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포토 포엠)

언덕의 연기

원평재 2012. 1. 20. 03:21

 

 

 

 

(시) 언덕의 연기

 

뉴저지 클리프사이드 언덕은

코앞으로 허드슨 강과

눈썹 멀리 대서양이 내려다보이는

배산임수의 터

 

지금은 강상의 바지선들과 하구의 여신상으로

물빛 완상은 힘들지만

예전에는 달랐겠지

그 풍경화

 

만 년 전 홍인들이 이 땅에 발붙이고도

여러 세기가 흐른 후

마을 근방 절리들 깎아 모아

태양 거석기 문명의 기둥을 세우고

그 속에서 불을 지폈다지

그때는 그게 또 세계적 유행이었고

 

어떻게들 통했을까

염력이 살아있던 시절인가

 

목조 문명의 한반도에도 지상 최대의 고인돌이

그 시절에 군락을 이루었도다

그 재주와 마음 DNA로 녹아 흘러

나중에는 아름다운 돌 꽃 탑도 피워 올렸지

하늘 바라 첨성대도 우뚝하였거늘

 

백인들도 유럽 땅에 스톤헨지

기원도 모르게 간직한 채

대서양 흘러들어온

신대륙 클리프사이드 근처 돌 더미에 전율 느꼈나

고층 아파트에도 스톤헨지

큰 빌딩에도 레전드라고

전설의 고향 이름 붙이고

근처 호보켄 출신의 가수 잭 와일드는 밴드 그룹에도

스톤헨지 라벨 붙였는데

 

푸닥거리는 그 정도에서 끝이 났는지

이젠 전해 내려오던 그 돌들 헐어버리고

욕심의 광장 넓힌 데에 오만의 고층 올리기로

작심하고 나섰는가

다시 마천루

 

홍인을 몰아내고 발붙인

백인의 땅에 도래한

황인의 어느 오후

그 언덕 위로 연기 피어오르는 걸 보며

신 끼가 돌고 몸이 저려오다니

무슨 강신의 인연임은 분명해

 

보도에 따르면

거기 클리프사이드 언덕 위 높은 건물

맨 위층에서 불이 나고 꺼졌는데

일층에 세든 한인 세탁소가

소방펌프의 물줄기로

홍수 피해라던가

요즘은 벤젠도 못쓰고 비싼 케미컬 재료에

정신들 없다던데

 

불 꺼진 터에서

문명의 후기란 말 생각 한다

모든 건 각선이 물러질 때 퇴락의 곡선인가

 

장미한 고인돌 숲 사이에서

하늘로 상달하는 레드스킨 홍인들의

생성과 소멸을 빌어 올렸던 불꽃연기

무심한 색깔로 유심하게 그려보는

하오의

풍경화

한 폭

 

언덕 위, 튜더 양식의 건축물

그나마 지형을 거스르지는 않은 편인가

 

 

우리 동네 팰리세이드 종합 병원의 구급차가 언덕 위로 올라가고 있다.

 

 

소방 헬리콥터라서 붉은 색인가 한다

 

 

 

 

 

 

 

 새로 닦은 터에 Bank of America가 들어섰다.

  

  

 

 

 

  소나무 청청

  

 

 

시선을 떼려는데 다시 펑 솟아오른다.

불길의 속성대로

강물은 강건너 불보듯 한다.

 

버들 강아지도 겨울에는 겨울잠에 들어간다.

 

 

창공에는 헬리콥터와 새떼들

 

 

 

상황이 완전 종료될 때까지 헬리콮터는 하늘에서 꼼짝않고 지켜보았다.

나는 지상에서 움직였다.

 

근처 종합병원의 닥터가 포즈를 취해주었다.

 

언제 어디서나

동해는 동해(East Sea), 독도(Dokdo)는 우리땅

동해와 독도에 관한 외침이 우리 동네에도 메아리치고 있다.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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