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Sex, &

페미니즘 시각으로 텍스트 다시 읽기, 쓰기 / 크레스테바, 엘레느 식수,

원평재 2011. 2. 13. 07:08

이러한 시각에서 길버트와 구바는 『제인 에어』에 나오는
로체스터의 본처이자 다락방에 갇힌 버사 메이슨을 매개로 하여
여성작가의 억눌린 분노와 고통이 광기와 히스테리로 표현되었음을 분석해 내었다.

브론테 자매들은 당시의 압도적인 가부장적 분위기에서 처음에는
남성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해야만 했으며 작품 속에 담긴 강인한
의지력으로 독자들은 이 작품이 남성에 의해 쓰여졌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만 작품 속에서는 열정과 자립성, 강렬한 의지 등의
반(反) 가부장적인 덕목을 지닌 고아 소녀 제인이 전형적인 가부장인
로체스터와 사랑만으로 결혼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때 등장한 버사는 제인의 억압된 욕망을 대신 실현시켜 로체스터의
장원을 불태우고 그를 가난한 불구로 만들어 자유롭고 동등한
상태에서의 남녀간의 사랑을 이룩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
길버트와 구바의 분석 전략이었다.

이후 페미니즘 비평은 후기구조주의나 포스트 모더니즘과 만나면서
심리분석적 페미니즘으로 흐르게 되었다.

여성중심비평은 남성 주체의 언술 패러다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자성과, 언어는 이미 주어진 사회적 리얼리티를 반영하는
매개물이 아니라 리얼리티 그 자체를 구성하며 또한 주체도 언어
속에서 구성된다는 후기 구조주의자들의 주장은 현재의 남성적 언술에
대한 혁명 없이는 진정한 여성 해방이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여기에서 여성적 글쓰기(ecriture feminine)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프로이드와 라깡의 이론을 토대로 하면서도 이를 비판, 수정하는
다양한 전략 가운데에는 낸시 초도로우(Nancy Chodorow)와
쥴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의 경우가 특히 눈에 뜨인다.

이들에게 여성적 글쓰기란 여성성의 개념을 갖고 기호학적 세계의
기묘하고 전위적인 언어배열을 시도하여 문학적 언어질서의 긴장을
높이면서 그 생명을 재 활성화하려는 노력이다.

이들이 표본으로 제시하는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경우,
그 문체가 인상주의적, 감각적, 자유 연상적, 반복적이어서
울프는 여성적 글쓰기의 실천자라는 것이다.

한편 엘레느 식수(Helene Cixous)와
루스 이리가라이(Luce Irigaray)는 여성의 신체와 성욕을
여성적 글쓰기의 원천으로 삼는다.

이리가라이에 따르면 여성의 성욕은 입술, 음핵, 목, 가슴 등 여러
성 기관으로 퍼져 있으며 여성의 언어 역시 남성적 언어처럼
일직선적 논리구조로 닫혀있지 않고 복수적이고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식수 역시 여성의 성욕이 물처럼 한 곳에 고정되지 않는 유동적
특성을 가져서 경계가 없는 다원적 글쓰기를 여성적 글쓰기라고
정의하였다.

최근에 와서는 이처럼 전개되어온 페미니즘 비평에 대항하는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유색여성 페미니즘)이 등장하였다.

즉 지금까지의 페미니즘 이론이 백인 중산층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진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과 식민지의 유사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마침 지구환경의 위기와 더불어 힘을 얻기 시작한
환경 페미니즘(eco-feminism)과 맞물린다.
즉 착취당한 지구환경과 여성성의 유사함에 유의하면서 새로운
생명주의를 배태하자는,
21세기를 향한 다양한 염원과 희망의 몸짓이 시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