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오던날 창밖을 보니 강상이 물안개로 자욱합니다.
대단치 않은 시어를 흩뿌려도 물안개가 덮어주리라
믿음이 물안개처럼 피어올라서 망설이던 몇줄을 올려봅니다.
물안개를 포착하기란 참으로 예사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여러 컷을 황급히 확보하고
가끔 음미해 보리라,
여유를 부려봅니다.
밤 길 후기
겨울 밤에 나섰다
강변 산책길
성급한 새 소리
끊어질 줄 모르던 매미들의 절박한 울음
가슴과 어깨와 머릿결에도 모두 품었던 가로수들
이 계절 숨 죽인 형해로 남았는데
정체불명 이명이나마
잎새가 비운 그 공간 메우는가
불현듯 불야성 맨해튼 건너다보니
총소리 환청
오싹 추임새로 끼어들고
혼자 떨던 내 몸체
가로등이 차려준 제 그림자라도 의지한다
그래 만일의 경우 대비하여
증인 1이라도 붙잡으련다
경우의 수에는 턱없지만
나무들 누르고 기세등등한
가로 등이 달아낸 촘촘한 불빛들의 시샘다툼 속에
나를 닮은 새 그림자 하나 벌떡 일어나
내 걸음걸이 적막 속에 미행 터니
이윽고 처음 증인 1을
흔적 없이 가로챈다
개기월식때 달 잡아먹듯한 그림자 증인 2
무서운 포식자 되어 내 앞장 섰는데
금방 다시 증인 3에게 소리도 없이 겁탈 당하고
증인 4, 증인 5...
식은 땀 흘리던 내 몸체
기어코 그림자로 소멸 하고 마는데
형상의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없을까
그 어드메에 잦아든 내 그림자
.
Richard Strauss : Winterweihe (겨울봉헌, 겨울묵상 ) Op.48, No.4
겨울봉헌 -카를 헹켈-
이 겨울날들은,
이젠 불빛으로 덮여있네,
그 무엇이 우리의 마음 속을 불빛으로 채워줄지,
서로 서글프게 말을 하며 우리들의 마음 속에 간직하자.
약한 불에 점화되는 것은,
불에 타는 것이 없어야 하며 또 없어져야 하고,
영혼을 부드럽게 결합시키고 정신의 다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조용한 암호로 여기자.
시간의 바퀴가 돌고 있어도,
우리는 그 속으로 말려들지 않고,
잃어버린 세계의 환상으로,
우리는 사랑의 봉헌 속에서
영혼의 밤과 낮이 있는
우리들의 섬으로 가길 바란다.
, sop.
Academy of London
Richard Stamp, cond.
Winterweihe -Karl Henckell-
In diesen Wintertagen,
nun sich das Licht verhuellt,
lass uns im Herzen tragen,
einander traulich sagen,
was uns mit innerm Licht erfuellt.
Was milde Glut entzuendet,
soll brennen fort und fort,
was Seelen zart verbuendet
und Geisterbruecken gruendet,
sei unser leises Loesungswort.
Das Rad der Zeit mag rollen,
wir greifen kaumhinein,
demSchein der Welt verschollen,
auf unserem Eiland wollen wir Tag
und Nacht der sel'gen Liebeweihn.
독일 사는 학우가 보내준 번역을 함께 실어봅니다.
와운 학우가 보내준 서찰의 일부입니다.
시 번역이 참 좋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허락도 없이 여기 전재합니다~~~^^.
<전략>
아까 사랑방에서 형의 안개 그후 였던가요? 글을 읽었습니다
Karl Henckel의 독일어 원문으로 된 시가 보이기에
내가 우리말로 적어 보았습니다
형은 보나마나 영문으로 된 시도 보았을 테고...
그냥 당장 보이는데로 우리글로 적어 보았습니다
그냥 한번 읽어 보시고 허물치나 마시구려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한건 형이 아닐터이니...
거의 이러한 내용인데 詩語로 고치고 다듬는게
번역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이 겠지요 그럼~ 원문은 생략하고
이 겨울날들이,
이제 빛으로 휘감았도다,
우리 가슴에 담자,
서로 믿음으로 말하자,
마음속(內心)의 불빛으로 우리를 채우는 것도,
부드러운 불꽃(화염)이 점화(발화)시키는 것도,
불타고 또 불태우리라.
영혼이 순(純)하게 결합하는 것도,
그리고 정신(세계)의 다리를 놓는(세우는) 것이
우리들의 조용한 해답(Loesung)이 되리라.
시간의 바퀴는 굴러 가겠지,
우리는 전혀 붙잡을 수도 없이,
그로인해 이 세상도 사라져가겠지,
우리는 이 섬에 닿을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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