심에 우리의 고향땅이 자리하다니. 한없는 경악과 비탄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저 횃불의 통찰력으로 이 역병의 시대를 조명해본다. 이 재앙은 지역적 사건이 아니다. 생각해보면 인류와 역병의 전쟁사는 인류사에 단속적으로 관류해 온 일이었고 지금 그 선봉에서 우리 지역은 다시 한 번 짐을 지고 승전보를 기약하는 것이다. 팔공과 비슬산의 정기와 낙동강의 자애로움이 우리를 응원하고 감싸준다.

달구벌의 슬기와 역동력이 60년 전에 침묵의 조국에서 선봉의 횃불을 들게 했다면 지금 우리가 이 역병의 도전 최전선에서 겁먹고 주눅들 일이 결코 아니다. 올해의 국난 극복사는 연년세세 2-28 정신과 함께 이어질 것이다.

음유시인도 나팔수 되어 앞장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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