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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빠네마를 그리워하며---

원평재 2007. 2. 8. 03:19

 

 

 

정든 골목,

정동 좁은 길 어드메 쯤에 "이빠네마"라는 브라질 음식점이 있다.

젊은 연인들에게는 청춘 사업의 현재 진행형 현장이고 나이든 사람들

에게는 추억과 추상(追想)이 현재 시제와 혼재한 아련한 장소이며,

아직은 힘이 좋은 노년들도 만남의 장소로 정하기에 주저함이 없는

기이한 이국정서의 공간이다.

 

브라질 청년과 처녀들이 유창한 한국말로 시중을 드는 정동의 이

브라질 레스토랑, "이빠네마"의 특징은 큰 쇠꼬챙이에 꽂은 쇠고기,

돼지 고기, 양 고기 등을 적당히 소스에 발라서 구워내어 식탁에서

쓱쓱 썰어내주는 그 방식에 있다.

하긴 방식도 방식이지만 맛은 더욱 기특하여 생각만 하여도 군침이

돌게한다.

아, 물론 시제는 불문하고 통시적이든 공시적이든 추상할 대상이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꽉채우는 경우라면 그/그녀는 분명 축복의 대상이

아니련가---.

 

뉴욕에서 상 파울로 공항까지 아홉시간 반을 비행하여서 예정보다

세시간이나 늦게 출구로 나오니 아틀란타에서 온 의사 부부와

로칼 가이드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나와 동행을 맞이해 주었다.

땀(TAM) 항공기 내에서 옷을 다 벗었지만 공항 구내 부터 더위가 훅

밀어닥쳤다.

 

 

(아홉시간 반 가량의 비행 끝에 이른 아침 박명을 뚫고 상 파울로 공항으로-)

 

 

 

   (공항에서 다운타운으로 긴 건천을 끼고 달려들어갔다. 아침 러시 아워!)

 

 

 

 "성 파울로는 참 볼게 없답니다."

"발음이 상 파울로가 아니던가요?"

"상과 성의 중간음인데 한국식으로 성스러울 성이 더 좋아서 저는 성

이라고 합니다. 성인 바오로를 기리는 뜻이니까요."

그의 말에 따르면 이 도시는 브라질 역사에서 초기부터 주요한 역할을

했으나 몇차례 이전한 이 나라 수도의 천도사에는 들지 못하여 결국

유서 깊은 관광 명소는 없고 상업 도시의 냄새만 풍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데려간 곳이 독사 연구소, 그러니까 "비얌"을 모아놓은

곳이었다.

규모나 연구 업적은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만했다.

처음 여행 자유화가 되었을 때에 동남아에서 "사탕있어요"하고 현지인들이

호객을 하던 소리가 생각났다.

사탕(蛇湯)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벌컥벌컥 들이키고 다니던 때였다.

 

 

 

 

 

 

 

"기내식으로 한 아침이 신통치 않았으니 밥부터 먹읍시다."

이렇게 해서 일찍 들린 곳인 전통 브라질 부페 식당이었는데 모양새가

얼른 정동의 "이빠나마" 그곳을 상기케 하였다.

아니 정동 골목의 그 모든 분위기와 역사성까지.

"이빠네마라는 브라질 식당이 서울에 있는데 이 곳과 아주 비슷하군요"

내가 말했다.

"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빠네마는 리오데 자네이로에 있는 번화가의

이름인데요."

"아, 그렇구나. 뉴욕, 뉴욕이라는 스테이크 집이 한국에 있듯이---."

 

 

 

 

 

 

 (저자거리를 담을 때가 가장 신명이 난다. 상 파울로 시장 통---.)

 

 

나중에 리오데 자네이로에 들렀을 때에는 이빠네마 거리를 두번씩이나

찾았다.

한번은 필수 코스처럼 찾아들어갔고 두번째는 그 입구에 있던 "이빠나마

거리"라는 도로 표지판을 디카에 담으러 다시 찾아헤멨지만 결국 얼핏

보았던 그 표지를 다시 찾아서 담지는 못하였다.

강남에서 강남이라는 간판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면 비유가 될는지---.

나중에 비교해보니 브라질 특유의 그 음식도 리오데 자네이로가 훨씬

더 좋았다.

리오데 자네이로에서는 같은 쇠고기라도 부위에 따라서 여러 육질이

나왔고 코스로 따지면 열몇번에 달하여서 나중에는 정말 성가실 지경

이었다.

 

여행이란 "길떠나면 고생"이라는 전가의 명언이 나타내듯이 여행객의

기행문은 보는이만 편하지 정작 여행객은 고난의 길에 들어선 머슴꾼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남미 여정은 첫날부터 이빠네마의 추상이 있어서 땀으로 

시작은 하였지만 내내 시원하였다.

 

브런치를 먹고나서 역시 필수 코스인 시민 혁명관, 독립기념관 등도

찾았으나 나의 관심은 시내 저자거리와 한인들의 애환이 서린 코리아

타운 방문이었다.

코리아 타운 관련은 따로 제목을 정하여 다음에 올리고자 한다.

 

아무튼 날씨가 덥다고는 해도 택시에 냉방이 좋았고 실제로 바깥 온도도

그렇게 견디기 힘든 지경은 아니어서 빈부의 격차가 심한 이나라의

이모조모를 모두 관찰하고 또한 디카에 담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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