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로 창고극장 부근에 오면 잃어버린 걸 찾으러 온듯하다.
이곳 공연은 어쩌다보니 한번도 본 기억이 없는데도 무언가 이 근방에
두고 온 게 많은 것만 같다.
삼일로 고가 도로가 있을 때에는 이 위를 자동차 타고 달린 적이 많았지.
명동 성당도 영락교회도 모두 발아래 놓인듯하던 시절---.
그 느낌이 주는 우의를 미쳐 파악도 못하며 우리는 건조한 청춘을 보냈고
나라는 보릿고개를 퇴치하고 새마을 노래를 불렀다.
다시 고가 도로가 철거되고 그 아래에서
명동 성당과 영락교회를 다시 보게되고,
그렇지 창고 극장의 포스타도 제대로 보게된 요즈음
공황의 위협이 험상스런 얼굴로
이빨을 들어내며 우리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인류사에 어려운 시기가 오고 있다는 예언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회현(會賢)과 일월(明洞)을 거느린 이 곳에 오면
추억을 쓸어담을듯, 희망을 아직도 주어낼듯, 위로의 체온도 찾아낼듯,
저 비탈길을 걸어올라가도 피로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