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사였던 내 친구의 부친이 돌아가셨는데 "부음 난"에
집안에 대해 조금 상세하게 보도가 되었고 연락처도 소개되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전화를 해 온 그녀와 연결이 되었는데 사는 곳도
강남의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내 친구도 버젓한 곳에 다닐때였고 여인의 남편도 듣고보니
알만한데에 다니는 처지였다.
하여간 두 남녀는 무척 반가웠다.
고등학교 때 프렌치 키스한 내 친구의 실력이니까
대학 때의 이 여인과는 진도가 모두 나갔었단다.
"우리 옛날처럼 정기적으로 만나면 어떨까?"
진도가 다나가서 책걸이 까지 했던 그녀의 복습 제안이었다.
내 친구가 당장에 "노"라고 하였단다.
제안을 듣고 얼른 그런말이 나오더란다.
사실은 얼떨결이었다고 한다.
분노한 여자가 아르마니 핸드 백으로 뺨을 후려치고 사라졌다.
(아르마니였던지 구찌였던지 가짜였던지는 순전히
내 맘이다. 싱겁게 나레이터가 왜 나왔냐고?
이게 포스트 모던식 내러티브 아닌가!).
자아, 이런 딱한 경험을 이미 했음에도 고등학교 때의
그녀와는 만나고 싶다는 내 친구의 열정이 아무래도
만년의 순수,
순수는 무슨!
고집인가---.
"이 참에 정기적으로 만나자던 여인의 제안을 물리친 것이
후회---, 그래, 아쉽다는 생각이 들때는 없었어?"
누가 물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해보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
그녀가 무얼 어쩌자는 생각이 아닐 수도 있었겠는데---."
이 친구가 혼자 설악산 대청봉 산장에 올라가서 칼잠을
청하는데 자기 부인이 또 따로 눈보라를 뒤에 지고 들어오더라는 것
아닌가.
물론 혼자더라는 것이다.
그래,
편견으로 오만했던 죄, 그런가 하면 또 방만했던 죄,
우리가 산다는게 그저 죄값을 치루는건지도 몰라---.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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