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율동 공원"을 찾으면 꼭 들러야할 곳이 있다.
1,800평 대지 위에 지어진 <책 테마파크>가 그곳이다.
"책을 주제로한 공원"인데 세계화의 추세로 보통명사가 된 영문 이름을 달았다.
건물 내외로는 바람, 시간, 하늘, 물, 음악 등 일곱 개 테마로 책의 세계를 펼쳐 보여주고 있고
실내외 공연장과 전시장이 또한 주제에 맞추어 큰 역할을 한다.
지난 여름에 들렀던 곳인데 이번 겨울 눈내린 날에 다시 들렀다.
내가 카메라를 메고 찾았을 때는 마침 설 연휴라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작년 여름께에도 이곳을 소개하였기에 큰 유감은 없었고
테마파크 앞의 넓은 조각 공원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한 기분도 들었다.
만사 생각나름이 아니겠는가.
청주 한씨 묘역에서 내려다 보는 책 테마파크는 선비골의 이미지와 어울려 과연 명당 같았다.
빨간 옷의 중년이 아버지인듯 싶은 노인에게 거꾸로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을 이야기해준다.
예전에 여기 살다가 개발이 되는 바람에 이렇게 저렇게 옮겨나간 이야기를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노인에게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작품의 이름은 "검둥개야 너도가자"였다.
반세기 전의 초등학교 생각이 문득나는 제목이었지만
실제로는 이집트 왕가의 계곡에서 본 자칼의 동상과 비슷하였다.
작품의 이름이 이별이었다. 이별의 고뇌가 묻어있는 표정이
안쓰러웠다.
작품명이 무얼까?
"기도"였다.
분당은 고인돌의 고장이기도 하다.
중앙공원에는 古基들이 많이 있고 이웃한 고기리는 이름 자체도 그러하다.
여기 있는 석조 조형물은 물론 모던 아트이다.
"우책통"이라는 기획 전시물인가보다.
화장실 photograph으로도 책 서방과 책 각시가 서빙하고 있다.
이 사람들도 이날은 휴무였다.
가게에서 파는 연들이 내내 신통치가 않다.
꼬리연은 그럭저럭 체면을 세우는데 이 방패연은 특히 추락이 심했다.
아버지인듯한 분이 이 시대, 만고의 명언을 외쳤다.
"임마,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어!"
이문열의 소설은 날개가 있다 였는데 요새 나오는 주식 가이드 북들은
대략 날개가 없다는 쪽이 많다.
추락하는 시대에도 비행기를 타고 가던 일가족 다섯명이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용케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돈다.
아빠가 살 수 있었던 것은 ‘기러기 아빠’이므로
엄마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새 엄마’이므로
맏딸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날라리'이므로
외아들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덜떨어진 넘’이므로
막내딸이 살 수 있었던 것은 ‘비행소녀’이므로.
요행수와 희망의 멧시지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반대의 시대적 패러디
임에 분명하다.
좋은 시대의 도래를 기대해 본다.
백양나무가 저녁 햇살과 짝을 맞추었다.
저 솜사탕 같이 달콤한 새해는 정녕 찾아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