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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를 만나다

원평재 2010. 5. 17. 12:10

 

 

 

 

   

양혜규 (Haegue Yang)의 작품을 피츠버그의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 현대 작가 홀에서 만났다.

놀라운 것은 그녀를 위하여 홀 두칸이 송두리째 할애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조금 과장이 따른다.

 

그녀, 양혜규의 작품은 맨해튼의 브룩클린에서 살며 작품 활동을하는

마사 로즐러라는 비디오 아트 작가의 작품과 병치되어 전시되어 있긴하다.

2인 2실인 셈이다.

물론 각방의 중심부는 양혜규의 설치 미술이 차지하고 있고

마사의 비디오 아트 작품은 사방 네군데에 놓인 오래된 흑백 TV에서

계속 영상을 뿜어내며

양 작가의 설치물을 호위하거나 둘러싸면서 상호 보완적,

때로 대립이항적 교감을 나누고 있다.

전시실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관람자는 전율하는 수 밖에 없다.

 

양혜규의 설치 작품들이 작년에 카네기 재단에 팔렸을 때

도하 각 신문의 문화면은 쇼킹하게 떠들석했으나

정작 그녀의 작품들이 미국 여러 곳에 산재한 카네기 전시 공간의

어느쪽으로 모셔졌 는지는 상세 보도가 잇달으지 않았다.

(내가 과문했는지 몰라도)

 

그런데 이곳 피츠버그 대학에 면한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의 3 층,

이집트의 파라오 옆에서 비디오 아트 작가 마사의 호위를받으며

굳이 나이 차이를 따지자면 40 년간이라는 간극을 조화롭게 음미하며

21세기라는 시대 정신을 표상해 내고 있다니 ---.

 

홀 입구에서 마사는 흑백 TV 속의 비디오 아트 작품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여러명의 백색 가운을 입은 뮤즈들을 거느리고 그녀는 미학적 강론을 펴면서

서서히 옷을 벗더니 의자 뒷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다리를 앞으로 주욱 내민다.

그녀는 무슨 대표성이 있는지 이제 인류의 탯줄이 연면히 이어내려 빠져나온

그 어둠, 혹은 환희의 동굴을 천천히 온전히 벌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우거진 숲이 동굴과 델타 지역을 감싸고있어서

차라리 나같은 문외한, 무뢰한에 가까운

관람객에게는 민망함을 감출 구실을 주었다

 

내가 마사의 작품에는 민망함을 느끼면서도 아직 양혜규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가 든 남성 도슨트가 어슬렁 다가와서

대뜸 코리아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까 비디오 아티스트이자 설치 미술가 "얭"을 아느냐고

더욱 반갑게 물었다.

느닷없는 "얭" 소리에 무식한 내가 후다닥 놀라서

설치미술에 코리언 비디오 아티스트라면 "백남준"을 말하느냐고 했더니

그렇다면서 껴안을듯 한다.

백남준, 3 음절이 양혜규 3 음절과 맞아 떨어지니까 우리의 의식 대상이

병치된 줄로 알고 그랬는가, 하여간 무조건 반색을 하는 것이다.

 

평화 봉사단이 한국에 처음 왔던 시절, 그들은 한국말을 유창하게 배워왔는데

시골 노인 들께서 노랑머리의 청년들이하는 한국말을 손자들과

함께 듣고는 손자들에게 다시 통역을 요구 하더라는 글을 읽은 적이있다.

우리의 의사 교환 수단이란 과연 말인가 마음인가 ---,

사랑을 할때면 모든 감정이 다 통한다.

마음 문을 닫으면 무슨 말인들 들리랴, 통하랴 ---.

 

 

설치 작품의 감상 대상물은 물체 하나에 국한 되지 않는다.

공간 속에 투사, 투영된 전체를 조감해야한다.

아크릴판의 뒤에 전극을 댄 이 밝은 사진과 쌍을 이루는 대상물은 재질 불명의 이 욕조같았는데

더 살펴보니 그 것도 포함되지만 뒷 구석에 있는 플라스틱 바케츠 두개도 보라고 한다.

 

 

 

 

 

 

 

 

 

다시 강철과 케첩과 다리의 도시 피츠버그로 돌아왔다는 보고가 앞서야 하는데

흥분이 되어서 양혜규와 마사 로즐러를 먼저 소개하였다.

강철 도시 피츠버그는 한동안 급격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가

요즘은 의학과 생명과학, 교육, 예술, 국제 회의의 도시로 재탄생,

르네상스를 맞았다.

 

피츠버그에서는 학력 뽐내지 말고 직업도 물어보지 말라고 한다.

그만큼 고급 인력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카네기 뮤지엄에 가기 전에 이른 점심을 한국 식당에서 먹었다.

중국식과 한식이 퓨전으로 나오는 곳인데 백인 가족들도 들어왔고

졸업을 앞둔 피츠버그 대학과 카네기 멜런 대학의 학생들과

한국에서온 부모님들도 들어왔다.

식당 건너편에 재미있는 선술집이 보였다.

이름이 Bootleggers였다.

밀주집이라는 뜻인데 금주령 시대에 밀주를 장화에 넣어서 운반했다는 고사가 있다.

 

 

 

 

 

  

 

 

 

 

 

 

   

  

아테네 신상에 대한 설명을 너무나 시원하게 잘하는 외손녀에게

인터넷에 꼭 사진을 넣어서 자랑하겠다고 약속을 하여서

오랜만에 가족 사진을 올린다.

스펠링 테스트 경연대회 출전자로 뽑혔다는 그저 보통의 소식도

나이든 사람에게는 위안이다.

 

 

 

 

 

 

 

양혜규 작가의 옆 쪽 큰 홀에 이집트의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피라밋을 축조하고 미라를 정교하게 제작한 이들이 추구한 추상과 구상적 대상도

영원성에 닿는 방식이었음을 나이많은 도슨트가 설명하고 있다.  

 

 

  

 

 거의 하루를 통시적, 공시적 시공으로 정신없이 여행하다가 밖으로 나와보니

어떤 사람의 오래된 세단에

인디언의 토마호크가 찍혀 있었다!!!

앞 범퍼에 번호판이 없는 것은 펜실베이니아 법에 따른 것이다.

 

 

피츠버그대학의 상징 탑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래 일본식당은 한식도 겸하며 주인은 한인이라던가---.

 

   

 

 

 <오늘 리포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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