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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시 불면 Insomnia

불면 김 유 조 정처 없던 청춘시절의 허기진 불면은 자정도 멀리 지나 신 새벽을 바라보며 뒤척이는 늑골 틈바구니에서 자음이 되어 허영의 메뉴로 튀어나왔지 쇠렌 키르케고르, 임마누엘 칸트 괴테, 파스칼, 체 게바라 다산, 퇴계 쌓은 공덕도 없이 찾아온 만년의 불면은 뼈 마디마디에서 모질도록 연마되어 신 새벽에는 모음으로 삐져서나온다 아-에-이-오-우 신음 소리 속에 아침은 아직 먼데 Insomnia Kim, Yoojo Trans. by the Poet The hunger of the sleepless young days which continued without measure, passed midnight to the new dawn. The pain squeezed through the tossing r..

어떤 풍경화

어떤 풍경화 감과 석류가 뜰에서 함께 익는다 석류는 봄에 부르트더라는 내 선입견에 화풍이 흔들린다 매미채에 장대 붙여 감을 따고 싶다 소금물에 재워두면 탄닌 빠진 단감 되지 석류는 보고만 두어야할 함초롬한 존재 먼먼 지역 덥고 건조한 날에 착즙기로 석류 즙을 짜서 팔던 이방의 노점상 떠오른다 껍질이 산더미였지 거리두기와 격리의 시절 몸은 원점인데도 흔들리는 내 심안 올해 결실의 화풍 '어떤 풍경화' ---김유조 석류, 감, 착즙기, 거리두기, 화풍,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김유조의 여행꿀팁 콜로라도 스프링스

김유조의 여행 꿀팁(여행문화 2020, 9-10월호) 오산-덴버-콜로라도스프링스 오산 특집을 기획하면서 문득 콜로라도스프링스 생각이 난다. 미국에도 온천이 많기 때문에 ‘스프링스’나 ‘스프링필드’라고 하는 지명이 많아서 로키산록의 이 온천지역은 꼭 콜로라도스프링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곳에는 미국 공군시설들이 많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와 미공군사관학교도 있다. 오산과 이곳의 관계가 밀접하게 된 데에는 바로 이곳의 공군시설과 우리나라의 오산비행장이 그 배경으로 존재한다. 오산 비행장은 지금 행정구역상 평택에 있어서 평택비행장으로 개칭해야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사실은 일제강점기의 말년에도 오산 근교에는 소형비행장이 있었고 이것이 지금의 평택지역 쪽으로 옮겨갔기에 역사적 맥락에서 문제가 없다는..

고도방 구두 (시와 창작 여름호 명 콩트)

고도방 구두 김 유 조 "고도방 구두를 아시나요?" 그룹투어에 나선 열댓 명 일행 중에서도 며칠 같이 다니며 특별히 가깝게 느낀 한 가족에게 내가 던진 말이었다. 스페인 코르도바에서의 저녁식탁 자리였다. 여행에 앞서 안내책자와 인터넷 등을 뒤져 미리 공부를 좀 하던 중 특별히 코르도바는 내게 흥미를 던지는 내용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방의 꽤 큰 도시에서 지낸 내가 항상 부러워한 것이 있었다면 고도방 구두였다. 그때만 해도 비싼 운동화 시절이 아니었기에 싼 운동화의 위쪽 등급으로는 목을 자른 군화, 그 위에 단화, 또 그 위에 고도방 구두가 있었다. 그러니 고도방 구두란 구경의 대상일 뿐 내 차례에는 결코 닿지 않았고 부잣집 친구들 몇 명이 그걸로 폼을 잡는 분위기였다. 말 엉덩이 가죽을 한 뜸 ..

팩션 FACTION 2020.09.04

시 장마소리

장마 소리 익은 장마는 천둥 번개도 생략하고 후두두둑 쏴아 익숙한 소리를 낸다 가끔 찢어진 틈새로 하늘 빛 조금 잊힐라 보이다가 이내 시커먼 암막 가리개로 덮고 물벼락 자다 깨어나 듣는 밤 장마 소리는 끝없는 주루룩 주룩 주룩 내장을 훑어내린다 낮게만 살아온 사람들의 배탈난 신음소리 장마의 발성법에 내 어지러운 채보 공책 높은 음 자리표 같아 송구하다 ---김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