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바깥 풍경
김 유 조
몰라도 눈치 따라 올라가는 길목에
구루마 끄는 청동 황소
등어리 해풍 탓에 햇살이 갈레진다
미술관은 이미 코로나로 잠겼으련만
닫힌 희망에 청동빛살로 열쇠삼아
꺾어진 길 밭담 따라 이어간다
발길 닿은 미술관은
생사람 숨 막히듯 닫혔으나
참 못난 조형이라 짐짓 외면하고
무심결 발아래로 딛은 이중섭 공원에
아, 네 식구가 게딱지 끓여먹고
게 그림 그렸던 게딱지 초가 협포
마당의 밀감나무에는
하귤이 여전 매달렸고
안내 동판에는 벌거벗어 익숙한 아이
문득 그림에서 나온 듯
팽나무 아래 빗자루 든 노인이
볼만큼 봤소라고 뭍 것들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