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단상

청자동 테라스 거리의 겨울 풍경

원평재 2009. 2. 6. 06:26

 분당 정자동에는 <청자동 테라스 거리>라는 명물 거리가 있다.

"청자동"이라는 명칭은 강남의 청담동과 분당의 정자동이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법정 동명은 물론 아니다.

 

정자동 주상복합 건물들의 아래층에 연이어 있는 아름답고 멋진 테라스로 이루어진 이 거리는 

외국의 명물 거리를 다녀본, 견문넓은 사람들이 이 땅에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에따라 함께

폭발적으로 이름을 얻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명소에 다름아니다. 

 

 

 

 

 

 

 

 파리의 센 강변, 로마의 스페인 광장, 런던 코벤트가든 거리의 테라스 카페도 이들에게는

이제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하지만 테라스 공간의 인기가 이런 사람들의 추억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리라.

아무래도 타인과의 너무 가까운 시선을 피하고 싶은 개성의 발로, 

넓은 공간이면서도 거리의 불특정 다수와는 상당히 거리감을 둘 수 있다는 아이덴티티 

확보 감각, 

이런 의식들이 빚어낸 현상이 아닐까---,

 

서구의 전유물같던 이런 발코니 공간이 이제는 아시아에서도 맹위를 떨친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신톈디(新天地)에 있는 테라스가 갖춰진 노천카페,

싱가포르의 파 이스트(Far East) 파크웨이 비치의 노천 테라스 카페도

이제 도리어 서구의 여행객들을 매료시킨다.

 

여기에 분당의 테라스 거리도 아담한 도전장을 냈다면 과장이자 만용일까---.

무릇 문화나 문명이 모두 인간이 빚어내는 역사이기에 서로 어깨를 겨누지 못하란 법도 없으리라.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파티오, 포치가 다 비슷해보이지만
각기 다른 용어들이다.


일반 아파트의 거실 앞쪽에서 건물 밖으로 돌출된 공간은 "발코니"이다.


"베란다"는 아래층과 위층의 면적 차이로 생긴 이층의 공간을 뜻한다.
위층 면적이 아래층보다 작으면 아래층의 지붕 위가 위층의 베란다가 되는 셈이다.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는 2층에 베란다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 아파트는 베란다를 만들기 어렵다. 위아래층의 면적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에는 발코니가 형성된 것이다.

"테라스"란 무언가?
테라스는 실내 바닥 높이보다 20cm가량 낮은 곳에 전용정원 형태로 만든 공간이다.
성격상 1층에만 설치되며 지붕이 없이 대지 위에 만들고 본 건물과 통하는 문이 있다.

청자동의 "테라스 거리"는 여기에서 파생한 셈이다.

 

기왕에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런 비슷한 공간들의 개념을 정리해본다.

 

포치 Porch-출입구 위에 설치해 비 바람을 막는 곳
건물의 현관 또는 출입구에 설치되는 것으로 방문객이 집주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공간이다.

입구에 가깝게 세운 차에서 비바람을 피해 주택의 내부로 들어가게 하는 역할도 한다.

썬룸 Sunroom-실내에서 일광욕을 위해 유리로 천장과 벽면을 만든 곳

썬큰 Sunken-지하에 자연채광을 유도하기 위해 대지를 파내고 조성한 곳을 말한다.

이 방법에 의한 거실을 썬큰 리빙룸, 정원은 썬큰 가든이라고 한다. 

퍼걸러 Pergola-흔히 파고라라 불리는 것으로  마당이나 평평한 지붕 위에 나무를 가로와

세로로 얽어 세워서 등나무, 포도나무 같은 덩굴성 식물을 올리도록 만든 장치이다.

파티오 (中庭)-건물 안이나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
한옥의 경우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마련된 작은 뜰이 여기에 해당되리라. 

 

  

 

 

 

  

 

 

 

 

테라스 거리에도 겨울이 왔다.

하지만 일년 사계절이 테라스의 매력을 가감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여름 더위에도 실내의 냉방장치를 버리고 테라스로 나앉았듯이

추운 겨울에도 심지어 담요같은 것을 뒤집어 쓰고라도 뜨거운 커피를

이 공간에서 마신다고 한다.

 

그건 좀 과장이고 테라스에는 다양한 방한 장치가 동원되었다.

원래 발코니와 베란다에는 지붕이 있을 수도 있으나 테라스에는 그런 설비가 없는게

원칙이라지만 기발한 상혼은 추위를 막는 다양한 가리개를 동원하여서 고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공중에서 부탄 등의 연료에 불을 지펴 아래로 열기를 쏘는 난방 기구는

이 동네 겨울 풍경의 필수 풍물이 되었다.

 

 

 

 

 

 

테라스가 온통 시설 재배 하우스 농가처럼 되기도 하였다.

 

   

 

서울 신라호텔도 새 단장을 하면서 '더 파크뷰 테라스' 란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아티제 카페&베이커리' 에도 노천 테라스가 인기이다.

한국 전통문화 공간으로 유명한 삼청각도 2층 라운지에 테라스 레스토랑

'다소니(순우리말로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뜻)' 를 열었다.

2층이지만 그 평면을 마당으로 삼고 다시 건물이 올라갔기에

테라스라는 명칭이 어울리는 구조이다.

 
이곳 분당 청자동 테라스 거리에도 유동 인구가 평일 1만~2만 명, 주말 3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자작나무 옆에 춘자가 기대어 서있었다.

 

 

 

Noche는 밤이라는 뜻이다.

 

 

 

삽화를 마치면서 고백할 일이있다.

테라스 거리를 소개하면서 정작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않았다.

통틀어 보아도 지난 여름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한번 들어가 보았을 따름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