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중서부, 플로리다의 여정

시카고의 "연병장 박물관"

원평재 2005. 9. 9. 00:11
 

시카고 연병장 박물관

 

 


                           

               (시카고 필드 뮤지엄 앞에서 형제는 다정하였다---)


시카고를 떠나는 날이 왔다.

전별은 어제 밤에 모두 마쳤다.

그러나 시카고 에필로그를 쓰기에는 이르다.

이 선생께서 다시 보자고 간곡히 초청하였고 나도 밀워키에 있는 중등학교 시절의

동기이자 치열한 사상가인 내 절친한 친구를 10월초에 찾아가서 위스컨신, 아이오와의

대 평원을 거쳐 다시 시카고로 내려갈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시카고가 “미국에서의 고향”인 내 동생의 차를 타고 돌아오는 날

아침 나절에 “시카고 필드 뮤지엄”을 들렀다.

"필드"라는 말 때문에 처음 나는 그 곳이 야외 조각 같은 것이 있는 박물관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이차 대전" 때에 쓴 큰 훈련장이었던 곳을 개조하고 신축하여 거대한

박물관을 만든 유래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연병장이 컸던지 아메리칸 풋볼 경기장도 그 안에 있었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칼과 창을 보습과 쟁기”로 바꾸는 염원을 담아서 지은 구조물

이었겠지만 지금 이 거대한 패권 국가는 다시 전쟁의 수렁에 빠져있는 게 아닌 가---.

 


 

(연병장이고 신병 훈련장이었음을 알리는 표지석 위의 동판)

 

 

ROTC 소위로 강원도 전방 근무를 하면서 언젠가 이 모든 산 속의 막사와 초소가

국민 휴양지와 청소년의 수련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공상을 하늘이 동전만 하게

보이는 그 강원도 산골에서 하던 생각이 문득 났다.

 


 

필드 뮤지엄은 장관이었다.

다만 우리 수준으로는 거대 규모이지만 미국의 기준으로는 예컨대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는 턱없이 못미치겠지만 들어가서 본 감상으로는 이 정도면

비전문가가 교양을 쌓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오히려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담은 파노라마)

 

특히 미국 전역에 있는 이집트 미라의 70퍼센트 가량이 이 곳에 있다던가---.

안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집트 문명은 인류가 노력하고 성취하고 고뇌하고 또 절망한

모든 궤적이 고스란히 담긴 타임 캡슐이자 “인류사 최고의 모델 하우스”가 아닌가 한다.

 

필드 뮤지엄에는 그 모델 하우스의 흔적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피라밋의 내부 구조와 멤피스 시장의 모습까지---.

이집트의 룩소르 피라밋이나 왕가의 골짜기에서 내가 보고 느낀 인간의 염원과 좌절은

바로 시간 속에 있었다.

그 시간을 극복하기 위하여 피라밋 대영묘 속에서는 말똥구리가 시간의 덩어리를 굴리고

또 굴려서 모두 상형의 문자로 승화하고 있었다.

 


 

영원으로 통하는 시간을 그 영묘 속의 영혼 속에 부여하기 위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마침내 문자로, 의식으로 형상화 되어 있는 것이었다.

 


 

하여간 이 "신병 훈련소 박물관"에는 그런 모든 것이 적당한 규모로 재현되어 있었다.

너무 거대한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적당한  다이제스트 판이었다. 

공룡과 매머드도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정리되어 있었고,

여타의 세상에 있는/혹은 있었던 모든 식물과 동물들도 적당히 안배되어 있었다.

 

마침내 우리도 적당히 시간을 안배하여 보고 즐기다가 디트로이트로 향하였다.

 


 

(오른 쪽이 시카고 돔이자 거대한 주차 시설, 멀리서 관리인들이 한유롭게

걸어오고 관객들은 그렇게 많지않은 점도 다행이었다.)

 

 

그 다음날 낮에 디트로이트의 고급 쇼핑 몰, “소머세트(Somerset) 몰”에 가서 하루를

즐긴 일은 리포트의 안배 차원에서 생략하고,

하여간 그 날 밤 아들 내외가 손주를 데리고 디트로이트에 도착하여 우리와 합류하였다.

파업 때문이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하여간 예정시간보다 라가디아 공항에서 두 시간이나 늦게 출발하여 도착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디트로이트의 명물, 소머셋 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