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매매춘을 다룬 문학 / 다. 우리나라 문학

원평재 2011. 2. 13. 05:59

이제 눈을 안으로 돌려서 매매춘을 다룬
우리나라 문학을 보면 대체로 가난과 유관한
사회 고발적 성격이 강하다.

사실 외국의 경우, 매매춘 문학 생성의 저변을 훑어보면
도색 문학적 추구라는 의혹을 떨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매매춘 문학이 성적 쾌락의 소재로 이용되어서
에로스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진지한 문제의식 없이 단지 성적 쾌락의 향유나
그 현장 묘사의 제한적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부인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문학에서 매매춘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진지한 사회 고발적 성격이 강하고 열렬한 고뇌의 대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본다.

예를 들면 김동인의 『감자』부터가 그러한 전통을 세웠다고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빈궁과 매춘의 관계를 극명하게
다루되 윤리적 문제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시집을 갔으나 계속 가난을 못 벗은 복녀는 호구지책으로
송충이잡이를 나섰고 감독과 성 관계를 가진 후부터는
일하지 않고 돈버는 방법,
즉 몸을 파는 길을 터득하게된다.

평소 지녔던 도덕관은 가난 때문에 한번만에 허물어져 버린다.
물론 궁핍을 핑계로 성을 즐기게되는 모습도 들어 있으나
묘사는 생략과 암시의 차원이다.

한편 권광욱의 『매가 아프거든 눈을 떠라』는 오늘날 우리 나라
도시 매춘의 메카이자 대명사인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2동 588번지,
소위 "청량리 588"을 다루고 있다.

이때 "588"은 물론 더 이상 청량리 일대의 적색공간만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이곳을 재개발이라는 시대적 불도저로 밀어부쳐 보아도
588이라는 숫자는 현대사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을 숱하게
각인 시킨다.

588은 인천의 옐로타운, 부산의 완월동, 춘천의 효자동,
대구의 자갈마당과 같은 번지수로서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는
호연지기와 낭만이라는 방패로 양심을 호도케 하였으나,
이제는 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처참한 삶의 모습에도 귀를
기울이라고 작가는 외친다.

이 작품은 588 골목길을 대표하는 김 상사와 3500명 창녀들의
애환을 수용하다가 파계한 수녀의 결합이라는 속(俗)과 성(聖)의
연결 명제 등으로,
서구 문학에서 보는 관음주의적 섹스 소설과는 거리를 두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