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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밤비

원평재 2020. 7. 25. 04:18

밤비

사글 셋방 좁은 사각창을
다시 넷으로 가르는 십자 나무대
그 틈새에 조심하듯 밤새 스며드는 빗물

턱없이 오른 전월세의
방 뺄 날 하루를 또 축낸
자정 넘기며 찾아온
세찬 후두둑 소리

알바로 뛰는 24시 편의점
종 달린 통판 유리 출입문을
꼭두 24시에 머리로 부딛쳐오는 물방울

황송하게 얻어걸린 한밤중의 대리운전 순번
BMW 광폭 차창을
세로로 좌악 밀어내는 윈도 쉴드에
송구하게 안착하는 빗방울

모두 우리시대의 신식 밤비이다

저 추억의 가로등 아래
춤추듯 내려앉던 구식 밤비는
지금 밤비도 아니다
---김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