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여덟시 십오분에 스쿨 버스가 온다.
아이들 둘을 데리고 오피스 건물 앞 버스 정류장에 운동 삼아 나가는건 내 몫이다.
백인 동네라서 대부분의 엄마, 아빠가 백인들이지만 최근 한국 부모들과 인도 사람들도
꽤 많아졌다.
피츠버그 북쪽 지역이 학군 좋다는 소문이 난게 확실하다. 한국과 인도 엄마들이 눈에
뜨이면 그건 사실이라고 한다.
사실 여기보다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최고학군 지역이라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셈이다.
백인들은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는듯 하다.
여기서 만난 다른 사람들, 특히 사진에 보는 아빠 두사람은 아주 느긋한 표정이다.
아, 모두 느긋한 것은 아니어서 얼마전 멕시코 출신의 히스패닉 엄마 한 사람의 2세
교육열은 요란하였다.
특히 영어만 쓰고 스페인 어를 싫어하는 꼬마 아들에게 2중 언어의 중요성을 말해
달라고 내게도 성화더니 요즈음은 이사를 갔는지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
더 북쪽으로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일은 그렇고, 나와 뜻이 통하여 이야기가 되는 위의 두 남자들은 유유상종, 알고보니
모두 teaching job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마이클은 이브닝 클래스에서 청소년들에게 연극과 영화, 퍼포먼스 아트를 가르치는 교사이고
소어렌(Soren)은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이다.
나는 정년을 한 사람이라는 자기소개에 즉각 "축하한다"는 경축사가 딸려나왔었다.
경쟁 사회에서 한 발을 뺀 내 팔자가 진정 부러운 모양이다.
연극을 가르치는 마이클은 앞으로 먹고살기 위하여 따로 MBA 과정을 다니고 있다.
연극, 퍼포먼스, 영화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염두에 둔 MBA과정은 앞으로, 아니 지금도 꽤
유망할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조금더 남아있다.
마이클의 부인의 오빠의 부인(처남 댁인가?)은 켄터키에 사는데 한국 여인으로 이름이 "명자"
라고 한다.
어쩐지 내 이름을 처음부터 잘 외우기에 조금 놀랐는데 우리나라 이름의 메카니즘이 미리
형성되어 있었던 덕택인가 보다.
"명자"씨 때문에 한국 여성에 대한 그의 존경심은 대단하였다.
오래 폐암을 앓다가 돌아가신 장인 영감님을 살아생전 극진히 수발했다고 한다.
켄터키 주에서의 실화 한토막이다.
여기 한국 엄마들은 그의 이러한 긍정적 고정 관념을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릇된 일반론을 나는 고쳐주지 않고있다.
이제는 한국 엄마들의 고민 한토막,
이곳에 장단기 체류를 하는 한국부인들은 대략 의사 부인, 교수나 연구원 부인들이 많아서
모두 지적 수준이 높은 분들인데, 한국을 떠나올 때는 주위에서 모두 영어 많이 쓰고 배우고
오리라고 부러워하지만 막상 그런 기회를 쉽게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실상 그들은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정작 영어는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형편이라는 이야기.
병원 일에 맨날 힘든 나날을 보낸다고 생각했던 딸이 우연히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요즈음은 하루걸러 한번 정도로 등교시간이 2시간씩 delay 되거나 눈이 더 많이 오는 남쪽
지역은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피츠버그의 각 지역별로 그게 지방 TV에 나오니까 아침 일찍부터 확인을 해야한다.
물론 문자 메시지도 오지만 이쪽에서 확인을 해야할 경우도 많다.
큰길이나 골목이나 모두 염화칼슘을 들이 부으니까 교통 소통에 큰 지장은 없으나 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는지, 책임 소재 때문인지 눈마을의 아침은 바삐 돌아가서 일단 시스템은 건재하다.
얼마전 첫눈에 넉아웃이 된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는 딴판인 이곳 행정 체계인가 싶다.
한여름에는 동네 사람들이 몸을 굽던 수영장의 덮게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2월 6일이면 NFL 결승이고 이곳 스틸러즈가 또 우승 트로피를 움켜잡을 기대가 크다.
하인즈 워드의 활약상도 예견되는 등, 눈마을 분위기는 자못 뜨겁다.
아이들도 모두 유니폼을 입고 쓰고 학교에 다닌다.
깃발이 자동차에도 달리고 문앞에도 달리고 몰에도 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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